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2006/09/07 20:26
농촌발전 대안모델 농업클러스터 <2> 프랑스 보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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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프랑스 와인의 힘입니다. 생테밀리옹에서 생산하지 않는 한 누구도 '생테밀리옹'이라는 상표를 함부로 쓸 수 없습니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농민들과 조합, 판매상 그리고 대학이 이룬 성과죠." 보르도 지역의 생테밀리옹에서 만난 '샤또 과데 생줄리앙'(Guadet Saint-Julien)의 소유주인 마담 제네비에브 리냑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수없는 샤또의 언덕'으로 불리는 생테밀리옹은 보르도 지역에서도 고품질 와인을 생산해 내는 와인의 본고장. 로마인들이 들어오면서 포도나무를 처음 심었고 13~14세기 중세를 지나면서 수도원을 중심으로 포도주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포도밭 5㏊를 경작하는 리냑 씨 역시 남편 기 페트뤼스 리냑과 함께 보르도를 지켜온 '명인'이다. 그는 "우리 샤또는 1844년에 만들어졌고, 그 이후 남편까지 대를 이어 전해내려오고 있다"면서 "1878년 파리박람회때는 최고의 와인으로 선정돼 금메달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향아 보르도 한인회 회장은 "쥐라드는 1년에 두 차례 포도수확을 기념해 축제를 벌인다"면서 "'와인홍보대사' 역할을 하는 유명인을 쥐라드의 일원으로 참여시키기도 하는데 올해는 방송인 이다 도시 씨가 선정됐다"고 말했다. 생테밀리옹 와인은 품질관리가 엄격하다. 1955년 지역자체의 품질체계를 공식화했다. 품질수준은 토양과 와인의 맛, 포도원의 명성에 따라 정해진다. 리냑 씨는 "고품질의 와인은 샤또 명칭을 달고, 상대적으로 저품질은 조합이 일괄 구매, '생테밀리옹'이라는 고유명사를 붙여 판매된다"고 말했다. 엄격한 품질관리와 기술개발은 보르도 대학과 연구소들이 맡고 있다. 대학의 시음전문가가 정기적으로 방문, 포도의 작황과 와인의 맛을 감별하고 개선점을 지적해준다. 보르도 대학은 보르도 와인의 기술경쟁력을 책임진다. 이곳에는 프랑스에서 하나뿐인 '양조학과'가 개설돼 있다. 세드릭 소시에 교수는 "포도의 타닌성분이 와인에 미치는 맛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다"면서 "보르도의 30개가량 되는 산업체에서 의뢰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해 전에는 코르크 마개가 와인 보관 및 숙성에 대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큰 반향을 얻기도 했다. 숙성 첨가물 토양 태양 등 포도와 관련된 것이면 모든 것이 연구대상이다. 연구시설은 자치단체에서 최대 60%까지 지원하고 연구비는 CIVB(보르도 포도주 협회)가 지원한다. 보르도 대학의 관심은 온통 와인에 쏠려 있었다. 예를 들어 의학과의 경우 와인이 건강에 미치는 연구를 하고 기계학과는 와인설비를 책임진다. 보르도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있는 최준식 씨는 "이곳에서는 와인과 관련된 것을 연구해야 의미가 있다"며 "심지어 언론과 와인산업과의 관계를 주제로 잡아야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르도는 또다른 세계수준의 종합연구단지를 건설 중이다. 2000만 유로를 투입한 ISVV(포도와 와인의 고등연구기관)가 오는 2009년 개원을 앞두고 있다. 보르도는 단순히 와인만 팔지 않는다. 격년마다 11월에는 국제와인산업박람회(VINITECH)를 개최, 와인관련 기계설비 산업전을 연다. 800여 개의 브랜드가 참가하고 해외참가자 8000여 명을 비롯 방문객만 5만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보르도 와인이라고 마냥 잘나가는 것은 아니다. 보르도는 지금 칠레 미국 호주산 와인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와인이 과잉생산되면서 프랑스 정부는 골머리를 썩고 있다. 이 때문에 포도 생산을 줄이는 농가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와인은 프랑스의 자랑이지만 동시에 규제 대상이다. 타 농산물에 비해 세금은 많은 반면 보조금은 일절 없다. 이 같은 위기를 보르도는 '소비자에게 다가가기'로 헤쳐나가고 있다. 와인전문 자유기고가로 보르도에서 유학 중인 최현정 씨는 "이제 앉아서 보르도 와인을 파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보르도도 알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다양한 종류와 가격대의 포도주를 생산하고 많은 이벤트들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도원에서 클래식 음악연주회를 갖고 소믈리에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정기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보르도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포도원을 오픈, 1일 투어 프로그램도 있다. 임명주 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SOPEXA) 한국사무소장은 "보르도 와인은 오랜 전통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산학연이 자연스럽게 모여 최대의 시너지효과를 내는 '클러스터'"라면서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원산지표시(AOC)제도를 엄격히 운영해 자발적으로 와인의 가치와 품질을 높였다"고 말했다. # 앙드레 뤼통사 로랑 벨리제르 수출담당 - "전통과 자부심이 프랑스 와인 경쟁력" 프랑스 앙드레 뤼통사의 수출담당자인 로랑 벨리제르(사진) 씨는 농업클러스터의 성공조건으로 '역사성'을 짚었다. 과거부터 특정작물이 명성을 얻은 지역이 성공한 클러스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토대로 하자면 하동 녹차, 제주 감귤, 풍기 인삼 등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그는 "지역적 자부심이 없는 상태에서는 특정 농산물을 재배하자고 해도 생산자는 생산자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왜 키우고 사야 하는지 모르게 된다"면서 "이런 경우는 정부가 관심을 갖고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붓더라도 큰 성과는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벨리제르 씨는 "유럽연합(EU)도 각국의 농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면서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돕는 것이 잘 돕는 것인지를 몰라 되레 산업을 망치는 경우까지 있다"고 말했다. 연간 생산량 400만 병, 연매출액 240억 원에 달하는 앙드레 뤼통사는 보르도 내 11개의 샤또를 소유한 지역 최대의 와인메이커다. 삼성전자의 보르도 TV'에 등장하는 포도주도 바로 이 회사 와인이다. 그는 "뤼통 사장은 자신이 농민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면서 "보르도 와인메이커들은 '상인'이 되기보다는 '농민'으로 남기를 원하기 때문에 품질좋은 와인을 꾸준히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 AOC등급 = 원산지표시제도라 부른다. 프랑스 와인의 품질은 라벨을 보면 알 수 있다. 생산 단위가 작을 수록 고급와인이다. 예를 들어 '경상남도'라 적혀 있으면 평범한 와인이고 '하동군'라 적혀 있으면 다음으로 좋은 와인이다. 물론 '악양면', '평사리'로 갈수록 고급와인이다. 결국 최상급은 '최참판댁'이 된다. 보르도 와인의 경우 '보르도〈메독〈마고' 순이다. 이같은 AOC제도는 1935년 처음 제정됐다. 메독과 소테른은 1855년 처음으로 AOC등급을 결정했고 이어 생테밀리옹(1955년) 그라브(1959년) 등이 등급을 공식화했다. 샤또 = 프랑스어로 성(chateau)이란 뜻. 자체 포도원을 갖추고 와인을 생산하는 농원 혹은 공장을 이른다. 취재 지원 : 한국언론재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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