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유서'를 읽으며
전태일의 유서를 읽습니다.
23세살의 젊은이가 쓴 세상에 대한 마지막 글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저 나이에 어떻게 저런 원숙한 생각을 할 수 있나...
육십이 다 되어가는 이 나이에도 생각할 수 없는 말을 그는 20대 초반에 끄집어냅니다.
아, 그래서 '전태일' 그 이름을 세상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거 겠지요...
평이한 듯한 이 글을 아마도 몇번이고 더 읽어야 그의 속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나를 아는 모든 나여'라거나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라고 당당히 소리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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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huntaeil.org/section2/zar/img/20jesu.htm
사랑하는 친우여, 받아 읽어 주게.
친구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부탁이 있네.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잊지 말아 주게.
그리고 바라네. 그대들 소중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하여 주게.
뇌성 번개가 이 작은 육신을 태우고 꺾어 버린다고 해도,
하늘이 나에게만 꺼져 내려온다 해도,
그대 소중한 추억에 간직된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을 걸세.
그리고 만약 또 두려움이 남는다면 나는 나를 영원히 버릴 걸세.
그대들이 아는, 그대 영역의 일부인 나
그대들이 앉은 좌석에 보이지 않게 참석했네.
미안하네. 용서하게. 테이블 중간에 나의 좌석을 마련하여 주게.
원섭이와 재철이 중간이면 더욱 좋겠네.
좌석을 마련했으면 내 말을 들어 주게.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어쩌면 반지(돈의 힘)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않기를 바라는,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이 다 못 굴린 덩이를,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 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굴리는 데, 굴리는 데,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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