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을 이끄는 사람들 / 이태근 (사)흙살림 회장>
제목 : “생산자 중심 친환경농업에 농업의 희망 있어”
“흙을 살리는 일이 바른 농업을 하는 길이고 바른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일입니다.”
이태근(48) (사)흙살림 회장은 “흙을 살리는 길이 어려운 농업·농촌의 희망이 될 수 있다”며 “흙을 살리는 농업이 친환경농업”이라고 강조했다.
미생물과 농자재 국산화를 기치로 닻을 올린 (사)흙살림. 1991년 충북 괴산군 불정면에 ‘괴산 미생물연구회’란 간판을 걸고 출발했다. 이제 (사)흙살림은 유기농업 전도사로, 농민 교육기관으로, 인증기관으로, 분석기관으로 농민들 속에 튼튼히 뿌리를 내렸다. 그 중심에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후 영농현장에 투신에 친환경농업을 실천해온 이태근 회장이 있다.
“농업·농촌의 현실이 어렵지만 농업 중심, 생산자 중심으로 만들면 희망이 있습니다.”
(사)환경농업단체연회장을 겸하고 있는 이태근 회장은 “지금의 농업은 소비자 중심”이라며 “우리 농산물을 맛을 갖춘 약이라는 개념, 다시 말해 생산자 중심의 농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친환경농업이 바로 생산자 중심 농업이라는 설명이다.
이태근 회장은 특히 “영세 소농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며, 그 시스템의 일환이 바로 환경농업의 확산”이라고 강조했다.
- 농업·농촌이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 농업·농촌의 앞날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특히 국내 농업은 희망이 있다고 보십니까? 희망이 있다면 그 희망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농업·농촌의 현실이 어렵지만 농업 중심, 생산자 중심으로 만들면 희망이 있습니다. 지금의 농업은 소비자 중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이 요구가 맛과 함께 일정한 크기와 등 규격화된 보기 좋은 농산물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농업은 식량자급률을 충족시킬 수도 없을 뿐더러 경영환경도 어렵습니다. 물은 좋을지 몰라도 토양을 비롯한 다른 조건은 고급 농산물을 만들기에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따라서 우리 농산물은 맛을 갖춘 약이라는 개념이 도입돼야 합니다. 그것이 생산자 중심의 농업이고 친환경농업입니다.
친환경농업은 분명히 어려운 농업·농촌에 희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의 친환경농업은 소비자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섰습니다. ‘친환경농산물을 먹지 않으면 몸에 안 좋다’식의 위협적 방식으로 친환경농업이 왜곡돼서는 안 됩니다.
친환경농업이 우리 농업에 대안농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환경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친환경농업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농업 전체가 사는 방식입니다. 친환경농업을 단순히 틈새시장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 개방화·국제화시대를 맞아 농업도, 농업경영자도 달라져한다고 봅니다. 특히 기업적 경영마인드를 갖고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얘기가 많습니다. 기업마인드 확산을 위해 좋은 방안은 없을까요?
“경영마인드에 대해선 생각이 다릅니다. 기업적 경영마인들을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은 성공한 농업경영체 혹은 농업분야의 CEO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 지원 없이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농업경영체에겐 기업적 경영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민의 68%를 차지하는 영세한 소농을, 평균 4000평 규모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기업적 경영마인드를 요구하기에는 경영여건이 너무 열악한 것 같습니다. 이들 영세 소농을 농업경영체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들 영세 소농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시스템 일환이 환경농업의 확산입니다. 영세 소농을 환경을 지키는 농업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재와 인건비가 전체 경영비에 80% 차지하고 있는 영세 소농의 실정을 감안해 정책적으로 지원정책 마련해야 합니다. 이들이 환경을 살린 기여한 공로를 감안해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국가에서 고용하는 환경지킴이는 개념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들도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상황에서 보다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경영마인드는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농업의 경쟁력 제고와 이를 위해 필요한 방안 가운데 하나인 농업경영체의 경영마인드 확립을 위해선 외부 교육이 뒷받침돼야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이를 위한 정부가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교육의 초점은 ‘우리나라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석유에 의존하는 화학적 농업이 너무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과거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이후 네덜란드를 배우자는 열풍이 일면서 이에 따른 유리온실과 같은 시설과 설비가 확충됐지만 이들 시설 대부분이 10년 지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네덜란드를 배우자고 하고 있습니다.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영세 소농의 우리 농업 실정을 감안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특히 농업목표를 환경에 두고 그에 따른 교육을 강화하면 그 속에서 교육기관과 정부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교육의 실행만큼은 민간기관이 주도해야 합니다. 민간기관 완벽하지는 않다면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노력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교육에 필요한 시스템을 정부가 마련해 주면 민간이 주도하는 교육기관에 충분히 교육을 담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에서 영원히 모든 것을 해줄 수는 없기 때문에 정부에 의존하기 보다는 농민들 스스로가 해결점을 찾고 경쟁력을 키워가야 합니다.”
