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이야기/시·글

적벽부(赤壁賦) /蘇東坡

by 마리산인1324 2007. 2. 26.

 

<적벽부(赤壁賦)>

蘇東坡

 

【해설】

 

  송(宋) 나라 소식(蘇軾: 東坡)의 작품. 송 나라 원풍3년(1080년) 오대시안(烏臺詩案)이란 필화(筆禍) 사건으로 죄를 얻어 황저우(黃州: 湖北省)에 유배되었던 소동파가 1082년(원풍5)의 가을(7월)과 겨울(10월)에 황저우성 밖의 적벽에서 놀다가 지은 것이다. 7월에 지은 것을 <전(前)적벽부>, 10월에 지은 것을 <후적벽부>라 한다. ‘부’란 운문(韻文)의 하나인 문체의 명칭인데, 사물의 서술을 중심으로 한 한대(漢代)의 장려한 작품에서부터 육조(六朝)ㆍ당(唐)시대의 형식적인 소형 작품으로 쇠퇴한 ‘부’의 장르를 생동하는 묘사로, 서정과 사상을 겸비한 문장으로 부활, 완성시킨 작품이 이 <적벽부>이다.

  달 밝은 밤에 소동파가 적벽에서 뱃놀이를 하며 삼국의 영웅인 조조(曹操)와 주유(周瑜)의 풍류에 비겨 자신의 덧없는 인생을 생각하고, 결국은 저들이나 자신이 다 무한한 생명 앞에서는 모두 덧없는 존재라는 것과, 무한한 본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만물이 다 같은 것임을 깨닫고 시름을 잊는다는 내용을 술회한 명문이다.

 

【개관】

 

▶성격 : 자연 친화, 낭만적, 철학적

▶사상적 배경 : 노장사상(老莊思想)과 불교의 제행무상(諸行無常)

▶특징

- 대화의 기법

- 서정, 서사, 서경, 설교적 표현기법

- 인간의 보편적 관심사(생사(生死)문제)

▶관점의 차이 이해

- 손 : 인생을 허무한 것으로 봄

- 소자 : 무한한 본체의 관점에서 인생을 보면 삶과 죽음은 같은 것이라는 달관의 자세를 보임

▶주제 : 달관의 인생

 

【내용】

 

赤  壁  賦                                                    

蘇    軾


壬戌之秋七月旣望 蘇子與客 泛舟遊於赤壁之下 淸風徐來 水波不興 擧酒屬客 誦明月之詩 歌窈窕之章.   少焉 月出於東山之上 徘徊於斗牛之間 白露橫江 水光接天. 縱一葦之所如 凌萬頃之茫然. 浩浩乎如憑虛御風 而不知其所止. 飄飄如乎遺世獨立

羽化而登仙 於是 飮酒樂甚 扣舷而歌之 歌曰 桂棹兮蘭槳 擊空明兮訴流光 渺渺兮余懷 望美人天一方 客有吹洞簫者 倚歌而和之 其聲嗚嗚然 如怨如慕 如泣如訴 如音嫋嫋 不絶如縷 舞幽壑之潛蛟 泣孤舟之嫠婦

蘇子愀然正襟 危坐而問客曰 何爲其然也 客曰 月明星稀 烏鵲南飛 此非曹孟德之詩乎 西望夏口 東望武昌 山川相繆 鬱乎蒼蒼 此非孟德之困於周郞者乎 方其破荊州

下江陵 順流而東也 舳艫千里 旌旗蔽空 釃酒臨江 橫槊賦詩 固一世之雄也 而今安在哉 況吾與子 魚樵於江渚之上 侶魚鰕而友麋鹿 駕一葉之扁舟 擧匏樽而相屬 寄蜉蝣於天地 渺滄海之一粟 哀吾生之須臾 羡長江之無窮 挾飛仙以遨遊 抱明月以長終 知不可乎驟得 託遺響於悲風

蘇子曰 客亦知夫水與月乎 逝者如斯 而未嘗往也 盈虛者如彼 而卒莫消長也 蓋將自其變者而觀之 則天地曾不能以一瞬 自其不變者以觀之 則物與我皆無盡也 而又何羡乎 且夫天地之間 物各有主 苟非吾之所有 雖一毫而莫取 惟江上之淸風與山間之明月 耳得之而爲聲 目寓之而成色 取之無禁 用之不竭 是造物者之無盡藏也 而吾與子之所共樂      客喜而笑 洗盞更酌 肴核旣盡 杯盤狼藉 相與枕藉乎舟中 不知東方之旣白

 

  『임술(壬戌) 가을 7월 기망(기望)에 소자(蘇子)가 손(客)과 배를 띄워 적벽(赤壁) 아래 노닐새, 맑은 바람은 천천히 불어오고 물결은 일지 않더라. 술을 들어 손에게 권하며 명월(明月)의 시를 외고 요조(窈窕)의 장(章)을 노래하더니, 이윽고 달이 동쪽 산 위에 솟아올라 북두성(北斗星)과 견우성(牽牛星) 사이를 서성이더라. 흰 이슬은 강에 비끼고, 물빛은 하늘에 이었더라. 한 잎의 갈대 같은 배가 가는 대로 맡겨, 일만 이랑의 아득한 물결을 헤치니, 넓고도 넓게 허공에 의지하여 바람을 타고 그칠 데를 알 수 없고, 가붓가붓 나부껴 인간 세상을 버리고 홀로 서서, 날개가 돋치어 신선(神仙)으로 돼 오르는 것 같더라.

 

  이에 술을 마시고 흥취가 도도해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를 하니, 노래에 이르기를,

"계수나무 노와 목란(木蘭) 상앗대로 속이 훤히 들이비치는 물을 쳐 흐르는 달빛을 거슬러 오르도다. 아득한 내 생각이여, 미인(美人)을 하늘 한 가에 바라보도다."

