<영광신문> 2013년 10월 11일 (금) 11:55:50
http://www.yg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0686
협동의 경제, 어떻게 가능한가 | ||||||
강위원/ 영광신문 편집위원, 여민동락 공동체 대표살림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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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마을의 귀환’시대다. 전국 곳곳에서 마을만들기, 마을살리기, 마을공동체가 화두다.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사회적경제 영역이 주목받으면서 청년부터 노년까지 다양한 참여와 모색이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다. 어떻게 하면 협동의 마을, 협동의 경제가 가능한지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몇 가지 고려사항을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소규모 ‘동맹’이다. 우선 우정과 신뢰에 기반한 3~4명의 소규모 모임부터 시작하는 일이 중요하다. 지자체나 정부에서 먼저 무언가 해주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것들이 무엇인가를 살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목표와 가치에 합의하는 ‘동맹’ 수준의 소모임을 통해 준비를 해야 실패가 적다.
둘째, ‘실천하면서 배우는 지혜’가 필수적이다. 우주의 문제를 다루기 전에 마을 수준의 조금만 일, 아주 단순한 과업부터 천천히 착수하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커다란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내공을 갖추는 게 옳다. 무엇보다 낙관적 상상력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휘해야 성공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다. 비관주의자와 불평주의자는 함께 일하는 데 기분 좋은 사람들이 아닐뿐더러 종국에는 늘 분열과 파행으로 변질될 소지가 크다.
셋째, ‘학습’이다. 구성원간의 절대적인 신뢰는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지속가능해지기 마련이다. 오래된 관계의 축적을 통한 신뢰의 확인 없이 협동경제는 성공할 수 없다. 지속가능한 신뢰의 확장은 끊임없는 학습에 기반 하지 않고는 오래갈 수 없다. 매 주 학습하고 성찰하는 걸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공동체는 늘 갈등과 반목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평범한 살림살이다. 그래서 더욱 그것을 어떻게 조절 통제하고 신뢰로 승화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학습과 성찰의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넷째, ‘작고 소박하게’이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의 협동 경제는 한마디로 사회적 의미와 역할에 기반한 ‘가치’ 동업이다. 그러나 동업은 대체로 실패하기 마련이다. 규모가 크고 사람이 늘어갈수록 그 실패의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진다. 그래서다. 작고 소박하게, 마을에서 사는 주민들이 그 마을에 거점을 두고 만들어 가는 구조라야 좋다. 사람중심 마을중심이라고 해야겠다. 큰돈을 벌수는 없다. 그러나 큰 위험 없이 큰 행복을 추구하는 걸 목표로 한다. 행여 수익이 생기면 마을기금 혹은 지역사회 공유자금으로 축적한다. 뜻이 좋아야 그 과정이나 결과에 따라 분열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당장의 성과보다 오래도록 길게 궁리하고 신뢰를 축적하는 관계망을 우선시 한다. 그래야 온전히 사회적경제 혹은 협동조합이 ‘좋은 사람들과 좋은 뜻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충만하게 된다. 그러면 무너지지 않는 기업이 된다. ‘사업’이 아니라 ‘살림’이 되는 것이다.
다섯 째, ‘유능함’이다. 좋은 뜻만 있고 ‘경영 능력’이 없으면 안 된다. 영리기업 이상의 수고와 노동이 필요하고, 부단히 제도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전문가들과 상의하는 부지런함을 보여야 한다. 워크숍이든 강연회든 관련 저서와 자료, 논문들을 접하고, 선진지 견학과 선구자들과 자주 어울려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공부와 경험과 신뢰와 마을 속에서의 관계가 깊어지고 쌓이고 하다보면, 새로운 상상력을 통해 또 다른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그것이 바로 협동의 힘이고 협동경제, 사회적 기업의 긍정성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자립’이다. 나랏돈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기 지갑부터 열어 먼저 나누자는 원칙과 줏대를 세워야 한다. 국고보조금은 근본적으로 '지원'일 뿐이지 창조적 '생산'은 아니다. 자립은 외부지원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부출자와 생산,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서 가능할 때 진정한 자립이며, 그러한 경제적 자립이 실천의 독립까지 보장할 수 있다.
그렇다. 주민들의 염원을 주민 스스로의 결사와 동맹으로 실현해 가는 협동의 마을, 협동의 경제는 가능하다. 어쩌면 실패한 자본주의를 넘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출구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영광 곳곳의 마을과 골목에서 이러한 협동의 경제가 다양하게 꽃피어나길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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