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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이야기/괴산 비평

괴산군의회 의원님들께 드리는 글(070114)

by 마리산인1324 2007. 1. 14.
 

괴산이 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요

- 괴산군의회 의원님들께 드리는 글 -

 

 


괴산군의회 의원님들, 안녕하세요. 평안하게 잘들 지내시는지요.

저는 청안면에 사는 주민입니다.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게 더운 여름을 예고하는 징후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분주하게 처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으실텐데 어쩌면 이런 날씨가 의원님들의 업무를 돕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모쪼록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라고, 또한 군정을 지혜롭게 헤아려주시길 부탁드리면서, 평소에 제가 의원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을 글로 표현하여 보고자 합니다. 비록 어줍잖은 글일지라도 깊은 인내심으로 읽어주십시오.


1. 의회와 집행부의 역할은 같아야 하는가?


우선 여기에서는 의원님들도 너무나 잘 아시는 말들을 서두로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합니다. 얘기인즉슨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라고 하는 권력분립과 견제와 균형 같은 얘기들입니다.


모름지기 민주주의 정치체제에 있어서 삼권분립론은 원래 국가권력과 그것을 행사하는 사람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하여 생긴 것으로서, 국가권력을 분산・약화시킴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확보하려는 원리입니다. 여기에서 단순히 권력의 분리라 함은, 구분된 권력이 서로 대등하고 독립인 기관에 배분되고, 각 기관이 두 가지 또는 모든 권력을 장악할 수 없는 것을 말합니다. 이에 반해 권력의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이란, 권력의 남용과 자의(恣意)가 철저히 방지될 수 있기 위하여는 권력의 분리 뿐만 아니라, 서로 종속관계에 서 있지 않는 국가기관 상호간에 있어서 작용상의 공동관계를 가지게 하고 서로 억제하고 견제하고 보완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의원님들께서도 아시다시피 이 원리는 지방자치단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기관대립형의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 하에서는 군의회와 집행부는 지방자치발전을 이끄는 쌍두마차라고 봅니다. 즉 괴산군 발전의 양 축인 의회와 집행부가 각자의 역할과 기능을 성실히 수행하고 군정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그 역할의 차이가 드러나는 바, 주민이 직접 선출한 ‘주민의 대표기관’인 의회는 민의를 수렴하여 의정에 반영하고, 집행부는 이를 성실히 집행하는 가운데 상호 균형을 유지하면서 동반자적 협력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이 지방의회의 본디 기능이라면 이러한 지방의회와 집행부가 제 역할을 다했는지에 대해 주민 스스로 꾸준히 감시해야 하고, 언론 또한 그 역할을 감당해야만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괴산군에서는 괴산군의회가 그 본연의 권한인 동의권과 의결권・행정감시권을 통하여 집행부를 유효적절하게 견제하고 감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괴산군의회의 역할과 기능을 무시하는 듯한 신문기사를 접할 때가 있습니다. 즉 준비되지 않은 군수의 선거공약에 군의회가 이의를 제기하자 “군민 검증을 받은 선거 공약을 송두리째 묵살시킨 처사”라고 하면서 “군정 발전에 발목”을 잡는다고 비난합니다. 또한 집행부와 “상호 의견일치를 이루지 못한다”느니 “손·발이 맞지 않는다”느니 하면서 괴산군의회의 정당한 집행부 견제 비판기능을 폄훼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청와대와 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는 정책을 국회는 그대로 받아들여줘야만 하는가?”


정말 그렇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국회는 집행부의 정책을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정당한 권한과 기능이 있습니다. 그 정책에 대하여 잘잘못을 따지거나 그 의도를 추궁하거나 수행능력을 타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괴산이라는 작은 범주로 좁혀서 볼 때에도, 괴산군청과 군수가 제안하는 정책에 대해 괴산군의회는 보다 깊이있는 검토를 통하여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며, 나아가 집행부의 준비부족과 정책수행 능력 등을 따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과 주민들은 의회의 합당한 역할과 기능을 무시한채 적절하지 않은 비난을 하면서 괴산군의회를 흠집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그건 아닙니다. 괴산군의회는 괴산군청의 정책을 의결・동의하거나 행정감시기능을 통하여 군청을 견제할 권한과 책무가 있습니다. 의회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하지 않으면 도리어 직무유기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집행부는 의회를 설득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할 책임만이 있는 것입니다. 합창을 함에 있어서 알토, 소프라노, 베이스, 테너 등의 소리가 비록 각자 다른 소리를 내는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화음을 이룸으로써 하나의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비록 군청과 군의회가 다른 위치에 있지만 하나의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군수의 견해와 제안이 언제나 합당하고 적절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민의 대표기관인 군의회가 그것에 대해 깊이있게 심사하여 판단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괴산군의회는 매우 적절한 업무를 행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언론의 명분없는 딴지걸기에 흔들리거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괴산군의회 의원님들께서 어느 누구보다 당당하고 소신있게 의정을 처리하시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시길 바라면서 그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 괴산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가?


