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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무주 프로젝트, 흙집 회관·솔밭 읍사무소 ‘자연 건축’(한겨레 060515)

by 마리산인1324 2007. 1. 20.

 

<한겨레신문>2006-05-15 오후 11:11:55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23754.html

 

 

 

흙집 회관·솔밭 읍사무소 ‘자연 건축’

 

이제는 문화도시
무주 프로젝트

한겨레 박임근 기자 
» 무주군 예체문화관의 야경. 무주군은 이 건물과 군청, 재래시장, 공설운동장 등을 생태도시 개념에 맞춰 리모델링하거나 새로 지었다.
군청·면사무소 등 공공건물에 디자인 도입
담 허물고 흙집 짓고 곳곳 숲 조성
자치센터 시설·프로그램도 주민 위주로
‘지속 가능한 도시 큰상’ 벤치마킹 줄이어
 

건축가의 야심작부터 생태적 공공건물까지 다양한 건축물이 무주에 들어서고 있다. 그동안 건축문화에 소외되어왔던 군지역이 건축문화의 싹을 틔우는 현장을 찾아가봤다.

 

“공공건축도 이젠 디자인이다. 육면체 상자 같은 건물보다 다양한 디자인으로 자연과 인간이 조화된 건축 도시를 가꾼다.” 인구 2만6천여명이 사는 지방의 작은 도시, 전북 무주군의 건축문화가 바뀌고 있다. 반딧불이로 대표되는 청정도시 무주가 10여년의 노력으로 자연친화적인 곳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3선을 지낸 김세웅 전 무주군수는 “취임 때인 1995년부터 청정도시 무주군 이미지를 정착시키기 위해 반딧불축제를 기획했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도시 본보기를 만들기 위해 건축에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주군은 민선자치 첫해부터 군청 담장을 허물며 환경을 바꾸기 시작했다. 안성·무풍·적상·부남·설천면과 무주읍 등 군내 6곳 전지역 읍·면사무소를 주민 생활공간으로 바꿨다. 군은 또 군청, 재래시장, 공설운동장, 의료원, 예체문화관, 청소년문화관 등 공공건축물을 생태도시 개념에 맞게 리모델링하거나 새로 지었다.

 

이런 시도는 97년 안성면 진도리 진원마을회관을 새로 지으면서 가시화했다. 건축문화의 불모지였던 이 산골지역에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친환경적인 디자인을 갖춘 건물이 들어선 것이다. 건축가 정기용(61)씨가 이 마을회관을 흙집으로 지었다. 흙을 통해 자연적인 건축을 실현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정씨는 이를 계기로 무주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안성면과 적상면 등 ‘면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가 들어 있는 ‘면민의 집’으로 바꾸는 데 중심이 됐다. 그는 10년간 무주지역 30여곳에 발자취를 남겼다. 정씨는 “일제시대부터 연유한 종전의 면사무소 건물은 주민을 위한 시설이 전혀 없다”며 “그런 면사무소에 종말을 고하고 농민공동체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무주군에는 아직도 다른 지역 자치단체에서 제대로 갖춘 공공기관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정씨는 “우리나라 건축직 공무원은 감사원에 안 걸리는 쪽으로 건축방향을 설정한다”며 “공공건축가 제도를 관에서 도입해 건축문화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친환경적 시설로 꾸민 무주 하수종말처리장.

잘 조화된 주변경치와 함께 제대로 운영되는 무주읍 주민자치센터도 생태도시를 꿈꾸는 무주의 자랑이다. 지난해 11월 리모델링을 마친 무주읍 건물은 주민자치센터에서 원어민교사 5명이 영어·일어·중국어를 가르치고, 통기타·사진·천연염색 교실 등을 개설했다. 모두 무료다. 조정선(39)씨는 “자연과 조화된 건물인 읍사무소가 내부적으로도 주민과 화합하는 데 큰 몫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읍사무소는 최근에 심은 소나무가 어우러져 전경이 매우 뛰어나다.

 

병순(44) 무주읍장은 “군은 앞으로 들어설 태권도공원에 맞게 도시숲 조성을 위해 천년송 2만그루를 심을 계획으로, 지금까지 모두 소나무 200그루를 심었다”고 말했다. 전 읍장은 “주민자치센터 내용이 좋아 밤 10시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며 “바뀌어진 읍사무소의 깨끗한 환경에서 주민들이 만족해한다”고 설명했다.


 

무주 공설운동장, 예체문화관, 청소년문화관 등은 읍내 한곳에 모여 있다. 무주군의 환경친화 및 위민 행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곳이 공설운동장이다. 여기에는 운동장 주변에 240그루의 등나무가 심어져 있다. 등나무는 관중석에 앉아 있는 관람객에게 햇볕을 막아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예체문화관에는 군민들이 수영장과 헬스장 등을 이용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편리함을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더 피부로 느낀다. 대전 출신으로 이곳에서 근무하는 강연식(30)씨는 “페인트 색깔을 골라도 주변과 어울리게 선택하는 등 작은 곳에도 신경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곳은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4대 사고지 중의 하나인 적상산 자락과 6·25 한국전쟁 때 주민들이 인민군에 희생됐던 하늘바위가 있는 장소 사이에 위치해 역사성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읍내에서 슈퍼를 경영하는 김아무개(26)씨도 “무주에서 1년 동안 살았는데, 깨끗한 환경과 시설이 좋아서 전입신고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에 문을 연 청소년수련관은 청소년에게 인기있는 공간이다. 스쿼시, 당구, 탁구, 농구, 노래방, 영화관, 골프연습장 등을 갖춰 산골지역에서는 앞선 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노인을 위한 공간인 무주종합복지관은 옥상에 게이트볼 경기장을 만들어 놓는 등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조명순(72)씨는 “무료인 마을순환버스를 타고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홍기석 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는 “건물 외부도 친환경적이지만, 내부 시스템이 개방형으로 다른 지역 복지관과 차이가 많이 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름다운 디자인에 신경을 쓰다보면 공간효율적 측면에서 다소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무주군은 2001년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와 경실련 도시계획센터가 공동주관한 지속가능한 도시대상을 받았다.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경쟁한 친환경적 개발 생태도시에 선정된 것이다. 김 홍보담당은 “다른 군지역은 인구가 줄고 있지만, 자연도시를 꿈꾸는 무주는 이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며 “바뀐 환경을 찾아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사진 무주군 제공



 

기사등록 : 2006-05-15 오후 11: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