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2006/09/21 21:05
농촌발전 대안모델 농업클러스터 <4> 일본 시즈오카
| ||||||||||||||||||||
일본 시즈오카현은 '녹차의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는 한국 전체 녹차 재배면적(2300여 ㏊)의 10배에 해당하는 2만300㏊의 녹차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지난해 차 생산량도 4만4100t으로 일본 전체 생산량인 10만700t의 44%를 점유했다. 금액으로 700억 엔에 육박하는 시즈오카 녹차산업의 근간에는 지방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뒷받침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녹차산업의 집적효과를 위해 '클러스터'를 별도로 구성한 것은 아니지만 지방 정부의 체계적인 녹차산업 진흥정책을 바탕으로 생산자와 민간단체, 연구기관이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 재배면적 줄어도 생산량은 는다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신칸센과 JR 급행열차를 갈아타고 도착한 시즈오카현은 일본에서 생산되는 녹차의 절반을 차지하는 규모에 걸맞게 관련 상품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현에서 발행한 지역 안내서에는 지역 녹차에 대한 이야기가 특집으로 소개돼 있다. 열차 안에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 역시 국민 1인당 차 소비량이 1.14㎏(한국 0.04㎏)이라는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녹차 음료를 즐겼다. 시즈오카현에서 생산된 녹차가 일본인들에게 일상의 생활로 자리해 있음은 현 내 오차프라자에서 제시한 수치를 통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 오차프라자 브리핑을 담당한 아오시마 씨의 설명에 따르면 시즈오카의 녹차 생산량은 2002년 3만6900t에서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차 재배면적은 해마다 200㏊ 정도가 줄어 2001년 2만800㏊에서 지금은 2만300㏊를 유지하고 있다. 현 정부는 2010년까지 차밭은 2만 ㏊로 줄이는 대신 생산량은 4만4000t 선을 유지할 계획이다. 매출규모는 740억 엔으로 늘여 잡고 있다. 결국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것. 여기에는 시즈오카현의 '다업진흥기본계획(일종의 로드맵)'에 포함된 기반 정비사업과 그에 따른 수확의 기계화가 핵심을 차지한다. 기반 정비란 가로 세로로 복잡하게 구성된 차밭을 직선으로 개량하고 평지화해 기계작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으로 일종의 '체질 개선'인 셈이다. 다업진흥기본계획 진행과정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지방자치단체와 생산자단체, 연구기관 등 참여하는 주체별 협조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시즈오카현 후지에다시에 있는 JA오이가와 농업협동조합(생산자단체)을 찾았다. 오이가와 지역은 지방 정부의 기반정비 등에 힘입어 녹차생산 기계화율이 99%에 달한다. 1993년 당시 6개 농업협동조합을 1개로 통합했고 3개의 대규모 가공공장까지 설립해 녹차생산의 규모화를 이뤄냈다. 오이가와 조합 텐노 대표이사는 "정부의 보조금 감축으로 이 지역 녹차재배 농가의 불안감이 컸고 특히 수확 인력의 고령화 문제도 심각했다"며 "그러나 현의 기반정비사업과 가공공장 건립 등 규모화로 대응했고 판로가 급증하고 있는 녹차 음료 부문에서도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의 기본계획이 현장 농민에게는 어떻게 다가가고 있을까. 모두 27명이 모여 52.2㏊의 녹차를 재배하고 있는 후쿠오기조합. 우리나라의 녹차 작목반에 해당한다. 수확을 앞두고 기계화된 녹차밭을 보여준 쿠레바야시 씨는 "현의 정책이 현장 농민의 가려운 부분까지 세심하게 긁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계화나 가공시설 지원 등을 통해 소득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농민들도 신뢰를 보내는 편"이라며 "녹차 음료시장 확대 등 비전이 담겨있어 충분히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 전통과 생활로 자리잡은 녹차
2007년 세계오차페스티벌을 준비하는 시즈오카현 오차프라자와 시마다시에 있는 차 박물관(오차노사토)에서는 녹차 전통을 상품화하려는 현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시즈오카현에서 연간 1200만 엔을 지원하고 있는 오차프라자에서는 일본 녹차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엿볼 수 있다. 동시에 녹차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과 전통 예절 등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오차프라자 야마모토 부실장은 "페트병에 담긴 녹차음료로 녹차와 친밀감을 형성한 젊은이들이 이 곳을 통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녹차의 우수성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마다시에 위치한 차 박물관도 일본 녹차와 관련된 전통을 관광 상품화해 성공한 곳으로 꼽힌다. 