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2006/09/14 20:25
농촌발전 대안모델 농업클러스터 <3> 덴마크 아그리콘 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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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클러스터가 되려면 반드시 대표 농·축·수산물이 있어야 할까. 정답은 '아니오'다. 덴마크 홀슨스시의 '아그리콘 밸리'(Agricon Valley)는 지역고유의 농·축산물 없이 최고의 농식품 네트워크를 이룬 새로운 개념의 농업 클러스터다. 옌스 아이비 아그리콘밸리 사업컨설턴트는 "우리의 역할은 농민들과 기업, 그리고 연구소를 적재적소에 잘 연결시켜주는 것"이라면서 "농산물의 부가가치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며 어떤 것을 해주면 되는지를 꼼꼼히 점검해서 최적의 효과를 내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덴마크 유틀란드 반도 남동부 해안에 위치한 홀슨스시는 수도 코펜하겐에서 기차로 3시간 가량 떨어진 인구 6만의 소도시. 너른 초원과 깨끗한 바다로 둘러싸인 덕에 부자들이 즐겨찾는 전원도시이기도하다. 빌레(Vejle), 프레데리치아(Fredericia), 콜딩(Kolding)을 잇는 삼각지대 중앙에 자리잡은 이 도시가 농업 클러스터의 중심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아그리콘 밸리의 가장 큰 성공요소는 토양, 기후, 작물 등 농업적 요소가 아닌 지리적 이점이다. 홀슨스시가 위치한 유틀란드 반도는 스칸디나비아와 유럽연합(EU)을 연결하는 최단 거리의 교통 요지다. 이같은 물류 허브의 이점을 앞세워 홀슨스시는 지난 2002년 유럽 최고의 축산회사인 데니쉬크라운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데니쉬크라운이 홀슨스시에 세운 도축공장은 일주일에 7만8000 마리의 돼지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유럽내 최다, 최고시설을 갖추고 있다. 애너 빌레모스 데니쉬크라운 언론실장은 "홀슨스시는 유틀란드 반도 내 모든 돼지 사육 농가에서 1시간30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데다 북유럽과 서유럽 수출에도 유리하다"면서 "특히 도로가 잘 닦여 있어 직원들의 근무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아그리콘 밸리의 또 다른 장점은 '농업 덴마크'를 지탱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인력과 시설이 밀집돼 있다는 것. 농업기술학교인 빅홀름 농업대학은 축산분야에 대한 연구와 함께 농민들에 대한 재교육을 담당하고 덴마크 농업과학센터(DASC)는 농기계, 설비 중심의 공동연구를 기업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얀 스트롬 선임과학자는 "연간 30여 개 기업으로부터 연구를 의뢰받아 연구를 진행 중"이라면서 "아그리콘 밸리 사무국이 수요가 있는 기업과 연구소를 제때 이어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밸리 내 연구기관과 교육기관의 관심은 오직 농업이었다. 농업과학센터의 경우 직접 밭에 사용할 수 있는 소형 로봇을 개발 중이었다. 작은 고랑에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로봇에다 최근에는 시각센서를 달았다.
얀 스트롬 박사는 "이 로봇이 상용화되면 농민은 자기집에 앉아서 농작물이 어떻게 자라는지, 혹은 방목한 소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면서 "그 밖에 축산농가를 위한 효율적인 집진 설비, 통풍장비 개발도 우리 몫"이라고 말했다. 아그리콘 밸리는 아직도 팽창하고 있는 클러스터다. 작은 농촌도시 홀슨스시는 지난해 덴마크 전체 도시 중 가장 역동적인 도시 4위에 올랐다. 덴마크 전역의 실업률 증가에도 불구하고 홀슨스시는 지난 10년간 취업자가 10% 이상 증가했고, 밸리 내 생산액도 배 가량 증가했다. 아그리콘 밸리는 철저히 지역중심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무국의 본부는 지역상공회의소가 맡고 있고 운영자금은 지방정부에서 나온다. 상공회의소의 회원들은 밸리 내 기업의 CEO들이다. 중앙정부는 개별 연구소에 대해 자금 지원을 하지만 통상적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우니테 포울슨 데니쉬크라운 홍보담당은 "돈육 제품에는 일정 부분의 세금이 붙어있는데 이 세금으로 정부는 우리 도축공장에 수의사를 파견해 돈육 제품을 정밀 점검하고 있다"면서 "지원보다는 규제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덴마크 정부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밸리는 창업이나 기술제휴를 위해 찾는 외부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어 놓고 있다. 슈퍼마켓, 연구소 및 대학, 농업회사 등을 돌아볼 수 있는 일주일짜리 유료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밸리 사무국은 '기업유치'와 '홍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홀슨스시를 찾는 방문객만 연간 6만 명에 이른다. 취재 지원 : 한국언론재단 # "단순 기술보다 농촌리더 육성 초점" - 카스텐 스토링 빅홀름농업대학 홍보담당 카스텐 스토링 빅홀름농업대학 국제홍보담당자는 '맞춤형 교육'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어디까지 배울 것인가는 자신이 선택할 문제"라면서 "농업상품 판매, 금융 교육, 농장 경영, 창업 등 농업 리더가 되기 위한 모든 과정이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50여 년전 설립된 빅홀름농업대학은 아그리콘 밸리 내 대표적인 교육, 연구기관이다. 지역 농민들에게 농축산물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을 해 주기도 하고, 그린 네트워크를 구성해 빌레주의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을 묶는 역할도 빅홀름농업 대학의 몫이다. 스토링 씨는 "매달 학생수는 달라지는데 영농기인 8월은 전교생이 30명 밖에 안되다가도 휴농기인 11월에는 100명까지 불어난다"면서 "자신들이 필요한 것만 배우도록 커리큘럼이 짜여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덴마크도 젊은이들이 영농을 기피하면서 노동력 부족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북유럽 특유의 높은 인건비도 부담이다. 스토링 씨는 "전통적으로 농민의 자녀들이 많지만 요즘은 가축이나 농작물을 키우고 싶어하는 도시출신도 많아지고 있다"면서 "수업료는 전액 무료고 생활비만 개인이 부담하면 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농업클러스터를 조성하기위해서는 교육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충고였다. 정보 교류, 지역 네트워킹, 인적 교류 및 재교육, 산학 공동연구 등을 수행하는 가교 역할로는 지역 대학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인력이 끊임없이 공급돼야 클러스터가 활기를 유지할 것 아니냐"면서 "우리 대학은 아그리콘 밸리가 필요하고, 아그리콘 밸리는 우리 대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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