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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17] 공로 찬탈

 

본론을 말하기 전에 우선 그림 감상부터...

괴산군 감물면에 조성한 유색벼 논그림입니다.

 2008년 작품

 

2009년 작품

 

그리고, 무수한 언론 보도...

 충청투데이20090722

 

 

2008년초부터 괴산군 공무원 한 사람이 아내의 사무실에 뻔질나게 드나듭니다.

와서는 그림의 주제와 그림 그리는 문제에 대해 말하곤 그냥 가기를 여러 번...

자기 생각은 없이 뭘로 했으면 좋겠냐며 떼쓰듯이 아내에게 매달립니다.

기껏 내봤자 임꺽정 그림이 어떻냐는 둥 호랑이가 어떻냐는 둥, 그런 얘기만 합니다.

그러면 돈은 좀 줄거냐고 물으면 자금이 거의 없어서 별로 드릴게 없다며 말로 때우고...

이렇게 되면 책임감 강한 아내는 내게는 물론 그때 함께 있던 딸아이에게도 물으며 고민에 빠집니다.

그러다가 '농악놀이'로 하면 어떨까 싶어 그 주제를 알려주면 그 공무원은 좋다고 박수칩니다.

그렇게 논그림의 주제가 선정되면 몇차례 현장을 방문해서 지형을 자세히 보고, 위성사진을 통해서 보다 정확하게 파악합니다.

그리고 얼마후 아내와 딸아이가 그림을 그려냅니다.

아래의 그림들이 그 중간 과정에 그려진 것들입니다.

 

 

 

 

이런 과정을 여러번 거치고 수정하다가 논에다 그리면 맨 위에 있는 논그림으로 나타납니다.

2009년도 작품도 똑 같은 과정을 통해서 창조되었구요...

 

그렇게 논그림이 완성되니까 매스컴이 난리가 나더군요.

그 담당공무원은 기자들 때문에 거의 논에서 살고, 큰 언론사가 나타나면 어김없이 군수가 함께 화면에 모습을 비췹니다.

5월에 심은 유색벼 모가 7월 8월을 거치면서 다양한 색상으로 변화를 거듭하지요.

그리곤 가을에 색상별로 벼를 수확합니다. 다음해에 써야 하기 때문에 잘 보관해야죠...

 

그러다가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 담당공무원이 무수한 언론을 통해 드러났고, 급기야는 많은 표창을 받았더군요.

우리로서는 아, 그랬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좀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림의 주제선정부터 그림그리기까지 모두 '군정연구동아리 농촌사랑'에서 했다는 걸로 언론에 나오더군요.

이게 뭔가 하고 생각하다가 때마침 다음 해의 논그림 때문에 찾아온 담당공무원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왜 너네가 다 했다고 하느냐고 물었죠.

답변인즉슨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민간인과 함께 하였다는 걸 말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왜 그래야 하느냐니까 답변을 못해요...

 

이렇게 설왕설래 하다가 2010년 봄에 드디어 사단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해의 논그림 주제를 '그네타는 여인'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주제를 알려주니 담당공무원이 좋다고 한 후에 아내는 그림 그리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느날 찾아온 공무원에게 아내가 불같이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올해에도 너네 공무원이 다 했다고 할거냐고 물어서 그래야 한다는 공무원의 답변이 돌아오고 나서였습니다.

뭐 이런 사람들이 있느냐고 하며 이제는 이 일에서 손을 떼겠다는 선언을 하였습니다.

이건 아내에게는 자존심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영리행위를 하지만 나름대로 예술가적 소견으로 접근하는 아내였기에 그런 감정이 더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런 후에 담당공무원은 누군가의 디자인 작업을 통해 그네타는 여인을 논에다 그려냈더군요.

그 다음 해에는 호랑이, 토끼 등등의 그림들이 나타났구요.

문제는 이런 공무원들이 자신들만 잘했다고 해서 그런지 온갖 포상을 독차지 하였습니다.

특히 담당공무원은 '2010 지방행정 달인'에 선정되기도 합니다.

그후 승진은 물론 당시 담당계장은 지금 괴산군농업기술센터 소장으로 자리잡고 있구요...

어쩌다가 그들이 아내를 보면 아는 척은 물론 차가운 눈초리만 날라온답니다.

공로 찬탈의 한 경우가 이것입니다...

 

서울신문 2011-01-3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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