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을 경영을 이끄는 사람들 / 박현출 농림부 농업구조정책국장>
제목 : “경영체간 연합이나 협동조합 통해 문제 해결해야”
“향후 한국 농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길은 가족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한 규모화가 우선이고, 이러한 규모 농가들이 연계해 조직체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박현출 농림부 농업구조정책국장은 앞으로 농업구조가 가족 노동력 중심으로 전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가족 규모형태는 아무리 주변의 환경이 급변하더라도 충분히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이들이 조직화되면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넓혀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농업정책의 방향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 진행 등 개방화가 가속화되면서 농업의 보호막 완전히 거둬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농업을 둘러싼 여건은 어떻게 변화되고, 국내 농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농민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굉장한 시련기를 맞고 있고, 앞으로도 많은 고통이 뒤따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농업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아주 밝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어둡다고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농민의 수가 줄어드는 대신 농민 1인당 경지 면적 등 경영규모는 반비례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DDA(도하개발아젠다)·FTA 등으로 경제활동에서 국가적 장벽이 무너졌다고 해도 일정 관세 등을 포함한 보호장치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일단 규모화가 진행되고 정착단계를 거치게 되면 중국·일본 등으로 수출할 수 있는 여력도 생기게 될 것입니다. 일본은 농식품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임으로 이들을 겨냥한 고품질 농산물 생산과 다양한 수출 전략을 세우면 가능하리라 봅니다. 중국도 지금은 농산물 수출대국이지만 국민의 경제수준이 높아지면 우수 농식품을 수입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현재 농촌은 정보화와 교통 인프라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중입니다. 이 같은 환경의 변화는 농촌이 더 이상 농민만의 정주공간이 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농촌이 국민 모두의 정주공간화가 되면 그동안 사회·문화적으로 소외받던 농민들의 삶의 질도 크게 향상될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다는 점입니다. 장기간의 시련기를 극복하기 위해 규모화와 직접지불제를 동시에 적용하는 정책을 쓸 예정입니다.”
-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 타결이후 농정은 규모화에 초점을 맞춰 오다가 몇 년 사이에 직접지불제가 강조되고 있고, 정책적으로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직접지불제와 규모화의 연계관계는 어떻게 됩니까?
“농가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농산물의 과잉으로 가격 하락률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것들 감안하면 농업구조의 변화는 시대의 흐름에 그냥 맡겨둬서는 해결방법이 없습니다. 농업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4가지 요소가 충족돼야 합니다. 한 농민이 얼마나 많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느냐, 고부가가치의 농산물을 생산하느냐, 농외소득을 올릴 수 있느냐, 이도저도 안되면 정부가 직접지불제를 통해 소득을 보전해 줘야 합니다.
그러나 규모화가 추진되지 않으면 현재의 직접지불제도 큰 소용이 없을 듯 합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영세농가가 존재하는 한 정해진 예산으로 지불되는 자금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결코 못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1,000원을 100명으로 나누면 1인당 10원 밖에 가질 수 없지만 10명으로 나누면 크게 달라집니다. 또 지금과 같이 적은 농지에서 농업을 하는 것으로는 먹고 살기에도 모자란 판국입니다. 농업인이 도시 근로자나 기타 노동자와 동등한 소득을 올리려면 그에 합당한 농지를 소유해야 합니다. 규모화와 직불제가 병행돼야 한다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최근 농업의 무한경쟁체제가 진행되면서 ‘농업경영체’가 급속히 출현되고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농업이 안고 있는 문제는 공급 과잉에 있습니다.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갓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난 나라는 나라대로 같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저개발국은 또 농산물 밖에 팔 것이 없어서 수출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때문에 가격은 하락되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규모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지만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일부에서는 경영체가 생산과 유통 그리고 마케팅 등 전체적인 흐름에 참여하고 관계하는 기업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그것이 옳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유통과 마케팅은 경영체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경영체와 연계하고 상호 역할분담을 통해 유기적 대응을 전략화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농업경영체가 가져야 할 마인드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일단 비용절감에 대한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어떻게 생산하면 같은 노력으로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가격이 하락되는 상황에서 이전과 같은 이익을 보장받으려면 더 많이 생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의식이 지금은 부족합니다. 또 품질에 대한 마인드 입니다. 품질 고급화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면서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을 만들려는 노력과 이해가 부족합니다.
이러한 경영체들은 생존을 위해서는 숙명적으로 ‘공동대응’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협동조합을 통하거나 연합체 형태로 조직화돼 수급 안정과 품질 고급화 그리고 안전성의 기준을 맞춰나가려는 움직임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각각 상인들을 통해 시장에 접근하게 되면 자체적인 거래처를 확보할 수 없으며 끝까지 상인들의 농간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게 됩니다. 상인들이 농가를 위해 또는 경영체를 위해 어떤 일을 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까?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 앞에서 경영체 간 연계를 강조했습니다. 경영체 간 연계 및 역할분담은 우리 농업의 경쟁력 제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농업경영체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국내농업을 이끌 수 있도록 하기위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현재 농업의 문제는 정부의 힘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규모화는 시급한 과제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농업 인구의 고령화는 공동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유럽의 경우에는 65세 이상의 농업인은 즉시 은퇴하고 연금으로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 토지를 물려받아 농업을 하려는 젊은 층들이 적어 규모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기반을 다지는 것이 정부의 의무인 것은 맞습니다. 정책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것은 현장의 농민들이 정책을 얼마나 믿고 따라주느냐 입니다.
또 경영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독불장군 식의 경영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경영체간 연합을 결성하거나 협동조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성숙된 의식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