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등 한국농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농업개방의 파고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언론재단과 함께 한국농업의 활로와 생존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
농업클러스터, 농촌도약의 시대를 연다'를 기획취재했다. 덴마크, 프랑스, 일본 등 선진 농업국들을 직접 찾아
농업클러스터의 성공사례를 돌아보고, 지역 생산자단체와 연구기관, 지자체 등 산·학·연이 공동으로 참여해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인 지역
농업클러스터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길을 6회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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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터널을 활용해 만든 벼 저온저장창고 내부 모습. 김창훈 경남친환경쌀클러스터 유통사업단 기획실장이 적재된 벼를 확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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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녹차클러스터 사업의 일환으로 화개면에 설립한 하동 차 문화센터 녹차체험관을 찾은 아이들이 녹차 마시는 법을 배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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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 진영읍을 지나 옛 남해고속도로 부산방면으로 가다 보면 화려하게 변신한 폐터널을 만나게 된다. '경남친환경쌀클러스터 유통사업단'이라는 간판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이곳은 경남친환경쌀클러스터 사업의 심장부다. 총 길이 440m에 이르는 이 터널은 한국도로공사가 김해시에 양여했고 유통사업단이 무상으로 임대해 대규모 벼 저온저장창고로 활용되고 있다. 바깥 기온이 섭씨 36도를 넘어서는 폭염이 몰아쳐도 터널 안은 항상 14도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수확한 벼를 이곳에 저장하면 연중 햅쌀 맛을 낸다. 최대 40㎏짜리 6만 가마를 적재할 수 있는 이 터널에 보관된 벼는 김해, 창녕, 산청 등 경남친환경쌀클러스터에 참가하는 작목반에서 생산한 것이다.
친환경 벼 수매 및 유통 사업을 펴는 경남친환경쌀클러스터에는 지역 6개 작목반과 4개 대학, 경남농업기술원 등 2개 연구소가 참여한다. 약 2000여 농가가 친환경쌀 재배를 책임지고 유통사업단은 수매와 판매, 각종 부대사업 등을 맡는 형태다.
유통사업단은 다음달 13일 클러스터 참여농가가 생산하는 쌀의 통합브랜드인 'Q feel'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브랜드 통합과 유통망 확보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경남친환경쌀클러스터 유통사업단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수매자금 확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자금은 벼 수매에 집행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결국 사업초기 유통사업단은 농협을 통해 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허사였다. 나락을 담보로 대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는 수 없이 일반은행의 문을 두드렸고 부산은행으로부터 12억 원을 대출받았다.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작목반 반장들이 개인대출로 충당했고 한 달 1000만 원의 이자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올해 수매량은 5만5000가마로 지난해 3만1000가마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 수매금액도 16억 원에서 45억 원 정도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매자금 확보는 여전한 어려움으로 남아 경남친환경쌀클러스터 사업단의 목을 죄고 있다.
단일품목으로 클러스터가 형성돼 담당 지자체인 하동군이 주도하는 하동녹차클러스터도 녹차체험관 운영이나 연구소 설립 등 외형적인 요건들은 하나 둘 제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다. 여기에다 하동녹차가 갖는 강점인 높은 지명도와 최적의 재배요건이 더해져 명품화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하동군은 시범사업 3년 동안 약 75억 원을 투입해 녹차 생산기반조성과 혁신체계 구축, 산업화 및 마케팅 지원 등을 전개할 계획이다.
외형적인 사업체계 구축과 달리 하동녹차클러스터는 지자체 중심이어서 맹점이 있다. 표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문제는 사업단 수장의 잦은 교체다. 지난해 7월4일 하동녹차클러스터 기획단이 만들어진 이후 1년여 만에 리더(사업단장)가 3번이나 바뀌었다. 해당 지자체의 인사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자리를 옮겼던 것. 결국 클러스터 사업의 연속성이나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사업추진에도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에 직면해 있다.
이와 함께 사업추진 주체인 지자체에 예산 운용의 자율성이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국 하동녹차클러스터 단장은 "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추진하는 클러스터의 경우 인사 이동이 잦아 업무의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앞으로 개선키로 했다"고 말했다.
진주산업대를 중심으로 11개 시군 30여 기관과 단체가 참여하는 경남양돈산업클러스터는 연구기관이 주도하는 유형이다. 300여 양돈농가가 조직돼 60만 마리의 돼지를 사육, 지난해에만 3000억 원의 매출규모를 자랑하는 대형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했다.
이 사업단은 현재 지역에서 생산되는 돼지를 지역특화브랜드로 개발하기 위해 산재해 있던 영세 브랜드를 모아 '지리산권 흑돼지'로 통합했다. 또 흑돼지의 대량 생산체제를 갖추기 위해 씨돼지 생산 전문농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단은 시범사업이 종료되는 2007년까지를 도입기로 잡고 성장기(2009년), 도약기(2011년)를 거쳐 2012년께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남양돈산업클러스터를 총괄하는 김철욱 단장은 "
농업클러스터는 인적 물적 자원이 총 집결돼 농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며 "몇 번의 시범사업 평가로 그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해연기자 haykim@kookje.co.kr
취재지원=한국언론재단
#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 20개 사업단 내년까지 시범실시
농업클러스터는 참여정부가 농업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추진한 역점 사업이다. 농림부가 마련한 119조원 규모의 중장기 농업·농촌발전계획의 핵심사업이기도 하다.
지난 2004년 '농업농촌대책 수립'을 통해 처음 제시됐고 그해 3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공식화됐다. 전국 지자체가 신청한 63개 사업 중에서 20개 사업단이 최종 선정됐다. 총사업기간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8년간이지만 1단계로 2007년까지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시범사업에는 3년간 총 1200억 원의 총예산이 투입된다. 국고 600억 원, 지방비 600억 원이다.
20개 사업단은 2007년 시범사업이 끝난뒤 사업성 검증을 받는다. 이 검증에서 성장가능성이 확보돼야 2008년부터 시작되는 본사업으로 본격 채택된다.
20개 사업단의 유형은 모두 다르다. 영동포도처럼 한품목을 지정한 곳도 있고 안성마춤(쌀 한우 인삼 포도 배)처럼 하나의 지역브랜드로 여러품목을 묶은 경우도 있다. 또 하동녹차와과 같이 1개의 기초단체 책임하에 있는 곳도 있고 백두대간(태백 영월 평창 정선)처럼 여러개 기초단체가 공동으로 담당하는 곳도 있다. 아예 경북한우처럼 도가 책임지는 곳도 있다.
박병률기자 brpar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