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군 새해영농설계교육 유감
2007년도 새해영농설계교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참여 속에서 강의를 듣고, 도전을 받으며, 새해 농사를 어떻게 지을지 고민하게 합니다. 또 한해의 농사가 시작되는구나 하는 얼마간 들뜬 마음을 가진 농민들을 위해 강사는 나름대로의 교안를 준비하여 강의를 합니다. 꽤 오래 전부터 이런 교육이 지속된 것 같은데, 많은 농민들처럼, 농민인 저도 몇 년간의 피교육생 경험을 통하여 많은 것을 배우고, 농사에 접목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괴산군에서 행해지는 새해영농설계교육이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기서 특히 영농교재와 강사의 자세 등이 눈에 띄게 지적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만, 이는 제가 참여한 3군데의 교육(1월 8일 절임배추교육, 9일 옥수수교육-장연, 12일 벼 고추 교육-청안)에서 드러나는 한계적 문제점이 있음을 이해하여주시고 얘기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1. 영농교육 교재
지난 몇 년간의 영농교육교재를 다 끌어내서 찬찬히 들여다보며 비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꼭 이런 교재를 만들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 이전 교재를 보지 못한 옥수수와 절임배추 교재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벼와 고추 교육교재는 문제가 있습니다. 매년 조금씩 내용을 바꾸고는 있지만, 단순한 글자의 변화된 나열일 뿐, 별다른 특징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벼 품종개발에 대한 논의가 왜 계속해서 교재 속에 들어가야 하는지, 벼농사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들이 들어간 책자를 왜 해마다 발행・배포해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괴산군의 지형과 기후에 알맞은 하나의 벼농사/고추농사 매뉴얼을 만들어 일반 농가에 배포하되, 새해영농설계교육 때에는 지역 농민들이 꼭 들어야 하고 알아야 할 내용만 간단하게 만들어 발행・배포・강의하는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공통과목이라 하여 3개의 글이 벼농사 교재 이외의 모든 교재에 실려있습니다. 예컨대, 2007년에는 ‘세계화와 한국농업의 동거’, ‘GAP/이력추적관리제도 추진요령’, ‘농약안전사용과 산불예방’이라는 글이 50페이지 분량으로 교재마다 들어있습니다. 본 강의는 옥수수가 46페이지, 배추가 30페이지인데 비해, 이는 그보다 더 많은 분량이 공통과목이라는 이름으로 각 책에 첨가되어 있는 것입니다.
괴산군 농업기술센터는 재정이 꽤나 충실한 모양이죠? 나눠줘서 끝내버리는 일회성 교재에 그렇게 어설프게 돈을 많이 쓰도록 해놓은게 정말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돈이 없어서 농민들을 위한 영농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다고 떠들고 다닙니까? 30분에 걸친 군수의 치적 홍보 시간을 줄여서, 10분 동안만 간략히 설명해도 될 사안들을 그렇게 돈을 들여서 인쇄하여 불쏘시개로 전 군에 나눠주는 심사는 무엇입니까? 교육담당자의 부실한 기획 책임인지 그 누구의 견해에 의해 시행된 것인지는 몰라도, 이 정도 의식으로 괴산군 농민들을 ‘지도’하겠다는 발상에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2. 강의 내용과 강사의 자세
1월 8일에 있은 절임배추 교육. 도대체 무엇을 배웠는지 지금도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절임배추과 관련이 있는 내용들이 강의되었는지 녹취록이 있으면 정확히 알고나 싶습니다. 교재와 전혀 무관한 내용의 강사를 불러와서 도대체 무엇을 하였습니까?
1월 9일, 장연면사무소에서 있은 옥수수 강의. 새롭게 과장이 되었다는 사람이 잘 나가는 농가에 대해 나열식으로 늘어놓으면서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계속하여 나열만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농민도 그렇게 잘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30분 정도 떠들고 나서야 옥수수 교재와도 무관하고, 대학찰옥수수 재배와도 전혀 관계없는 대학교수의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농민이 배우고자 하는 대학찰옥수수에 대한 강의는 하나도 없이, 자신이 개발하고 있다는 ‘신품종 유색 대학찰옥수수’에 대한 내용만 잔뜩 늘어놓으며 홍보했습니다. 교육을 받고 온 마을 주민들의 원성이 지금도 높습니다.
