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이야기/생활

후륜구동이 눈길에 취약한 이유

by 마리산인1324 2007. 3. 6.

 

http://blog.naver.com/bboxxer/10174864

 

 

▼구동방식에 따른 차이▼

 

자동차는 네 바퀴로 굴러갑니다. 그러나 네 바퀴라고 모두 같은 것은 아닙니다. 어느 바퀴에 동력을 전달해 차를 추진시키느냐에 따라 자동차의 행동특성이 달라집니다. 법규를 준수하면서 안전운전을 할 때는 그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없지만 코너를 빠르게 돌거나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확연한 차이가 나게 됩니다. 운전방식도 구동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자신의 차에 따른 특성을 파악하고 운전을 하면 안전운전에 도움이 됩니다.

 

자동차의 구동방식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전륜 후륜 사륜이 그것이죠. 전륜구동을 'Front Wheel Drive', 후륜구동을 'Rear Wheel Drive'라고 하는데 첫 번째 단어 대문자를 따서 각각 ‘F’와 ‘R’로 칭하고 사륜구동은 AWD(All wheel drive) 혹은 4WD라고 합니다. 여기에 엔진의 위치는 승객석 앞에 있을 때는 F(Front), 차에 중심에 있으면 M(Mid)이고 뒷차축 부근에 있으면 R(Rear)로 부릅니다.

 

FF는 엔진이 앞에 있고 전륜구동인 차를 말합니다. Front engine+Front wheel drive의 약자인 것이죠. FR은 엔진은 앞에 있고 후륜구동인 차, MR은 엔진이 차체 중심에 있고 후륜구동, RR은 엔진이 뒤에 있고 후륜구동인 차를 뜻합니다. FF는 세계적으로 전체 승용차의 80%를 차지합니다. FR은 현재 생산되는 국내 승용차로는 체어맨이 유일하고 BMW와 벤츠의 대부분이 그러합니다. 과거 포니 스텔라 프린스 포텐샤 엔터프라이즈 등이 후륜구동이었죠.

 

MR은 주로 고성능 스포츠카에서 볼 수 있는데 페라리와 람보르기니가 대표적입니다. MR은 엔진이 뒷좌석 위치에 있기 때문에 2인승으로 밖에는 만들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차에서 가장 무거운 엔진이 차체 중심에 있기 때문에 차체가 회전관성을 적게 받아 핸들링이 뛰어난 장점이 있습니다. RR은 포르쉐 911시리즈와 딱정벌레차로 유명한 폴크스바겐 비틀(구형)이 있습니다. 포르쉐와 비틀은 개발자가 포르쉐 박사입니다. 승용차는 아니지만 대형 버스도 대부분 RR방식입니다.

 

▼후륜구동 경험담▼

 

자동차 마니아들이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한 것 같습니다. 초보들을 위한 것이니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오늘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은 후륜구동의 취약점입니다. 구동형식에 따라 장단점이 있지만 엔진의 위치를 떠나 후륜구동은 공통적으로 빙판길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얼마나 좋지 않기에 그러냐고요. 정말 지독히도 취약했습니다.

 

1월 30일 오후 3시. 후륜구동인 BMW 740i를 몰고 무주리조트로 향했습니다. 후륜구동으로 스키장을 찾는 것은 처음이라 출발 전부터 긴장이 되더군요. 차체를 스포츠 스프링으로 3cm 낮췄기 때문에 탈착이 편한 스파이더 형태의 체인은 맞지 않아 얇은 우레탄 패드 체인을 구입해둔 상태였습니다. 전륜구동인 소나타2를 몰고 갈까도 생각했지만 후륜구동의 단점을 직접 체험해보자는 오기가 발동한 것이죠. 그러나 그 대가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가는 날 전라남북도에 눈이 제법 왔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고속도로 사정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런데 대진고속도로 덕유산IC를 빠져나오자 상황이 급변하더군요. 제설작업이 약간 돼 있긴 했지만 도로 위에 제법 많은 눈이 보였습니다. IC를 빠져나와 첫 번째 좌회전을 하면서 바닥이 얼마나 미끄러운지 테스트를 하려고 가속페달을 약간 밟으니 여지없이 후륜이 밖으로 스르륵 미끄러지더군요. 전륜일 경우는 앞바퀴가 밖으로 밀려나며 회전반경이 커졌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리 예견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카운터스티어링으로 쉽게 자세를 잡았습니다. 속도가 높은 상황이라면 눈길에서는 이런 운전기술도 아무런 소용도 없습니다. 스키장으로 향하는 국도에는 차가 거의 없었고 길도 염화칼슘에 의해 녹아 있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목적지 입구까지 도착했고, 뒤늦게 도착한 친구 일행과 단골집인 ‘XX가든’에서 저녁으로 맛있는 삼겹살을 실컷 먹었습니다. 역시 그 집의 음식맛은 몇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더군요. 이 때까지는 만사 OK였죠. 스키장 주변은 눈이 상당히 쌓여 있었지만 모두 평지라 다닐만했던 것이죠.

