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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이야기/농업정책

㈜자연농업 부도 위기 파문 확산(농민신문 070117)

by 마리산인1324 2007. 1. 17.

 

<농민신문> 2007/01/17

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133235&subMenu=readcnt

 

 

 

㈜자연농업 부도 위기 파문 확산

 

  자연농업이 파산 초읽기에 들어가 주요 친환경농업단체 가운데 하나인 한국자연농업협회가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자연농업 실천 농민이 토착미생물을 만들고 있는 모습.

파산 초읽기 … 한국 자연농업 기반 ‘흔들’

자연농업 농산물 유통업체인 ㈜자연농업이 파산 위기에 내몰려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영업 부진과 업무처리 미숙은 물론 직원 비리와 대표자들의 책임 회피까지 맞물려 자연농업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농산물 출하대금을 받지 못한 농민과 상인 등 채권자들은 80여명이며 금액은 12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농업은 누적결손과 부실채권 등을 감당하지 못해 영업을 중단한 상태이며 직원들의 임금마저 몇달째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할인점 등에서 받아야 할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사무실 집기 등을 모두 합쳐도 우선 변제해야 하는 직원 임금 등을 제하고 나면 1억원이 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나 현재로선 파산을 피할 길이 없다.

정작 문제는 회사와 한국자연농업협회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사대표인 박경조씨는 지난 연말 채권단 모임에 나와 총 채권액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의 변제를 약속했으나 이후 말을 바꿨을 뿐 아니라 경기 용인의 자택을 처분하고 채권단의 전화 연락을 피하는 등 사실상 잠적 상태다.

이 와중에서 자연농업을 퇴직한 전 직원들이 뉴코아와 아울렛2001 등 기존 거래처에 버젓이 농산물을 납품하고 있어 농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자연농업이 아닌 청록원과 가나안농산 등 다른 사업자의 명의를 사용하고 있고 본인들도 자연농업과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지만 출하하는 농민들은 아직도 자연농업과 거래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일부 농민들에게는 자연농업의 거래명세표를 끊어주고 있다는 것이 채권단의 주장이다. 이들 직원들은 회사 자금 유용 혐의도 받고 있다. 게다가 일부 피해농민들은 출하대금을 한푼도 받지 못한 데 대해 회사와 대표자를 사기죄로 고소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으로 자연농업을 이끌고 있는 조한규 자연농업협회 명예회장의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조 명예회장은 자연농업의 문제이므로 그쪽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채권자들은 “조 명예회장이 법적 책임은 없을지 몰라도 조 명예회장을 보고 자연농업과 거래한 것이므로 최소한의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 8일 경기 이천시에서 모임을 가진 데 이어 11일에는 충북 괴산의 자연농업협회 교육장을 찾아가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모임에 참석한 한 채권자는 자연농업협회 교육 때 조 명예회장이 유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연농업 이용을 적극 권유했던 사실을 들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조 명예회장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덕한 기자





〈사태 배경과 시사점은〉’ ◆사태의 배경=자연농업은 조한규 한국자연농업협회 명예회장이 지난 50여년에 걸쳐 정립하고 보급해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친환경농법 가운데 하나다. 지역과 자연순환 이론에 입각해 친환경자재를 직접 만들어 활용하는 실천방법이 농민들에게 흥미롭게 받아들여지면서 발전을 거듭해 협회 회원수가 1만5,000여명에 이르고 일본과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주목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문제는 사업 분야를 유통에까지 확장하면서 불거졌다. 농림부 관료 출신으로 자연농업협회에 부회장으로 영입됐던 박경조씨가 주축이 돼 2001년 자연농업 교육을 받은 회원들이 생산한 친환경농산물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자연농업을 설립했다. 그러나 의욕만 앞섰을 뿐 구체적이고 정교한 관리체계와 영업능력을 갖추지 못해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다가 끝내 파산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제 ‘자연농업’의 이름을 단 유통체계를 없애버리든지, 아니면 채권단이나 제3자가 인수해 다시 명맥을 유지할지 갈림길에 서있다.

◆파산 원인=물류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해 창고에서 썩혀버리는 농산물이 속출했으며 거래처 관리 미숙으로 불량 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자금 여력 없이 무리하게 경기 파주시에 물류센터를 건립해 부채가 크게 늘었고, 이를 다시 경기 이천시로 옮기면서 큰 손해가 발생했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등 전반적인 영업상황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민들이 회사의 경영상태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연농업의 이름을 믿고 계속 출하를 한 것도 피해를 키우는 한 원인이었다.

◆파장 확산=㈜자연농업의 파산 사태는 단순히 유통업체 하나가 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연농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박경조씨가 자연농업의 대표이사일 뿐 아니라 자연농업협회의 회장도 겸하고 있으며, 조한규 명예회장을 비롯한 자연농업협회 임원진들이 자연농업을 통제하고 이끌어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피해농민들의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시사점=최근 친환경농업단체들이 유통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으나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자연농업의 경우처럼 영업 부진, 혹은 사기에 휘말려 농민에게 큰 피해를 주고 문을 닫는 사례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좋은 농산물과 이를 안정적으로 소비해주는 거래처를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통업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치밀한 준비 없이 농산물 유통시장에 뛰어든 탓이 가장 크다. 운동체 성격에서 벗어나 사업체로서의 관리감독 체계를 갖춰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한살림과 생협 등이 지금의 유통체계를 구축하기까지 수십년 동안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친환경농업 장려정책을 펼치며 생산은 크게 늘었지만 마땅한 판로가 없다는 점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농민들은 농협과 한살림·생협 등 검증된 유통경로로 우선 출하하고, 이 밖의 업체와 거래할 때는 위험 가능성을 항상 고려해 필요할 때는 보증보험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친환경농업단체들 역시 자칫 단체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사안이므로 철저한 준비를 다한 뒤에 유통업에 진출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윤덕한 기자

[최종편집 : 2007/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