1월 12일 청안면사무소 벼 고추 교육. 첫 시간에 행해진 고추교육은 강사가 나름대로 준비해온 노력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현재 농민들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이어서 모든 분들이 진지하게 강의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문제는 두 번째 벼농사 교육시간입니다. 처음부터 터지는 말들이 가관입니다. “쌀에 대해서는 교육할 것도 별로 없다.” “쌀 농사는 잘 알테니까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벼농사도 이제는 무농약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판로는 없다... 감물 흙사랑영농조합법인도 쌀을 팔지 못하고 있다... 100명이던 그곳의 회원이 지금은 50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판로는 없다.... 무농약으로 가야 한다....”
식량작물 담당이라는 사람이 한 강의입니다. 도대체 뭐 하자는 교육입니까? 무농약으로 쌀을 생산하되 판로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자는 식의 격려성 발언만이라도 해주던가, 아니면 제대로 무농약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만이라도 강의를 해주던가, 그것도 아니면 차라리 강의를 하지 말던가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식의 농민을 우습게 보는 강의/교육이라면 이제는 하지 마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엉뚱한데 돈쓰지 마십시오.
3. 강의시간에 대한 문제
강의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10시에 강의가 시작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농민들이 다 오시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군요. 절임배추 교육의 경우에는 군수 기다리는데 10분, 군수의 치적 홍보에 20여분이 할당되었습니다. 그리고 2시간 정도의 어수선한 강의로 진행되었습니다.
게다가 강의 일정표에 의하면 강의시간은 오후 4시까지로 되어있습니다. 정작 강의는 점심 시간에 모든게 다 끝났습니다(절임배추 강의만은 오후에도 속개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강사들에 대한 강의료는 어떻게 계산하여 줍니까? 오전 2시간도 안된 시간으로 해서 줍니까, 아니면 하지도 않은 오후 강의까지 계산해서 돈을 지불합니까?
4. 문제의 개선을 요망하며
이런 문제들은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부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가 드러나지 않는 고민은 의미가 없습니다. 이제는 농민들의 참여도 저조하고,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새롭게 변화/개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지금은 이미지시대입니다. 농민들로 하여금 언제까지 이해도 되지 않는 활자에 매달려있게 하겠습니까? 영상과 이미지를 활용하여 이해도를 높여야 하고, 실제 농사에 접목할 수 있는 내용들을 선별해서 교재를 만들고 강의해야만 합니다. 올해와 똑 같은 내용의 교육이 내년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면 여러분의 변화된 의식을 모든 농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2007년 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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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군 농업기술센터 답변>
교육인력육성담당 / 박찬순
님의 애정어린 충고와 배려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새해 영농설계교육은 영농기술부분과 시책교육으로 이루어 지고 있으며 강의 내용으로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들은 교재로 대신해서 읽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GAP인증을 받고자 하는 농가는 GAP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기에 추진절차에 대하여 수록을 하였으며, 공통과목을 별도 제작하는 것보다 영농기술부분과 합본 제작이 효율적이라 판단하였습니다.
새해영농설계교육은 농한기를 이용하여 1월중에 실시하고 있으며 농가인구대비 25%정도의 규모로 성별, 영농기술수준 등의 다양함으로 교과목에 따라 다소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연중 품목별농업인연구회 교육을 실시하여 작목반의 수준과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적하신 문제점은 교육평가를 통하여 2008년 새해 영농설계교육에 반영토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귀하의 소중한 의견과 조언을 부탁드리며, 교육에 참여하시는 한분한분의 귀한 시간의 투자에 만족을 드리는 깊은 책임감으로 농업인 교육에 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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