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2006/10/26 20:13
농촌발전 대안모델 농업클러스터 <6> 성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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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클러스터는 농촌의 체질을 바꾸자며 정부가 팔을 걷어부친 사업이다. 지난해 국무총리실의 정책 고객만족도 평가에서는 농림사업 중 최우수평가를 받는 등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이 총평이다. ▲해결해야 할 난제는= 무엇보다 '클러스터'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현장의 이해도와 친밀도가 떨어졌다는 것이 문제다. 농촌 현장에서는 농업클러스터를 '장기적 정책'이라기보다는 '단기적 사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이때문에 내년 말 나오는 시범사업 종합평가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에는 사업단을 해체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김창훈 경남도 친환경쌀 클러스터 사업단 기획실장은 "벌써 올해부터 농업클러스터와 관련된 국비와 도비가 감소해 사업단마다 사업비가 2억∼3억 원씩 줄었다"면서 "시설투자를 하고 사업을 전개하는데 굉장한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초기 지자체간 경쟁이 붙으면서 충분한 준비 없이 일단 뛰어들고 본 사업단도 적지 않다. 이때문에 아직도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사업단도 상당수에 이른다. 또 지자체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간 일부 사업단은 내부 인력이 수시로 바뀌는 등 벌써부터 지자체장의 공치사 자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와 함께 정부 측의 준비 부족에 대해서도 따끔한 질책이 나온다. 클러스터는 원래 산업 분야에 적용되는 개념으로 이를 농업 분야에 접목시키긴 했지만 사례 연구가 생각보다 부족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클러스터'라는 단어를 쓰는 곳이 없다보니 벤치마킹할 사례가 적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우리식에 맞는 맞춤형 클러스터를 앞서 제안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책 추진에 대한 비판도 있다. 시범사업단을 20개나 선정해 선정해 초기 '역할모델' 수립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구조연구센터장은 "기대했던 것에 비해 초기 성과는 미흡하다"면서 "지금까지는 성공 사례라고 해봐야 안성, 보성, 영동 등 기존에 잘되던 지역에 한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의 조건은 = 정부가 사업 혹은 정책의 영속성에 대해 확실한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유통센터 건설, 보조금 지급과 같은 외형적 지원보다는 '사람 관리'에 중점을 둔 만큼 중앙정부와 지역, 지역내 농민, 연구원, 지방정부 간 믿음을 쌓는 것이 필수라는 것이다. 김정호 센터장은 "사업단에 지원되는 예산의 대부분이 인건비, 회의 진행비 등으로 그만큼 '발로 뛰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라면서 "잘되는 클러스터의 경우 리더가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 나머지 사람들을 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한우클러스터가 단적인 예다. DNA 분석기술을 이용해 최고급육과 유통망을 갖추겠다는 리더의 명확한 목표가 지역 농민들을 유인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경북 청도군 푸른솔농장의 박동언 씨는 "DNA라는 게 농민들에게는 여전히 어렵지만 사업단은 이를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농민들도 만성적인 '정부 의존증'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촌진흥청의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 주민들과 토론을 해보면 결국 '돈 지원'문제로 결론이 난다"면서 "하지만 지역내의 갈등 구조를 먼저 풀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클러스터 사업은 과거와 같은 '돈 잔치'로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예산지원은 아무리 길어봤자 2013년인만큼 사업단은 지금부터 생존을 위한 치열한 고민에 들어가야 한다는 조언도 귀담아들을만 하다. 유선미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과 농업연구원은 "정부 예산 감소는 세계적인 추세로 사업단 스스로가 자조금 등을 통해 인건비를 줄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면서 "프랑스 등 해외 농업선진국들은 자조금으로 협회를 운영하고 연구 개발 및 홍보 비용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맞춤식 연구개발(R&D)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단기 성과에 급급하다보니 먼저 손댄 것이 유통시설 확충 및 브랜드 개발과 같은 '하드웨어'라는 것.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품질 향상은 상대적으로 더디기만 하다. 유 연구원은 "우리 나라의 농업기술센터, 특화작물 시험장, 지역 대학 등은 세계 어느 국가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면서 "의대는 와인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인문사회대는 와인 홍보와 와인 문화에 대해 연구하는 프랑스 수준의 맞춤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업단이 '서말의 구슬'을 잘꿰야 한다"고 말했다. # 박홍수 농림부장관 인터뷰 - "내실있는 준비와 실천이 종합평가 잣대 될 것" '한국농업호'의 선장, 박홍수 농림부 장관(사진)은 지역농업클러스터의 성공조건으로 '농민의 자발성'을 첫손에 꼽았다. 농민들이 자신들이 먹고 살거리를 직접 기획하고 설계해서 집행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농업클러스터의 취지라는 것이다. 박 장관은 "가장 성공적인 농촌 정책으로 손꼽히는 새마을 운동도 주민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역량을 키워주진 못했다"면서 "잘되는 농민은 작심하고 스스로 찾아다니면 영농기술을 익힌 사람들이지 보조금이나 융자 많이 받은 사람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축구마니아인 그는 이번 사업이 축구와도 닮은 구석이 있다고 했다. 박 장관은 "아무리 좋은 감독과 훌륭한 경기장이 있어도 골은 결국 축구선수가 넣는 것"이라면서 "지역농업클러스터 사업은 지자체나 연구기관보다 결국은 농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 종합평가는 과거와 같은 '감사' 형식으로는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보다는 부족한 부분에 대한 평가를 냉정히 하되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체제로 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결코 단기간의 성과에 연연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한두 달 빠르고 늦은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내실있게 준비하고 실천해 나가고 있는가가 중요한 평가요소"라고 강조했다.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성과가 미약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사업성과는 3년 차인 내년 정도부터 드러날 것"이라면서 "농민들 스스로가 계획하고 실천하려면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농업클러스터로 인한 브랜드 난립에 대해서 그는 "제대로 된 관리도 없이 무작정 브랜드 등록부터 한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정부가 나서 인위적으로 정리하기 보다는 각 농업클러스터가 브랜드를 어떻게 관리하고 육성시켰는가에 따라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농업클러스터에 대해 각별한 애정이 있는 박 장관이지만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시범 사업에 탈락하지 않으려면 정말 열심히 해야할 것"이라면서 "잘하면 한정없이 밀어줄 것이지만 못해놓고 과거처럼 지역별 안배를 요청해봐야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지원 : 한국언론재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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