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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시·글

[스크랩] 김삿갓의 시 세계

by 마리산인1324 2007. 2. 27.
   
    봉황과 천상의 새 개구리 -김병연(金炳淵 1807∼1863)- 草裡逢蛇限不飛 澤中冒雨怨無蓑 초리봉사한불비 택중모우원무사 若使世人敎箝口 夷劑不食首陽薇 약사세인교겸구 이제불식수양미
      
    풀숲에서 뱀을 만나면 날지 못함을 원망하고 
    연못 가운데서 비 만나면 도로이 없음을 원망하누나 
    세상 사람들 모두를 입다물 게 했더라면 
    백이.숙제도 수양산의 고사리는 먹지 않았을 것을 
    
    
    벼룩
    貌似棗仁勇絶倫 半蝨爲友蝎爲隣 
    모사조인용절륜 반슬위우갈위린 
    朝從席隙藏身密 暮向衾中犯脚親 
    조종석극장신밀 모향금중범각친 
    尖嘴嚼時心動索 赤身躍處夢驚頻 
    첨취작시심동색 적신약처몽경빈 
    平明點檢肌膚上 剩得桃花萬片春
    평명점검기부상 양득도화만편춘 
    
      
    모양은 대추씨 같으나 용기가 뛰어나
    이와는 친구 삼고 전갈과는 이웃일세
    아침에는 자리 틈에서 몸을 숨겨 찾을 수 없고
    저녁에는 이불 속에서 다리 물려고 다가 오네
    뾰죽한 주둥이에 물릴 때마다 찾아볼 마음이 생기고
    알몸으로 될 때마다 단꿈이 자주 깨네
    밝은 아침에 일어나 살갗을 살펴보면
    복사꽃 만발한 봄날 경치를 보는 것 같네
    
     
    아침과 점심을 내리 굶은 김삿갓이 산중을 지나가는 길이었다.
    저만치에서 노인 네댓 명이 모여 앉아 잔을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시고 있었다.
    옳지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김삿갓은 노인들의 틈에 끼어 막걸리라도 한 잔 얻어 마시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어르신들 안녕하십니까? 
    지나가는 과객입니다만, 탁주 한사발 얻어 마실 수 있겠습니까?
    자기들끼리 잔을 돌리며 흥에 취해 있던 노인들은
    불쑥 나타나 흉을 깬 김삿갓을 못마땅하게 쳐다 보았다.
    "우리는 지금 한창 흥에 겨워 시를 짓고 있는 중인데
    왜 불쑥 끼어 들어 흥을 깨는가?"
    그말에 김삿갓은 다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제가 무례를 범했군요. 그러나 저도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니
    자리에 끼워주시면 한 수 읊어 보겠습니다."
    노인들은 김삿갓의 초라한 행색을 보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당신 같은 사람이 시를 짓다니 그게 정말인가?
    만약 시를 짓지 못하면 거짓말을 입에 담은 죄로 저 산등성이까지 기어서 가야하네."
    김삿갓이 노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선 탁주 한 사발만 주시면 그걸 먹고 시상을 다듬어 보겠습니다."
    그러자 노인들은 각기 술 한잔씩을 따라 주었다.
    막걸리 서너잔을 마시니 대번에 배가 벌떡 일어나는 게 그제서야 살 것 같았다.
    "자 이제 술도 얻어 마셨으니 시를 지어 보게나."
    "예 그러지요. 먼저 어르신들이 한 수 지어주시면 제가 화답하는게 어떻습니까?'
    "그거야 마음대로 하게.
    그럼 내가 먼저 조(鳥)자, 운(雲)자, 군(群)자를 넣어 한 수 지을테니 화답해 보게."
    
    
    石上難生草 房中不起雲
    석상난생초 방중불기운
    山間是何鳥 飛入鳳凰群
    산간시하조 비입봉황군
    
      
    돌 위에서는 풀이 돋기 어렵고
    방안에서는 구름이 일어날 수 없는 일
    산에 사는 어떤 잡새가
    봉황의 무리 속에 날아 들었는가
    
     
    첫째 연과  둘째 연은 배우지 못한 무식한 촌놈이라는 야유를 보낸 것이고
    셋째와 넷째 연은 노인들 자신을 봉황에 비유하고  김삿갓은 잡새에 비유를 하였다.
    
    
    我本天上鳥 常留五彩雲
    아본천상조 상류오채운
    今宵風雨惡 誤落野鳥群
    금소풍우악 오락야조군
    
      
    나는 본래 하늘 위에 사는 새로서
    언제나 오색구름 속에서 노닐었는데
    오늘따라 비바람이 몹시 몰아쳐
    들새 무리 속에 잘못 끼어들었네
    