- FTA(자유무역협정) 확산 등 농업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와 농업인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최근 한·미 FTA 협상을 보면 마치 농민들과 협상 상대국과의 대결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물론 직접적인 피해가 오는 상황에서 협상 과정과 타결 내용은 중요합니다.
협상국과의 타결 내용을 꼼꼼히 살피고 시정해야 할 부문에 대해선 시정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 내부에 이해득실을 잘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개방화시대를 맞이하면서 지금까지 농민들은 상대국과 협상조건 등 외부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그 노력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개방화, 또는 앞으로 진행될 FTA 협상 등에서는 내부적으로 이익을 보는 곳에서 피해를 보는 곳에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나 방안마련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것이 내부 협의고 우리 농민들도 그 협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농업의 피해를 딛고 수익을 창출했다면 그 피해로 인해 수익을 가져간 곳에서 보전방안을 이끌어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쇠고기 수입으로 이익을 보는 수입입자에게서 일정부분 수익금을 이끌어내 축산에 지원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삼성 등 대기업에서 FTA 협상으로 자동차와 반도체 등의 수출이 늘어 이익이 더 발생된다면 반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농업분야에 이들 기업이 수익금을 환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합니다. 이것이 내부협의라 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농업도 FTA 등 농업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농업 환경을 이야기함에 있어 국제정세에서 소외돼서는 궁극적으로 문제해결이 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아시아 여러 나라 특히 일본과 중국, 북한, 대만 등 우리 주변의 농업과 둘러싼 상황에 대해 정확한 예측과 관측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안에서 순환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친환경 유기농업과 관련된 동아시아의 협력과 연대의 틀을 구축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 최근 친환경농업은 생산농가와 생산면적 및 생산량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그에 비해 소비 증가는 주춤하는 양상이며, 그에 따라 수급불균형 현상도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우선 경기침체가 한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체질에 맞지도 않고 우리 땅의 건강에 보탬도 되지 않는 수입농산물과 수입유기식품을 앞 다퉈 들여오고 있는 사태 역시 그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또 친환경농산물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를 통해 함께 성장하고 성숙해 오면서 어느새 커진 시장 속에서 각자들이 챙겨야 할 이익만 생각하면서 나타난 문제점도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보기 좋고 규격화된 것만 선호하는 소비자 중심의 농업, 고된 농업 현실과 농산물의 특수한 가치는 나 몰라라 외면하는 유통업자의 지나친 요구 등도 친환경농업 확산의 걸림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나라 친환경농업과 친환경농산물 시장이 기형적인 형태로 변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를 합니다.
이제는 정부와 친환경농업단체 국민 모두가 학교급식, 군대급식 등에 친환경농산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데 힘을 합쳐야 합니다. 또 농산물과 가공품을 일관되게 관리하고 생산·인증·유통·가공정책을 농업 현실에 적합하도록 만들어 가는데 다 같이 노력해야 합니다.”
- 대외개방에도 굳건히 농업을 지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키워드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흙을 지키고 사랑하는 것은 농민만의 문제로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흙을 살리는 일이 바른 농업을 하는 길이고, 바른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선 환경 농업을 목표에 두고 정부나 농업경영체, 농민 모두가 스스로 환경중심의 농업 재편에 노력해야 희망이 있습니다.
특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좋은 흙을 만들어야 합니다. 좋은 흙을 만들기 위해서는 바른 마음을 갖고 흙을 가꾸어야 합니다. 이것이 오늘 우리 농민이나 소비자, 국민 모두가 추구해야 할 최선의 과제입니다. 이 땅의 농업과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이렇게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적극 이용해야 합니다. 이것이 이 땅의 농업과 병들어 가는 흙을 살리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태근 (사)흙살림회장은 누구인가?
친환경농업 선구자이자 전도사로 통한다. (사)환경농업단체연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서울대 농대를 졸업했다. 1991년 충북 괴산군 불정면에 ‘괴산 미생물연구회’란 간판을 걸고 친환경농업을 시작했다.
(사)흙살림을 유기농업 전도사로, 농민 교육기관으로, 인증기관으로, 분석기관으로 농민들 속에 튼튼히 뿌리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