 

식사 후 친구가 타고 온 4륜구동 쏘렌토를 먼저 보내고 뒤를 따랐습니다. 가벼운 코너에서도 20km/h만 넘으면 뒤가 슬슬 미끄러지는 통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무주리조트 진입로 중간쯤에 있는 스키샵에 도착해 친구가 스키를 빌리는 것을 기다렸죠. 그런데 다른 운전자가 차를 조금 이동시켜달라고 한데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낮은 경사길이었는데 이 놈의 후륜구동에게는 에베레스트산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아무리 가속페달을 밟아도 꼼짝을 안하더군요. 트랙션컨트롤을 껐다 켰다도 해보고 기어를 2단 출발로 맞춰도 차가 움직이기는커녕 뒤로 슬금슬금 미끄러지더군요. 더 용을 쓰자 아예 차체가 제자리에서 옆으로 돌아가기까지 했습니다. 보다 못한 그 운전자는 다른 쪽으로 돌아서 갔습니다. 물론 그 차는 전륜구동이었습니다. 체인을 채울 것인지 고민을 하다 스키장을 코앞에 두고 번거롭기가 싫어서 일단 돌파해보기로 했습니다.

 

차를 뒤로 빼서 평탄한 곳까지 옮긴 뒤 탄력을 붙여서 그 에베레스트를 겨우 넘었고 살얼음을 걷는 심정으로 스키장 안까지 도착했습니다. 스키장 내부는 제설작업으로 빙판을 볼 수 없더군요. 역시 체인을 채우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흐뭇해하던 것도 잠시. 주요도로만 제설작업이 돼 있었을 뿐 주차장으로 가는 샛길은 하얀 눈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것이 아닙니까.

 

방이 잡힌 곳은 ‘들국화동’이었는데 무주리조트 숙박시설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들국화동으로 가는 가장 평탄한 길은 버스들이 뒤엉켜서 아르바이트생들이 출입을 차단하고 있었기에 샛길로 돌아가야만 했는데 전륜구동들도 쩔쩔매는 길이 20m에 20도정도 경사진 언덕을 넘어야하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노폭이 3m에 불과해 아차하면 옆으로 떨어지는 위험한 길이더군요.

 

앞서 가던 친구의 쏘렌토는 우습다는 듯이 올라가버렸고 그 뒤에 있던 전륜구동인 아반떼는 한 차례 실패한 뒤 뒤에서부터 탄력을 붙여 달려가 등반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740i는 후륜구동이라 미끄러운 길을 박차고 나가 탄력을 붙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두 번 실패를 하고 세 번째 다시 내려와 죽을힘을 다해 탄력을 붙인 뒤 등반시도. 아쉽게도 앞바퀴는 평지에 올라섰는데 뒷바퀴가 미처 올라오지 못하고 헛돌기 시작했습니다.

 

차체까지 돌아가기 시작해 후륜 한쪽 바퀴는 도로 밖으로 빠지기 직전 상황까지 갔습니다. 결국 제 차 때문에 뒤에 밀려 있던 운전자 3,4명이 기다리다 못해 뒤에서 밀어준 덕분에 겨우 평지까지 올라서는 감격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들국화동까지는 아직도 100m정도의 긴 오르막이 하나 더 남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때의 절망감이란...