  손 중에 퉁소를 부는 이 있어 노래를 따라 화답(和答)하니, 그 소리가 슬프고도 슬퍼 원망하는 듯 사모하는 듯, 우는 듯 하소하는 듯, 여음(餘音)이 가늘게 실같이 이어져 그윽한 골짜기의 물에 잠긴 교룡(蛟龍)을 춤추이고 외로운 배의 홀어미를 울릴레라.

 

  소자(蘇子)가 근심스레 옷깃을 바루고 곧추앉아 손에게 묻기를,

  “어찌 그러한가?”

하니, 손이 말하기를,

  “'달은 밝고 별은 성긴데, 까막까치가 남쪽으로 난다.'는 것은 조맹덕(曹孟德)의 시가 아닌가? 서쪽으로 하구(夏口)를 바라보고 동쪽으로 무창(武昌)을 바라보니 산천(山川)이 서로 얽혀 빽빽이 푸른데, 예는 맹덕이 주랑(周郞)에게 곤욕(困辱)을 받은 데가 아니던가? 바야흐로 형주(荊州)를 깨뜨리고 강릉(江陵)으로 내려갈 제, 흐름을 따라 동으로 감에 배는 천 리에 이어지고 깃발은 하늘을 가렸어라. 술을 걸러 강물을 굽어보며 창을 비끼고 시를 읊으니 진실로 일세(一世)의 영웅(英雄)이러니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하물며 나는 그대와 강가에서 고기 잡고 나무하며, 물고기와 새우를 짝하고 고라니와 사슴을 벗함에랴. 한 잎의 좁은 배를 타고서 술을 들어 서로 권하며, 하루살이 삶을 천지(天地)에 부치니 아득한 넓은 바다의 한 알갱이 좁쌀알이로다. 우리 인생의 짧음을 슬퍼하고 긴 강(江)의 끝없음을 부럽게 여기노라. 날으는 신선을 끼고 즐겁게 노닐며, 밝은 달을 안고서 길이 마치는 것은 갑자기 얻지 못할 줄 알새, 끼치는 소리를 슬픈 바람에 부치노라.”

 

  소자 말하되,

  "손도 저 물과 달을 아는가? 가는 것은 이와 같으되 일찍이 가지 않았으며, 차고 비는 것이 저와 같으되 마침내 줄고 늚이 없으니, 변하는 데서 보면 천지(天地)도 한 순간일 수밖에 없으며, 변하지 않는 데서 보면 사물과 내가 다 다함이 없으니 또 무엇을 부러워하리요? 또, 천지 사이에 사물에는 제각기 주인이 있어, 나의 소유가 아니면 한 터럭이라도 가지지 말 것이나,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간(山間)의 밝은 달은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에 뜨이면 빛을 이루어서, 가져도 금할 이 없고 써도 다함이 없으니, 조물주(造物主)의 다함이 없는 갈무리로 나와 그대가 함께 누릴 바로다."

 

  손이 기뻐하며 웃고,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드니 안주가 다하고 잔과 쟁반이 어지럽더라. 배 안에서 서로 팔을 베고 누워 동녘 하늘이 밝아 오는 줄도 몰랐어라.』

 

【감상】

 

  송나라 원풍(元豊, 송의 연호) 5년(1082) 가을 7월 16일의 달 밝은 밤에 소동파가 적벽에서 뱃놀이를 하며 삼국의 영웅인 조조와 주유의 풍류에 비겨 자신의 덧없는 인생을 생각하고, 결국은 저들이나 자신이 다 무한한 생명 앞에서는 모두 덧없는 존재라는 것과, 무한한 본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만물이 다 같은 것임을 깨닫고 시름을 잊는다는 내용을 술회한 명문이다. 이 글에 이어서 쓴 '후적벽부'도 있다. '부(賦)'는 한문체의 하나로 글귀 끝에 운을 달고 대(對)를 맞추어 짓는다. 때로는 '감상을 느낀 그대로 읊은 글'의 뜻으로도 쓰인다.

  삼국시대의 옛 싸움터 적벽의 아름다운 경치와 역사의 대비, 자연과 일체화하려는 소동파의 제물(齊物)의 철학이 결부되어, 유려(流麗)한 표현과 함께 문학으로서 높은 경지를 이루었다.

  이 작품은 중국의 명문(名文)을 가려 뽑은 책인 <고문진보(古文眞寶)>에 들어 있다.


  당송(唐宋) 팔대가의 하나인 소식(호 동파(東坡)가 황주에 유배되어 있을 때, 적벽 아래에서 한 나그네와 함께 뱃놀이를 한 이야기를 읊은 운문이다. 인생의 의미를 적벽 대전의 영웅인 조조와 주유를 회상하고 인생이란 덧없는 것이라는 것과, 무한한 본체의 관점에서 보면 만물이 다 같은 것임으로 반론을 제시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내용상 전편과 후편으로 나누는데, 전편에서 작가는 삼국 시대에 유비와 조조의 군사가 격렬한 싸움을 벌였던 적벽에서 친구들과 뱃놀이를 하면서 옛날을 회고하고 인생과 대자연의 의미를 노래한다. 그리고 후편에서는 적벽의 겨울 풍경이 지닌 아름다움을 감동어린 시선으로 묘사한다. 한편 이러한 내용 가운데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노장 사상의 영향을 받은 전편의 뒷부분과 후편이다. 이 부분에서 작자는 자연의 장구한 시간성에 비하여 순간에 지나지 않는 인생의 짧음을 한탄함으로써 자연으로 귀의하고자 하는 마음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