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의 존재
내 샥시가 40대 후반의 나이에 철학을 공부하겠다며 학사편입했던 약 10년 전.
어린 학생들과 함께 듣는 수업시간에 교수가 샥시에게 질문을 한다.
“남편의 직업이 뭡니까?”
‘농민’이라고 대답을 하니 교수가 학생들을 향해 한 마디 한다.
“너희들도 이분처럼 비록 ‘농민’이라도 당당하게 말할 줄 알아야 한다.”
그 말을 듣고 샥시는 그 말이 뭘 의미하는지 한참 생각한다. 얘기인즉슨, 그 교수의 머리에는 ‘농민’은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샥시가 씩씩하게 답변을 하니 매우 의외였던 모양이다. 꽤나 유명한 동양철학자요, 운동꾼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일반 시민들로부터 존경은커녕 무시만 당하지 않아도 다행인 사회에 ‘농민’은 존재한다.
(오늘 새벽에 내린 동막골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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