     
    노인들이 봉황새라고 자처한 것에 대해
    김삿갓은 그보다 한수 위에 있는 천상의 새라고 청하면서
    들새 같은 노인들의 무리에 잘못 끼어 들었다고 화답한 시..
    "이 정도면 술 몇 잔 값은 넉넉히 치렀다고 생각됩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일어서겠습니다."
    이전의 글 중
    천(天)자가 모자를 벗고 점을 하나 얻었다는 것은
    개 견(犬)자 이고
    내(乃)자가 지팡이를 잃고 허리에 띠를 둘렀다는 것은
    아들 자(子)를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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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와 첩 -김병연(金炳淵 1807∼1863)- 不熱不寒二月天 一妻一妾最堪憐 불열불한이월천 일처일첩최감련 鴛鴦枕上三頭竝 翡翠衾中六臂連 원앙침상삼두병 비취금중육비연 開口笑時渾似品 飜身臥處燮成川 개구소시혼사품 번신와처섭성천 東邊未了西邊事 更向東邊打玉拳 동변미료서변사 경향동변타옥권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월달에 
    아내와 소실이 견디는 꼴이 가련하다 
    원앙 금침엔 머리 셋이 나란히 있고 
    비취 이불 속에는 여섯 팔이 나란하구나 
    함께 웃을 때 어우러진 입의 모습은 마치 品자와 같고 
    몸 뒤집어 누운 옆모습은 川자와 같구나 
    동쪽이 다 끝나기도 전에 다시 서쪽으로 돌아눕고 
    또 다시 동쪽을 향해 옥 같은 손목을 쓰다듬네
    
    
    요강
    籟渠深夜不煩厞 令作團隣臥處圍
    뇌거심야불번비 영작단린와처위 
    醉客持來端聃膝 態娥挾坐惜依收
    취객지래단담슬 태아협좌석의수
    堅剛做體銅山局 灑落傳聲練瀑飛
    견강주체동산국 쇄락전성연폭비
    最是功多風雨曉 偸閑養性使人肥
    최시공다풍우효 투한양성사인비
    
      
    네가 있어 밤중에도 번거롭게 사립문 여닫지 않고
    사람과 이웃하여 잠자리 벗이 되었구나
    술 취한 사내도 네 앞에서는 단정히 무릎을 꿇고
    아름다운 여인은 널 끼고 앉아 살며시 속옷을 걷네
    단단한 그 모습은 구리산의 형국이고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소리는 비단 폭포를 연상케 하네
    비바람 치는 새벽에 가장 공이 크니
    실로 요강은 한가한 성품을 길러주어 사람을 살찌게 하는구나
    
     
    강원도의 어느 지방을 지나다가 주막에 들른 김삿갓은
    본의 아니게 옆자리에 앉은 남자들이 술에 취해 하는 말을 엿듣게 되었다.
    "정말 고민이야. 이놈의 마누라들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으르렁대니
    내가 중간에서 살 수가 있어야지."
    지금까지 그들 패거리의 말을 들어본 결과,
    그는 백만수라는 30대 남자였는데 부인을 둘이나 데리고 사는 행복한 사내였다.
    "이 사람아, 나는 아직 나이 서른이 넘도록 장가도 못갔는데 
    자네는 여자를 둘씩이나 데리고 살면서 매일 만나기만 하면 
    그리 호강에 겨운 소리만 지껄이는가?"
    "그러게 말이야. 하나가 아니고 둘인데 뭐가 불만인가?
    오늘은 큰마누라, 내일은 작은마누라, 
    이렇게 번갈아가며 품고 잘 수 있으니 얼마나 큰 복인가!"
    백만수의 친구들은 불만스럽다는 듯 투덜거렸다.
    "그런소리 말게.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어 보면 아마도 그런 말은 못할걸세."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건가 우리가 해답을 줄 테니 한번 말해 보게."
    김삿갓도 자뭇 그의 사연이 궁금해져 탁주 한 사발을 들이킨 다음 귀를 기울였다.
    사연은 이러했다.
    그는 한집에서 큰마누라와 작은마누라를 데리고 살고 있었는데
    두 여자의 사이가 좋지 않아 하루도 다투지 않는 날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두 여자가 눈을 뜨자마자 마당에서 서로 으르렁대다가
    서로 머리채를 잡고 대판 싸움을 벌였다는 것이었다.
    백만수는 그 꼴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어 싸움을 말리려고 끼어 들었으나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난감했다.
    그래도 누군가 하나는 나무래야겠기에 
    작은마누라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방으로 들어가 호통을 쳤다.
    "나이도 어린 것이 어디 윗사람한테 대드는거야! 너 오늘 나한테 죽어봐라!"
    그러나 정작 작은 마누라를 방바닥에 쓰러뜨리고 본격적으로 혼을 내려고 하는데
    탐스런 젖무덤이 옷 사이로 비어져 나와 그의 욕정을 자극하고 말았다.
    그래서 결국 식전부터 그는 작은마누라를 껴안게 되었는데
    한창 열이 오를 무렵 큰마누라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이닥친 것이었다.
    큰마누라는 사내의 등덜미를 낚아채면서 소리쳤다.
    "이런 잡것들을 봤나!"
    백만수는 무안해서 아무 소리 못하고 머리만 긁적거렸다.
    그러나 큰 마누라가 사내에게 죽일 듯이 달려 들어 씩씩거리며 다시 소리쳤다.
    "이 잡놈아, 그런 식으로 죽이려거든 차라리 나를 죽여라, 나를 죽여!"
    김삿갓은 그말을 듣자 배꼽을 움켜잡고 웃었다.
    
출처 : 생의 노래
글쓴이 : 방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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