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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을 보는 또 하나의 시각

 

다양성은 사회의 버팀목일 수 있다.

여러가지의 소리가 하나로 화합되어 나온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터.

영화 '변호인'을 본 소감이 다 똑같을 순 없으니 그 다른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겠다.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만난 글이다.

페친도 아닌데 떠돌아다니다가 걸려서 한참을 읽곤 캡춰해왔다.

 

우선, 그의 단상1에서는 참신한 시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신화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것은 매우 적실하다고 보여진다.

이 부분에서는 특별히 딴지를 걸고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문제는 단상2에서부터 시작된다.

'신화화'의 문제점으로 '무오류주의'가 관철된다고 한다.

그리하여 "사안을 냉철하게 수용하기보다는 익숙한 신화의 틀 안에 집어 넣으려 한다"고 지적한다.

일면 타당한 지적인 듯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너무 일반화시킨다는 생각이 든다.

 

 

보다 심각한 것은 단상3 부분이다.

'신화화'의 결과로 '홀림'현상이 나타나는데, 이 홀림이 이른바 '빠' 문화의 자양분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빠'의 문제는 공부도 안하고 설득의 논리가 없어 맹목적 추종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 또한 너무 '일반화'시킨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게된다.

그래서인지 이 필자의 페친조차 한마디 한다.

"빠들을 너무 낮게 보는 것은 아닌지.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지지 측면에서 본다면 해석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결정적인 문제는 맨 마지막 문장에 나타난다.

"세계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은 홀림에 빠진 영혼이 아니라 끊임없이 의심하고 회의하는 성찰적인 영혼이다. 호남이 DJ를 신화화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의 문장은 당연히 옳다. 그런데 뒷 문장은 어폐가 있다.

"호남이 DJ를 신화화하지 않았다"는 말은 그에게 신념체계가 아닐까?

그 말을 그 스스로가 믿는지는 몰라도 비호남인들은 호남인들이 DJ를 너무 신적인 인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DJ를 지지했던 그룹 가운데 비호남인들 정도만 그를 신화화하지 않고서 그를 밀었던 것이 아닐까?

굳이 호남과 비호남을 구분할 문제는 아니지만 이 필자는 너무 호남인의 시각에서만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정작 이 필자가 하고싶은 얘기는 그 마지막 문장에 담겨있지 않나 싶다.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처럼 DJ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너희들 '노빠'들과는 달라...

우리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회의하는 성찰적인 영혼'이지만 너희들 '노빠'는 '홀림에 빠진 영혼'일 뿐야...

이를 보통의 말로 하면,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를 신화화하는 '빠'들이지만, DJ를 지지한 호남 사람들은 '빠'가 아닌 '정상적인 유권자'라는 구분이다.

이는 친노무현과 친김대중을 구별하여 차별적 우월성을 갖고자 하는 것으로 읽힌다

 

이 필자의 글은 몇가지 문제를 드러낸다.

 

우선, 사회과학적 개념들을 개념규정없이 무차별적으로 사용한다.

'신화화' '무오류주의'등의 사용이 그것이다.

나아가 신화화의 범주와 '빠'의 범주 문제는 어찌 규정할 것인가...

 

다음, '노빠'에 대한 평소의 (부정적) 감정/편견을 과도하게 글에 삽입하였다.

단상1에서의 신선한 느낌이 단상3에 오면 오도된 감정의 찌꺼기로만 남는 건 그 때문이다.

이런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노무현 당시의 후단협 사람들과 오버랩 되는 건 과연 우연일까...

 

마지막으로, 인간의 소신과 역사에서의 인물의 역할에 대한 단절이 심하다.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라도 그 혼자 이룰 수 있는 일은 극히 드물다.

단체를 조직하든 어느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지도자를 지원하든, 함께 이루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함께 활동하다가 그 지도자가 내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단체는 아니지만 넓은 범주에서 민주진보진영의 일원이라면 함께 어우러져서 옳은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렇게 한 인물을 높이려고 다른 인물을 폄하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에 이순신을 높이려고 원균 장군을 흠집냈던 역사적 사실에 그 교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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