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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007-05-08 18:53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409138

 

 

 

카메라를 든 불순분자

[노순택의 사진 한 장, 생각 잠깐 25] 못 막으면, 뭐 된다?
    노순택(nannay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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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막으면, 뭣 된다'는 강박관념을 삶의 화두로 삼고 계신 분들은 예나 오늘이나 여전하다. 오늘도 고무줄자를 손에 쥐고....
ⓒ 노순택

한 마디로 말해, 그는 불순한 자였다.
두 마디로 말한다 한들, 그의 불순함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사진은,
수단일 뿐, 그의 목적이 되지 못했다.
그에게서 '순수'를 찾는 건 글러먹은 일인지 모른다.
그러므로 그는 불순하였고, 그 불순함은 도처에서 발견되었다.

공안담당 형사님 가라사대,

"사진작가면 작가답게, 뭐 예술적이고 그런 걸 찍어야지, 왜 군사시설을 찍습니까? 철조망은 찍어서 뭣하려고요? 그런 게 예술이 돼요?"

불순한 순수, 이시우

그의 불순함에 어울리지 않게, 이 나라는 그에게 '순수의 정수'를 안겨주었다.

은혜로운 애국의 법, 어떤 사악함도 허락하지 않는
법 아래의 법이자, 법 위의 법, 무법과 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리 꿰어도 통하고, 저리 꿰어도 통하는 만사형통의 법, 극통극의 이치마저 헤아리는
대한민국헌법보다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계승의 법, 친일선조의 구슬땀이 묻어나는
만인만수의 법.

음양오행의 오묘함마저 통달해버린 다섯글자, 국.가.보.안.법.

"내 그대와 같이 불신, 퇴폐에 시달리는 이 땅의 불순물들을 위해 강림하였노라!!!
내 이름을 크게 외치고, 너의 죄를 고백하라, 그리하면 너와 네 가족이 불신지옥을 피하리니."


이시우는 응답하지 않았다.
입을 닫아, 말을 멈췄다.
입을 닫아, 음식마저 거절했다.
가소로운 짓이었다. 그 정도로 움찔할 것 같았으면, 어찌 국가보안의 신이라 불릴 수 있으리오.

그의 만행은...

이루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그는 많은 죄를 지었다. 그를 옥에 가두기 위해 발부된 구속영장청구서는 자그마치 659쪽에 달했다. 지난 5년 동안의 죄목만 659쪽이니, 살아오면서 그가 저지른 국가안보 위해범죄는 대체 얼마란 말인가.

샅샅이 살펴보지 말고, 대략만 살펴보자.

1. 강연과 전시
그는 사진가일 뿐만 아니라, 대인지뢰 전문가였다. 전문가면 전문가답게 대인지뢰를 옹호하지 않고, 그걸 없애기에 급급했다. 숱한 국내외 초청강연과 전시, 출판을 병행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강연장과 전시장에 반국가단체 구성원들이 방청객으로 또한 관람객으로 잠입해 들어왔다. 동시에 그의 뇌에서 무슨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능하신 국가보안의 신께서 알아채셨다. 그는 반국가단체에 이로울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방청객의 공감 인사에 화답했다. 그는 늘 이런 식이었다. 나라안보는 생각지도 않고, 아주 막무가내였다. 회합·통신이 잦았다.

2. 군사기밀 누설
그는 "한국군 작전통제권이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있다"는 기밀 중의 기밀을 누설했다. 아무도 모르는 그 사실을, 아무도 몰라야 할 그 사실을 천기누설한 것이다. 심지어 고성 통일전망대와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관측소 등에 유엔사 직원이 상주한다는 기밀마저 누설했다.

이는 "일부 알려진 사실이 있더라도 비밀로 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지어 유엔사의 불법성을 조목조목 연구해 유엔사 해체를 촉구하는 기고와 걷기 명상을 자행했다. 국제협약으로 금지되어 있는 화학무기를 유엔사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은 그의 대표적인 만행이다. 스페인 기자와 인터뷰를 통해 주한미군의 핵문제를 비판하다니, 이는 한미간의 우호증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망신을 불러오는 누워서 침뱉기 행위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북한의 주장과도 상당히 비슷하였으므로, 이는 국가안전에 중대한 불이익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리 좋은 취지였다 하더라도 결론이 북한과 비슷하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중대범죄다.

3. 각종 기고
그는 작가인 주제에 기자님을 사칭하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기자님들만 촬영하도록 공개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탐지, 도촬해 반정부성향의 매체에 기고하는 일이 잦았다. '전문기자'란 타이틀을 달고 있었지만, 그건 핑계일 뿐, 그는 기자가 아니었다.