이곳은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대 일본 다도를 정립한 센노리큐의 전통이 가장 잘 보존돼 있는 곳으로 일본 전통 다도를 접할 수 있다. 박물관 소개를 맡은 모치즈키 씨는 "녹차가 많이 재배되는 지역의 문화적, 역사적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박물관을 건립했다"며 "일본 다도의 전통을 체험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전통 못지 않게 시즈오카현을 비롯한 일본 내 녹차산업을 이끌고 있는 것이 바로 녹차음료 시장이다. 시즈오카현 오차실을 통해 확인한 지난해 일본 전체 음료시장 규모는 3조5960억 엔. 이 가운데 차 음료가 9729억 엔(생산량 기준 31.3%)을 차지했다. 순수 녹차음료시장만 따져도 4727억 엔에 달하는 등 녹차음료의 소비 확대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즈오카현 오차프라자에 근무하는 아오시마 씨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늘고 있는 녹차음료 시장이 시즈오카는 물론 일본 전체 녹차산업의 활로가 되고 녹차의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시사점 현재 우리나라에는 녹차와 관련된 2개의 클러스터가 운영되고 있다. 보성과 하동 녹차 클러스터가 그것이다. 두 클러스터가 녹차라는 단일품목으로 클러스터를 구성했다는 것 이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해당 지자체인 보성군과 하동군이 클러스터 운영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시즈오카현이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녹차 산업진흥 프로젝트는 지자체의 역할이 중시되는 국내 녹차클러스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성녹차클러스터는 적은 생산 물량과 낮은 농가 생산성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 녹차 가공 능력을 배로 향상시키는 공동 가공공장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JA오이가와 농업협동조합 산하 가공공장이 직면한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대부분 야생차 재배지로 기계화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녹차를 관광에 접목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는 하동녹차클러스터 역시 전통을 상품화한 시즈오카현의 사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 시즈오카현 오차실 츠카모토 지도감 - "생산자와 갈등, 대화로 풀고 녹차산업 로드맵 실천노력" 이어 츠가모토 씨는 시즈오카현의 녹차산업 로드맵이라 할 수 있는 '다업진흥기본계획'을 소개하면서 "현의 강한 의지로 수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로드맵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안전과 가격의 적정성을 고려한 현 정부의 입장과 수익 증대에 관심이 높았던 생산자 단체의 갈등이 있었다"며 "녹차 관련 민간단체나 생산자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하하는 등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츠가모토 씨는 "영세한 규모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녹차밭의 기반 정비에 있어 해당 농가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했다"며 "농민을 상대로 한 교육 등 현의 노력과 재배농가의 위기의식이 더해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오차실은 농민과 생산자단체 종사자들이 거의 매일 찾아와 의견을 개진하고 필요한 정보를 구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는 "싸게 생산해도 농가에 이익이 되는 녹차를 생산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취재 지원 : 한국언론재단 | ||||||||||||||||||||
|
'농사 이야기 > 농업정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촌발전 대안모델 농업클러스터 <6> 성공의 조건(국제신문 061026) (0) | 2007.01.17 |
---|---|
농촌발전 대안모델 농업클러스터 <5> 국내 모범사례(국제신문 060928) (0) | 2007.01.17 |
농촌발전 대안모델 농업클러스터 <3> 덴마크 아그리콘 밸리(국제신문 060914) (0) | 2007.01.17 |
농촌발전 대안모델 농업클러스터 <2> 프랑스 보르도(국제신문 060907) (0) | 2007.01.17 |
농촌발전 대안모델 농업클러스터 <1> 경남 3개 클러스터(국제신문 060831) (0) | 2007.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