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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초짜로 시작해 5년에서 7년 경험을 하면서 이제는 일류 목수가 되어 일당을 톡톡히 받으며 일을 다니는 친구들도 있다. 요즘에 우리 현장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하는 목수들도 두 명 정도가 있는데 이들도 몇 달 지나지 않아 일당이 오르고, 목수의 모습이 하나하나 자리 잡혀 가고 있다. 어머니 성화로 들어간 직업훈련소 그러니까 내가 목수의 길에 들어서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이었다. 그때 집안 형편상 대학을 포기하고 서울에서 방랑생활을 할 때였다. 그때는 가방공장, 신발공장, 중국집 배달원 등 서울에서 떠돌아다니다가 시골에 있는 엄니한테 목덜미가 잡혀 충남 논산에 있는 직업훈련소로 끌려갔다. 아니 엄니의 성화도 성화지만 그때는 이미 서울에서의 방랑생활에서 더는 버틸 수도 없었고 갈 데도 없는 상태라 엄니가 제안한 직업훈련소행을 반대할 아무런 힘도 방어할 기력도 없는 상태였다.
천장 공사를 하더라도 머리에 합판을 이고 망치질을 해야 했고, 지금처럼 공구들이 발달이 되지 않아 거의 톱과 끌로 나무를 파고 맞추고 하는 게 전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직업훈련소에서의 기술을 배우는 것도 일반 학교와 마찬가지로 자격증을 따기 위한 이론 학습이 주였고, 실기 학습은 자격증 딸 때 필요한 서까래 맞춤이나 장구 맞춤 등 맞춤이 주였다. 살아가는데 지금껏 한 번도 자격증이 필요 없었는데 왜 그때는 그렇게 목숨 걸고 자격증을 따려고 매달렸는지 지금의 교육정책이나 그때의 직업훈련소에서의 성과주의 교육은 똑같았다.
사포질 하려고 자격증 땄나? 그렇게 자격증을 따고 취직이 되어 간 곳은 군포에 있는 피아노 공장이었다. 그때 한일피아노라고 얼마 있다 망한 회사인데 그곳에서 자격증을 가지고 가서 회사 망할 때까지 임금 한번 못 받아보고 3개월 동안 한 일은 마감인 사포질이었다. 그것도 일당 2300원 정도 받고 3개월 정도 사포질만 하다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거기를 정리하게 되었다. 그따위 사포질을 하려면 왜 목공 자격증을 땄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이후 내가 목수 일을 하면서 자격증이 필요한 때는 한 번도 없었다. 다만 그때 찜통밥 먹고 뭣 빠지게 했던 대패질이나 끌질이나 서까래 맞춤이나 이런 것들이 집을 짓는데 조금 도움이 될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다.
보통 이렇게 현장을 따라다니면 빠른 사람은 몇 개월 만에 중목수가 되고 일 년이 넘으면 웬만하게 못 주머니 차고 다른 곳에 가고, 목수라고 일을 다녀도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된다. 진짜 우리 곁에서 목수일을 배운 친구들이 5년이 넘으면 어디 가서 일류 목수 소리 들어가면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니까…. 요즘 목수일은 공구가 다 한다
예를 들어 타카 같은 건 목수들 20여명이 망치질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타카총을 쏘는 게 더 능률적이니까, 그 옛날 우리가 배울 때처럼 망치질을 열심히 배울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어떤 일류 목수라고 오는 사람들, 공구로만 일을 배운 사람들이 손 대패 날을 빼고 손질을 하라고 하면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오로지 공구가 없으면 일을 못한다. 그리고 나이 많이 드신 분들은 일을 하러 오면 공구를 다루지 않고 꼭 손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구 다루는 걸 두려워하고 손에 익지 않아 합판을 자르더라도 손으로 톱질을 한다. 그러면 요즘 현장에서는 거의 쫓겨나기 십상이다.
목수의 길도 시대가 변한 만큼 변한다. 물론 기술도 변하고. 이젠 옛날처럼 솜씨 좋은 목수들보다 비싼 장비를 누가 더 많이 가지고 있나, 그게 목수의 질을 가늠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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