그러면 우리 괴산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어 가야 할까요? 아마도 괴산군의회나 군청에서도 가장 많이 입에 올리는 말이 ‘개발’ 내지 ‘발전’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말은 어떻게 개념규정되고, 어떻게 이해되어야 할까요? 이 또한 의원님들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제 생각을 두서없이 올려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통상 사전적 의미에서 나타나는 “토지나 천연자원 등의 물질적인 것과 산업이나 경제 등 사회 전반적인 요소를 발전하게 하는 것”을 '개발'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우리 괴산의 형편으로 보자면, 사리에 지방공단을 조성하여 첨단산업체를 유치하거나, 대순진리회 계열의 대학을 세우거나, 진로 공장을 유치하거나, 발효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등의 일을 벌이는 것을 말하는 것일 겁니다. 그럼으로써 괴산군의 세수가 증대될 것이고, 그것으로 괴산군민을 잘살게 하기 위한 정책을 보다 다양하게 펼쳐간다는 의도까지 나아가겠죠.


그렇다면 여기에서 우리가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괴산이 '발전‘하면 괴산군민이 ’잘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발전‘이 주민의 ’삶‘과 직결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서 주민들이 잘 살게 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물론 물질적인 풍요를 말하는 것만은 아니겠지만 얘기의 연장선상에서 보자면 경제적인 문제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집니다. 예를 들어서, 쌀로 유명한 이천(利川)에는 박정희시대부터 많은 공장이 들어섰습니다. 우리 식대로 표현하면, 많이 ’발전‘되었습니다. 군에서 시로 승격되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렇다면 그 주민들은 얼마나 잘 살고 있을까요? 단순한 농업군에서 벗어나 이웃 지역보다 조금 더 잘 살 수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잃은 것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그들은 자연을 잃었습니다. 물이 죽었습니다. 산과 들이 사라졌습니다. 대표적인 농산물이던 이천쌀이 이제는 도시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앞으로는 ‘자연’이라는 품목이 부가가치 높은 자산이 됩니다. 살아있는 물과 산과 숲이 무한대의 재산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죽어가던 서울의 청계천이 살아났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니 그 개발론자가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명되는 상황입니다. 속된 말로 표현하면, 청계천 한 방에 그가 떴습니다. 그런 그가 대운하를 내세우고 있으니 그의 계획대로라면 장연면 방곡리에서부터 박달산 밑으로 수로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여하간 수도권을 비롯한 도시지역에서는 자연을 살리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청계천을 살리니까 경기도에서는 안양천을 살리려고 논의합니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외치는 일부 건설족들의 말과 달리 규제가 지속되면서 자연을 살리는 방향으로 큰 흐름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수도권을 흔들고 지나간 개발바람이 지방으로 내려와 이제는 괴산에도 세차게 불어올 모양입니다. 그토록 오염되었던 청계천은 살아났는데 괴산읍의 동진천은 점차 죽어가고 있고, 서울 남산의 외인아파트를 헐면서 산과 숲을 살려가고 있는데 발효산업단지니 첨단산업단지니 하면서 괴산의 산과 들이 까뭉개지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산업개발로 얻는 것은 자연의 죽음이자 건설족들의 이득일 뿐, 주민들의 삶과는 너무나 무관한게 현실입니다.


앞으로는 살아있는 ‘자연’을 보존하는 지역만이 잘 살게 됩니다. 자연이 파헤쳐진 곳으로는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습니다. 특히나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인간의 본능으로 인해서 도시민들이 찾아가는 곳은 자연이 살아있는 곳일 뿐입니다.