일단 다른 차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체인을 달지 않은 전륜구동들은 잘도 올라가더군요. 10여분간 마음을 추스른 뒤 탄력을 붙어 올라갔지만 채 30m도 가지 못해 뒷바퀴가 헛돌기 시작하면서 멈춰버리고 말았습니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차체는 점점 돌아가며 아까와 마찬가지의 상황이 연출되더군요. 시커멓게 눈과 진흙탕으로 엉망이 돼 있는 후륜 휠하우스를 보니 체인을 끼울 용기도 나지 않았습니다.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뒤로 내려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브레이크를 살짝이라도 밟으면 네 바퀴가 모두 잠기며 차체는 빙판길에 놓인 나무토막처럼 물리학의 법칙에 따라 노견을 향해 미끄러지는데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순간순간 브레이크를 놓으면 조향을 시도해 차체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놨지만 내리막길이라 점점 속도는 더 오르고... ‘아 이젠 도로 경계석과의 충돌이다.’ 제발 견적이 작게 나오기만을 빌었죠.

 

전날 엄청난 길몽(엄청나게 지저분한 내용이라 밝히기는 힘듭니다. 로또도 한 장 샀지만 역시나) 때문인지 경계석과 몇 센티미터를 남겨놓고 차가 딱 멈춰는 것 아니겠습니까. 영하 15도인데도 등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저 밑에서 전륜구동 서너대가 지겨운 기색도 없이 저의 원맨쇼를 구경하고 있더군요. 흙이나 종이박스라도 있으면 깔아보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남은 10m도 아슬아슬하게 내려와 평지에 대충 차를 세우고 걸어서 방으로 올라갔습니다.

 

차에 실려 있던 스키와 짐들을 두 번에 걸쳐서 방으로 옮길 때 얼마나 춥던지. 전륜구동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더군요. 어쨌든 사고 없이 좋은 경험을 했고 독자 여러분께도 웃으며 경험담을 전해드릴 수 있으니 결국은 잘 한 일인가요. 앞으로는 눈 소식이 있으면 절대 후륜구동으로는 움직이지 않으렵니다.

 

▼후륜구동이 취약한 이유▼

 

후륜구동은 왜 이렇게 눈길에서 힘이 들까요. 우선 차체 앞에서 견인을 해주는 전륜구동과는 반대로 뒤에서 밀어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후륜이 불안정해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얼음 위에 긴 나무토막을 올려놓고 손가락으로 뒤에서 밀어보면 금방 이해가 됩니다. 빙판 오르막길에서 회전력을 가진 후륜은 쉽게 접지력을 잃고 차를 앞으로 밀지 못하고 옆으로 미끄러지게 됩니다.

 

또 다른 이유는 타이어를 지면에 누르는 하중과 관계있습니다. FF는 구동바퀴 위에 엔진이 올려져 있어 타이어를 누르는 힘이 큽니다. 전후륜 무게배분이 FF는 6:4에서 7:3정도입니다. 그러나 후륜구동은 대부분 5:5라서 구동바퀴를 누르는 하중이 전륜에 비해 약합니다. 구동방식의 취약점에다 타이어가 지면을 누르는 힘까지 약하니 빙판길에서는 거의 바보가 되는 것이죠.

 

그러나 대형버스는 후륜구동이지만 엔진이 뒤에 있어 후륜 타이어를 누르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눈길에서 전륜구동 이상으로 등반을 잘 합니다. 혹시 후륜구동 승용차를 가지고 계시다면 빙판길은 가지 않는 것이 가정경제와 장수에도 도움이 됩니다. 꼭 가야만 한다면 스노우타이어와 체인은 필수입니다. 혹시 4계절용이 아닌 여름용 고성능 UPH(Ultra high permance) 타이어가 장착돼 있다면 체인 없이는 가벼운 경사길의 등반도 포기하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눈길운전요령 중 한가지 팁을 알려드리자면 오르막이나 내리막에서 정지했는데도 차가 슬금슬금 미끄러지며 다른 물체와 충돌하려 할 때 계속 브레이크를 밟고 계시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 때는 저속이라 ABS가 작동하지 않아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는 전혀 조향이 되지 않습니다. 그냥 놔두면 도로 경계석이나 다른 차를 들이 받은 뒤에야 정지하게 되죠. 피할 공간이 있다면 짧게 짧게 브레이크를 풀어 원하는 방향으로 조향을 하고 다시 브레이크를 밟기를 반복하시면 됩니다.

 

[출처: 동아일보 석동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