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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이야기/농업정책

[인터뷰]권영근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061228)

by 마리산인1324 2007. 1. 17.

http://www.lfcenter.com/cafe/cafeBbs.asp

 

 

 

[권영근 소장] 이대론 미래없어, 자연순환형 농업에서 활로 찾아야

 

작성시간:2006-12-28 [1:52:47]

 
 

<한국농업경영을 이끄는 사람들/권영근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제목 : “이대론 미래없어, 자연순환형 농업에서 활로 찾아야 ”


“우리 농업·농촌은 지속가능한 형태의 농업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권영근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장은 최근의 농업·농촌에 대해 “지금 이대로라면 미래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1950년대 말 ‘농업문제연구회’에서 그 태동을 찾을 수 있는 유서 깊은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를 이끄는 권영근 소장의 이 같은 진단은 어떤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이를 해결해나가기 위해 농업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것일까? 권영근 소장은 그 해법을 자연 순환농업에서 찾는다.


“자연 순환농업이란 임산자원과 농지, 하천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기본으로 경종농업과 축산농업의 연결을 통한 부산물의 순환에서 나아가 가축사육 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의 에너지화 등을 포함합니다.”


권영근 소장은 자연 순환농업이 발전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반산업에 있어서 SOC(사회간접자본)와 같이 자연 순환농업에 필요한 기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많은 사람들이 국내 농업이 매우 어려운 위기상황이라고 합니다.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통일벼 등 다수확 품종 개발을 통해 혁신을 거듭해온 근대 농업은 생산성을 크게 높이는 효과를 봤습니다.

녹색혁명으로 이름 지어진 이 생산량 증대는 당장 눈앞에 큰 수익을 가져다줬을지 모르나 심각한 부작용을 안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유전자 개량을 통해 생산량을 증대하면 소득이 무한정으로 올라간다는 것은 단순한 논리일 뿐입니다.

이미 우리는 생산량 증대를 위해 더 많은 제초제와 화학비료 등의 자재가 필요해졌으며 이는 동물약품과 여러 가지 자재설비가 필수적인 축산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농업이 자본집약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또 다른 부작용도 발생했습니다. 토양과 수질오염이 그것이며. 이는 곧바로 지력 등 농업에 필요한 자연적 필수재의 기능을 떨어뜨리며, 이에 따라 지속적인 농업생산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신종 질병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최근 축산업 내부에서 생산성에 피해를 가져오는 가축질병은 밀집사육에 의한 발병이 많습니다.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소해면상뇌증(BSE)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인 육골분 사료를 먹임으로써 생겨난 질병이 아닙니까?

 


현재 사료작물의 획기적인 증대를 가져온 유전자변형재조합 식물 일명 GMO도 언제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입니다.”

 

- 중단된 상태입니다만 DDA(도하개발아젠다)협상과 농업계의 강력한 반발 속에 진행되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협상, 그리고 2007년부터 시작되는 한·중 FTA예비협상 등 시장개방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 농업은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우리 농업·농촌은 지속가능한 형태의 농업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다수확 품종 개량을 통한 농업혁명은 농사짓는데 많은 돈과 장비, 즉 자본이 필요토록 했으며 동시에 농업의 단작화 현상을 초래했습니다. 흙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그 땅에서 수확되는 생물의 품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합니다. 이를 막고 개방화 시대 국내 농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 우리는 농업에 대한 기본철학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의 단작 다수확 체제가 아닌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더욱이 앞으로의 시장 흐름은 소품종 다량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에 있다는 예측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이 같은 흐름과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형태의 농업철학을 받아들이는 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의 한 형태가 환경농업입니다. 친환경농업육성법 제정에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의 역량을 결집시킨 것도 이 같은 맥락과 궤를 같이 합니다."


- 농업인들이 과연 이 같은 변화를 따라갈 수 있을까요?


“당장은 이 같은 생산방식이 농가에게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농가가 아닌 여러 농가가 연대를 통해 참여·협동한다면 얼마든지 시장에서 제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이 진짜 협동조합의 형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환경친화적인 농업방식은 자연 순환농업으로 발전될 수 있습니다. 흔히 친환경농업 다음 단계로 유기농업을 연상하게 되나 지속가능한 농업의 핵심은 ‘유기농’이란 단어보다 ‘자연 순환’에 있습니다.


자연 순환이란 임산자원과 농지, 하천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기본으로 경종농업과 축산농업의 연결을 통한 부산물의 순환에서 나아가 가축사육 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의 에너지 화 등을 포함합니다. 가축분뇨가 퇴비로 쓰이고 여기서 식량작물과 사료작물이 생성되며, 그것을 사람과 가축이 섭취함으로써 자연자원을 충분히 활용하고 에너지의 낭비를 막는 것입니다.


물론 이 같은 에너지의 순환은 지역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지금처럼 중동의 화석에너지를 한반도로 이동시켜 사용하는 식은 곤란합니다.”


- 국내 농업이 지향해야할 방향으로 자연 순환농업을 강조하셨는데 해외 성공사례는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연 순환농업이 시도되거나 성공·정착한 사례는 많이 있지만 영국 노리치(Norwich) 지역의 한 밀·양돈농장에서 특히 깊은 인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 곳에는 밀이 자라는 농장 한 켠에 양돈장이 위치해 있었으며,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축사가 아닌 미니돈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각 간이건물은 돼지가 한 마리씩 들어가 쉬고 먹이를 섭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건물 바닥에 배설물의 분과 뇨를 구분토록 조치돼 있었습니다.


이듬해에 한 번 더 가게 됐는데 미니돈사가 있던 자리에서는 밀이 한창 자라고 있고 간이건물 형태의 돈사는 다른 자리로 옮겨져 있었습니다. 가축분뇨를 밀농사의 거름으로 활용하고 있던 것입니다.


이 같은 자연 순환농업을 국내에도 보급해야 합니다. 해외사례를 국내에 전달하는 방법은 가서 직접 보고 오는 수밖에 없으며, 그것도 같은 장소를 최소한 두 번은 가봐야 실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국내에서도 최근 자연 순환농업을 많이 강조되고 있고, 아직 지엽적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시도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 순환농업은 아직 씨앗도 뿌리지 않은 단계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자연 순환농업은 단순히 농업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그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한정된 지구의 자원을 우리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 에도 그 목적이 있습니다. 농업은 사람의 에너지원을 제공하는 산업인 동시에 지구환경을 지지하고 활용하는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식량자원 뿐 아니라 생존환경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막대합니다. 일반산업에 있어서 SOC(사회간접자본)와 같이 자연 순환농업에 필요한 기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봅니다. 생산시설 지원과 제도보완을 통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셈입니다.


이와 함께 생산된 것을 지역에서 우선 소비될 수 있도록 하는 지원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를 비롯한 단체급식 등을 통해 지역에서 자연 순환형으로 수확된 농산물이 소비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춰져야 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 인구가 어느 한 지역에 편향되지 않고 골고루 분포하는 것이 전제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