여기에서 저는 괴산군의회 의원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의원님들이 집행부의 정책을 심사할 때에도, 또한 조례와 예산안을 심사할 때에도, 괴산의 미래발전전략을 모색할 때에도 자연을 살리면서 할 수 있는 길을 염두에 두고 해주십시오. 자연이 훼손되지 않은 괴산, 자연과 더불어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괴산을 만들어 주십시오. 주민들의 전적인 호응을 받는 시민단체와 언론이 없는 우리 괴산으로서는 괴산군의회만이 집행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의원님들께 호소하는 것입니다. ‘주민의 대표기관’은 괴산군의회입니다.


3. 장연골프장이 괴산 경제를 살찌우게 할 수 있나?


마지막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 장연골프장 건설문제입니다. 군수는 꼭 추진하겠다고 여기저기에서 말하고 다닙니다. 안하면 큰일이 나는 양, 거짓 자료까지 흘리면서 말입니다. 장연면 송덕리 송동 주민 가운데 한두 사람만이 골프장 조성에 찬성하는 것을 거꾸로 얘기하고 있고, 몇군데 골프장을 가봐도 환경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지방세 수입이 10억 가량 되어 괴산군 재정에 큰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가장 주요하게 들이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세 수입은 전국 평균 18홀 기준 5백억 투자비용에 5억입니다. 그 중 종합토지세와 1회성 수입인 취득세를 제하고 나면 2-3억이 남는데, 요즘의 특소세 인하 붐과 골프장 유치로 인한 각종 민원해결 비용까지 생각하면 괴산군 재정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입니다.

 

게다가 고용의 경우도 총무팀, 코스관리팀, 홍보팀, 경기팀 등의 인력은 대부분 현지고용이 아닌 전국적 단위의 전문 인력입니다. 현지 고용은 농약살포나 풀 관리 등 비정규직 고용이 대부분이어서 의미있는 고용창출효과도 없습니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가능성도 거의 없습니다. 의원님들께서도 아시다시피 장연골프장 내에는 게스트 하우스가 설치될 예정이기에 근처의 음식점과 숙박시설에 도움이 될 상황이 아니고, 게다가 10분도 안걸리는 곳에 수안보가 있으니 괴산은 공연히 자리만 마련한 꼴이 될 것입니다.


또한 군수는 환경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극력 부인하고 있는데 이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그는 어디서 들었는지 그는 뉴질랜드의 예를 주로 들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실제로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참혹합니다. 1백60만평 기준 연간 25톤 규모로 뿌려대는 농약사용은 압력차에 의해 심층 지하수까지 오염시키고 있으며, 농민들의 유기농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게 됩니다. 여기에 골프장은 보통 일반 가정 5백 가구가 한달을 쓰는 1천톤을 하루에 2백 미터 지하에서 대규모로 뽑아 쓰며, 이러다보면 농수와 간이식수장 등 지역주민들이 50미터 밑에서 끌어다 쓰는 지하수가 다 말라버리게 됩니다. 골프장 근처 주민들의 음용수에 매우 치명적인 해독를 끼치는 이 현실을 군수는 못본체 하고 지나가려 합니다. 친환경으로 운용되는 골프장은 국내에 한 곳도 없는게 현실인데 이를 호도하고 있습니다. 결국 골프장 주변의 자연은 완전히 죽게 됩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게되는 인간의 삶도 황폐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저는 괴산군의회 의원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장연골프장 조성이 가져올 자연적・환경적 폐해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해주셔서 의원님들께서 이 사업을 의회 차원에서 막아주십시오. 일부 건설족들과 개발 관료들이 함부로 휘두르는 칼에 괴산의 산과 물이 죽어가는 것을 막아주십시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뿐 아니라 미래의 우리 후손들까지 쾌적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열쇠가 의원님들께 달려있습니다. 의원님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면서 이 글을 맺습니다. 고맙습니다.

 

2007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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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군의회 답변>

의사담당 조태승

2007. 1. 23.

 

1. 정해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소망하시는 모든일들이 다 이루어 지시길 기원드리 며, 활기차고 풍요로운 군정발전과 의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고견을 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 괴산군의회는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항상 민의를 수렴하고 괴산군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통하여 지방자치발전을 이끄는 쌍두마차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다하여 군민과 함께 열어가는 의회를 만들것을 약속드리며, 아울러 괴산의 미래가 개발과 보존의 조화를 통하여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삶의 질이 향상될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