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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산인 이야기/2문광 동막골

입주축문 /정상일(2014.11.2)

by 마리산인1324 2015. 9. 3.

입주 축문

 

좋은 땅에 좋은 사람들이

 

하늘의 별은 돌고 돌아 어느덧 갑오년 무진월 정축일이라, 서기 이천십사 년 십일월 이일에 이르니, 만물은 스스로 익어 땅으로 내리고 인간의 일도 저절로 여물어 그 기쁨을 거두는 바, 이 좋은 시절을 당하여, 대한민국 충청북도 문광면 광덕338번지, 이 좋은 복락의 땅을 빌어 집을 짓고 기쁘게 깃드는 홍종철과 심순영은 겸허한 마음으로 삼가 천지신명께 고하나이다.

 

예로부터 땅을 가리던 것은 몸을 깨끗이 하고자 함이요, 날을 가리던 것은 마음을 정갈히 하고자 함이니, 이 땅을 가려 집을 지었으되 내 땅이라 오만하지 않을 일이요, 오늘을 정하여 몸을 의탁하되 우리만의 집이라 욕심내지 않을 것이니, 이에 정다운 동무들과 다정한 이웃들을 기꺼이 청하였나이다. 서로 웃으며 주고 받는 덕담이 당신께 드리는 소박한 축원이요, 함께 취하여 나누는 한 잔의 맑은 술이 세상에 바치는 감사의 몸짓이라, 오늘의 이 작은 잔치가 오로지 대동의 향기와 위안의 온기로 가득함을 어여삐 여겨주시옵소서.

 

인간의 유한함을 일찍이 깨달아 당신을 의지하옵나니, 이는 분수 밖의 복을 바라는 뜻이 결코 아니라 미리 스스로 경계하여 겸손코자 함이니, 광채 없이 드러난 말을 보지마시고 그 속에 감추어진 진심을 보아주시옵소서. 한 번도 지친 새를 쫓아내지 않는 천년의 나무처럼 사나운 바람은 막아주시고 거친 비라면 덮어주옵소서. 정겨운 숟가락 소리에 언제나 윤이 나게 해주시고, 두 사람의 작은 행복이 이웃까지 넘쳐 자라도록 살펴주시옵소서. 살면서 겪어야 할 인간의 아픔과 슬픔이 있다면 신명의 도움으로 어루만져주시고, 그 끝에서 피어나는 이 집의 평화가 온 세상으로 곱게 번져가게 하시옵소서.

 

전날 믿음과 용서로 상량을 한 위에 오늘 다시 사랑과 포용으로 입주를 하옵나니, 이 집을 지나는 여름날의 태양과 봄날의 빗소리가, 가을날의 바람과 겨울날의 구름들이 오로지 온순하고 후덕한 노래로써 남은 날들을 축복하게 하시고, 걸어온 길보다 더 멀리 남아있는, 그 모든 길 위에 행복의 씨앗들을 날려주시옵소서.

 

사람이 제 할 일을 정성껏 다 한 뒤에도 하늘의 뜻을 묻던 것은 고금의 상례이기에, 오늘 깊이 삼가고 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축원을 올리오니, 한 사람의 말을 천 사람의 목소리로 크게 들으시고, 한 배의 정성을 만 배의 치성으로 넓게 받으시어,

 

오늘, 이 좋은 집들이의 자리에 부디 빛나는 신명 보우를 내려주시옵소서. 삼가 간소한 주과로 더불어 깊이 바라옵니다.

 

상향.

 

2014. 11. 2

- 정상일-

입주 축문-정상일20141101.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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