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15] 인간과 인격, 그리고 관계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가 가까웠던 어느날.
그날따라 평소 자리를 함께 하지 않던 분과 한 테이블에 앉았다.
물론 단 둘만의 자리는 아니었고, 여섯명이 모인 자리였지만 그분이 바로 내 옆에 앉고 친구가 앞에 앉는 형세였다.
알게 된 것이야 벌써 8~9년이나 됐지만 그때까지도 그럴만한 일이 없었다.
이런저런 모임에서 만나면 멀리서 목례를 하거나 악수를 하는 정도로 모든 만남은 종결되었다.
지역에서 존경받는 인사였던 그분은 젊은 귀농자들의 우상이었다.
게다가 지역의 진보적이고 생태적인 인맥을 지원하고 때로는 지시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래서 지역분들과 젊은이들은 그분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기를 원했고 그분도 그런 그들과 자주 술자리를 하곤 했다.
다만 나로선 딱히 그럴 마음도 없었고 그럴만한 상황도 주어지질 않았다.
그러던 차에 그렇게 만났지만 그 자리는 처음부터 뭔가 어색했다.
선거정국이었던 그 당시의 대화의 주제는 단연 선거 이야기였고, 나로서도 내가 가장 궁금한 주제를 그분에게 물어봤다.
"한나라당은 물론 야당에서조차 '친노프레임'이라는 말을 쓰는데, 그 말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입니까?"
그로부터 곧 답변이 들려온다.
"나는 민주당의 아무개 국회의원 등과 동창이어서 서울에 가면 그들을 만나서 흘러가는 정국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고 온다. 당신처럼 이런 시골에 사는 사람이 뭘 아느냐."
단지 그 얘기 뿐이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그랬다.
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어디에도 없고, 너처럼 시골에 사는 사람이 뭘 안다고 떠드느냐며 무시하는 얘기였다.
나름대로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인 그로부터 들은 유일한 말이 나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거라니...
충격이었다.
그런데도 그때 나는 제대로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더 심하게는, 소리를 지르지도,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도 못했다.
한마디도 못하고 그 자리가 끝날 때까지 그냥 앉아있기만 했다.
그때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그 생각만 하면 온 몸에 열불이 솟는다.
바보...
어제, 그 당시 자리를 함께 했던 친구와 그분을 존경하는 후배가 있는 자리에서 이 얘기가 나왔다.
그 친구가 내가 말하는 상황을 증거해주니 후배가 엄청 놀란다.
나의 경우에도 그 상한 기분이 여전히 남아서 불쾌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만든다.
나쁜 새끼...
아.... 크리스마스날 기억치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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