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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건축환경문화’ 선정된 건축가 정기용씨(한겨레 070117)

by 마리산인1324 2007. 1. 20.

 

<한겨레신문> 2007-01-17 오후 06:38:29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84783.html

 

 

‘건축환경문화’ 선정된 건축가 정기용씨

 

건물 지은게 아니라 삶 지었죠
한겨레 김규원 기자
» 정기용(왼쪽)씨가 지은 곤충박물관(오른쪽)은 지붕을 경사로와 연결해 안과 밖, 지붕과 땅의 경계를 없앰으로써 마치 흙을 털고 기어 나오는 애벌레처럼 꿈틀거린다.

한 지역의 공공건축물 31개를 한 건축가가 디자인해 주민의 생활, 자연, 건축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건설기술·건축문화 선진화위원회’(위원장 김진애)는 17일 중소 시·군 지역에서 지역 특성을 잘 표현한 건축물의 사례로 ‘무주군 공공건축물’ 31개를 1월의 ‘건축환경문화’로 선정했다.
 

위원회는 “2만6천여명이 사는 작고 외딴 지역인 전북 무주군에 건축가 정기용씨 지은 공공건축물 31개는 정씨와 김세웅 군수의 의기투합으로 싹틔운 획기적인 건축문화”라고 평가했다. 특히 위원회는 지자체장이 한 건축가에게 주요 공공건축 사업을 몰아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과 질시 속에서도 정씨와 김 군수는 한국에서 일찍이 보기 힘든 공공건축의 한 모델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2만6천명 사는 무주군에만 31곳 디자인
김세웅 군수와 뜻모아 ‘공공건축모델’ 선봬
특혜의혹 넘어 목욕탕·면사무소 ‘맞춤형’ 설계

 

이 일은 1994년께 무주군 청년들이 골프장을 반대하면서 예술인 마을을 제안한 것에서 시작했다. 강내희 중앙대 교수와 정 건축가는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무주를 찾았고, 이 지역에 살던 허병선 목사는 안성면 진도리에 마을회관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정씨는 처음 지어보는 마을회관의 아이디어를 얻으려 주민들을 만났고, 주민들은 정씨에게 ‘공중 목욕탕’을 지어달라고 했다. ‘공중 목욕탕’이 포함된 마을회관이 문을 열던 날 정씨와 김 군수는 만났다. 그리고 김 군수는 “서울에서 큰일만 하는 분한테 미안하지만 혹시 안성면사무소도 지어줄 수 있겠냐”고 물었고 정씨는 동의했다. 그 일을 계기로 김 군수는 10여년 동안 무주군 31개의 공공건축물 사업과 그 안의 활동 프로그램을 정씨에게 맡겼다.

 

김 군수가 무주군 공공건축의 대부분을 수의계약으로 정씨에게 넘긴 것에 대해 말도 많았다. 공공사업에서 형평성 기본으로 하는 공무원 사회에서 거의 보기 힘든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버틸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권을 둘러싼 의혹을 피하기 위해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면서 일했다”고 말했다.

정씨가 지난 10년 동안 무주군의 공공건축을 도맡으면서 얻은 지혜는 무엇일까?

 

“공공기관이 공공건축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공문서 집행하듯 했는데, 공공건축이 어때야 하는지에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합니다. 또 건축가가 건물을 지을 때 생각해야 할 것이 그 안의 삶, 자연, 건축이라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정씨는 부남면사무소에 천문대를 만들어 이 곳을 ‘별보는 마을’로 만들었고, 공설운동장에서 뙤약볕에 앉아 군수의 말씀을 들었던 군민들에게 ‘등나무 가림막’을 제공했다. 주차장으로 쓰이던 군청사 마당은 공원으로 만들었다. 선진화위원회는 정씨의 31개 건축물에 대해 “그는 단지 집을 지은 게 아니라, 군민들에게 필요한 새로운 공공서비스의 프로그램을 건축물 안에 집어넣었다”고 평가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건설기술·건축문화 선진화 위원회 제공


 

기사등록 : 2007-01-17 오후 06:3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