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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산인 이야기/마리산인 마음

내 벗

by 마리산인1324 2014. 4. 7.

내 벗

 

말리크는 이웃집 젊은이의 방종한 품행이 몹시 거슬렸다.

그래도 누군가 꾸짖어 주려니 하며 한참 두고보기만 했으나, 도저히 더는 못 보아 줄 지경에 이르자, 말리크는 젊은이를 찾아가 타일렀다.
젊은이는 그러나 눈 하나 까딱 않고, 도리어 은근히 경고하는 것이었다 - 자기는 술탄의 총애를 받고 있으니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고.
"그럼 내가 술탄에게 알현하여 간언하지."
"그런다고 술탄이 날 달리 생각하실 줄 아쇼?"
"그럼 하늘에 계신 창조주께 아뢰겠다."
"그분이야 날 나무라시기엔 너무 너그러우시죠."
말리크로서는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어, 에라 나도 모르겠다며 내버려 두었다.

 

얼마 뒤에는 공론이 들끓을 지경으로 젊은이의 평판이 나빠졌다.

말리크는 다시 의무감을 느껴, 단단히 한번 나무라기로 마음먹고 젊은이의 집을 향해 걸어가는데-
문득 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건드리지 말아라. 내가 아끼는 벗이니라."
그만 얼떨떨해진 말리크는 젊은이의 집에 이르러서도 할 말을 잊고 있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나무라러 왔는데... 오는 길에 한 목소리가 들리더군. 당신이 아끼시는 벗을 건드리지 말라고."
난봉꾼의 얼굴빛이 달라졌다.
"그분이 날 벗이라고 부르시더라구요?"
그러나 이미 말리크는 그 집을 나온 뒤였다.

 

몇해 뒤, 말리크는 멕카에서 이 사나이를 만났다.

그 목소리 이야기에 얼마나 감격했던지, 그는 가진 것을 다 버리고 뜨내기 거지가 되었더란다.
"... 그리고 벗을 찾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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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전에 앤소니 드 멜로 신부의 책을 대부분 섭렵했다.

그 책들 가운데 가장 마음에 남아있는 글이다.

몇번이고 펑펑 울기까지 하면서 봤었다.

최근에 우연히 다시 보면서 이전 기억이 새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