심지어 미국에서 기밀해제된 문서를 인용해 "오산·청주 미군기지에 열화우라늄탄이 300만발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는데, 아무리 미국에서 기밀해제된 문서일지라도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특급기밀사항이고, 북한의 선전선동에 이용될 수 있으므로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4. 출판
그는 자신의 불순한 주장과 사진을 광범위하게 담은 불온서적마저 출간해 스테디셀러로 만들었다. '창작과 비평'에서 출간된 <민통선 평화기행>은 온통 그의 불순한 주장으로 도배되었다. 그런 불온 서적이 대한민국 문화관광부에서 선정한 '한국을 대표하는 책 100권'으로 선정되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국제도서전에서 전시되었다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배후에 누가(!) 있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의 불온서적을 외국어판으로 번역하기 위해 엄청난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었다. 무엇보다 그런 퇴폐서적이 외국어로까지 번역되어 유포된다는 사실은 심각한 지구안보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헐…,
대략 이렇다.

"659쪽에 달하는 구속영장청구서는 매우 자세한 이시우 안내서이자, 활동백서"라고 이정희 변호사는 말하고 있다. 두툼한 이시우의 책 <민통선 평화기행>이 340쪽이라는 걸 생각하면, 국가보안의 신은 이시우보다 이시우를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는 불순했고,
작가면서 작가답지 않았고,
그의 창작행위 역시 퇴폐적이었다.
늘상 색안경을 끼고 있었다.
그러니 순수할 리가 없었다.

작가면 작가답게 놀지, 왜 국가보안법이 어쩌고저쩌고, 주한미군이 어쩌고저쩌고, 통일이 어쩌고저쩌고 떠들어 대는가 말이다. 철조망은 왜 그렇게 찍어대는 거야? 그러다 적화통일되면 이시우 당신이 책임질꺼야?

맨 위에 사진을 좀 보라고.
못 막으면, 어떻게 된다? 대체 뭘 막느냐고?
거봐, 그런 걸 따져 묻는 습관부터가 아주 잘못됐어. 막으라면 막는 거지, 무슨 생각이 그리 많은 거야. 생각 했으면 생각으로만 멈추지 왜 또 떠드는 거야. 그러니까 고생을 하지. 아주 매를 벌어요.

당신보다 더 깊숙한 취재를 한 사람들도 많았어. 네쇼날 지오그래픽의 마이클 아먀시타도 DMZ 이런데 다 취재해 갔고,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이라는 사진작가는 아예 비행기를 타고 DMZ를 찍어갔어. 우리나라 방송국, 통신사, 신문사 기자들도 군사훈련, 군사시설 이런 거 숱하게 찍어갔지. 물론 책을 출간한 사람들도 많아. 헌데 왜 당신만 그러냐고? 왜 그럴까? 스스로 생각을 해봐. 당신은 선을 넘었어. 대체 그 선은 누가 긋는 거냐고? 어허, 또 따진다. 내가 맨날 고무줄자 가지고 다니는 것 여태 모르셨소?

내 경고하는데,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분들, 이시우 홈페이지에는 근처도 가지 마시길!
행여 펌질이라도 하는 날엔 당신의 뇌 속으로 님께서 강림할 것이외다.

이시우의 주장이 북한의 주장과 흡사하다고 혐의두신 사실을 "알면서도",
'www.siwoo.pe.kr' 사이트에 접속하시는 분들, 포탈에서 이시우를 검색해 불온저작물을 퍼나르는 분들, 아울러 동조글까지 남기시는 분들,
변명은 마세요. 해명도 필요 없어요.
판단은 오직 님만이 하십니다.

자, 대답해 보세요.
못 막으면, 뭐 된다?
* 사진가 이시우씨는 현재 국가보안법을 인정할 수 없다며 서울구치소에서 19일째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의 땀과 노력이 담긴 필름들은 모두 압수되어, 고무줄자 앞에 놓여 있다. 사진들은 합격사진과 불합격사진으로 분류될 예정이다.

"사진이 모습에서 비롯된다"는 존 버거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사진과 사진에 담긴 모습(내용)을 구분하려는 습관을 가져왔고, 이를 함께 읽거나 따로 읽는 노력을 통해 사진이라는 매체를 탐구해 왔다. 범죄행위를 찍은 사진에서 우리가 문제삼아야 할 것은 범죄인가, 범죄사진인가. 국제협약으로 금지된 화학무기를 보유한 자에게 돌아갈 비판의 화살이, 이를 폭로한 이에게 날아드는 일을 상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모순에 대해 발언하고, 독설을 퍼붓거나 야유하고, 비판하는 행위는 예술의 오랜 전통이었다. 오늘날 독일인들에게 사랑받는 예술품의 상당수가 나치시절 '퇴폐예술'이라 탄압받던 이들의 작품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5월 9일 기독교회관 2층에서는 이시우 석방을 촉구하는 각계인사들의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다.
  2007-05-08 18:53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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