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2003-10-23 17:46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149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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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회주의의 독재를 예견한 아나키즘, 부활하나 "자코뱅당이 집권한지 40년이 지나서 프랑스에서 ‘평등’이라는 말이 저주가 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 상황이 지속되면 ‘사회주의’라는 말도 저주가 될 것이다.”(p-305) 아나키스트 크로포트킨이 러시아 혁명 이후 레닌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그는 관료주의적 중앙집권주의가 혁명의 모든 힘을 빼앗고 혁명을 불모로 만들 거라 보았다. 한편 아나키즘을 국제적인 운동으로 전환시킨 바쿠닌도 마르크스의 과학적 사회주의는 권위주의적이고 중앙집권적인 국가와 소수 엘리트의 독재 체제를 낳을 것이라 경고했다. "사람들은 마르크스의 인민국가에는 특권계급이 결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법률적이고 정치적인 관점에서뿐 아니라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만인이 평등할 것이라고 한다. 적어도 사람들은 이를 약속했다...... 따라서 거기에는 특권계급은 없겠지만, 통치 기구, 그것도 오늘날의 모든 정부가 하듯이 대중들을 다스리고 관리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부의 생산과 공정한 분배를 자신의 수중에 포함시키면서 경제적으로도 대중들을 관리하려고 드는 아주 까다로운 통치 기구가 존재할 것이다.”(p-261) 즉 바쿠닌은 마르크스가 말하는 프롤레타리아의 과도적 독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과거에 노동자였지만, 그들이 권력을 잡는 순간 노동자 동지를 지배하는 새로운 권력층이 된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아나키스트들의 과학적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은 지난 시절 사회주의 독재의 문제점, 그리고 오늘날 동유럽에서 발생한 사건들과 구소련의 해체를 볼 때 결국 그들이 옳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또한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거칠 것 없이 진행되는 요즘 역사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아나키즘은 반세계화 시위 현장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아나키즘은 반자본주의 운동뿐만 아니라, 생태운동, 반전운동, 양심적 병역거부자 운동, 여성운동, 공동체운동 등에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하고 있다. 아나키즘의 새로운 뿌리 찾기
인간에게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여겼던 모든 종류의 지배와 사유재산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프루동, 아나키즘이 단순한 사고 실험 단계에서 벗어나도록 이를 국제적인 혁명 운동으로 전환시킨 바쿠닌, 노동의 의미와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새롭게 성찰한 크로포트킨, 이탈리아의 아나키스트 혁명가 말라테스타와 같이 잘 알려진 아나키즘 운동가를 다룬다.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이 책은 기존의 아나키즘의 역사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인물이나 이름을 남기지 않고 역사에 묻힌 민중들을 아나키스트로 복권한다. 부와 명예 대신 자율과 자급자족을 극단까지 밀고 간 철학자 디오게네스, 정통 교회에 맞서 민중의 자유를 옹호한 중세의 이단자들과 방랑하는 반체제주의자들, 교조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권위에 대항해 자신들의 자유를 지켜내고자 했던 스위스 쥐라 지방의 시계공들 등이 아나키즘 운동의 선구자로 거론된다. 즉 저자는 아나키즘의 새로운 뿌리 찾기를 시도한다. 또한 저자는 뿌리를 뻗어 20세기 유전자조작식품 반대 운동, 반세계화 운동뿐만 아니라 심지어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에게서도 아나키즘과 접점을 찾아낸다. 물론 이러한 것이 활동가들의 신경을 거스를 수 있다. 또한 개량주의에 대한 비판도 있을 수 있고, 아나키즘 현상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아나키는 무엇보다 삶의 양식이라고 주장한다. “엄격히 말해서 아나키즘은 적어도 그 출발점에서는 정치적이라기보다는 철학적인 태도”(p-50)라고 한다. “나에게 아나키즘은 분류와 정의가 가능한 정치적 태도이기에 앞서, 본질적으로 정신 또는 세계에서 하나의 존재 방식이다. 바로 여기에 아나키즘의 취약성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 점으로 인해 아나키즘은 영속성을 보장받으리라고 확신한다.”(p-7) 개인의 자발적 행동과 조직화 사이의 영원한 딜레마 저자가 아나키를 삶의 양식이라고 하기는 했지만, 활동가들의 비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단지 순수하게 도덕적인 태도에 머물고 말며, 역사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철학적인 단계에 비판의식을 보여준다. 또한 ‘본능적’ 아나키즘이 정말 혁명적이 되기 위해서는 합리화되어야 하고 효율적인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초기 단계의 조직화와 규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결국 그는 아나키즘은 양면성 지니고 있다고 본다. “한편으로 아나키즘은 개인의 열정을 필요로 하고, 이러한 의미에서는 단지 저항에 그칠 뿐이다. 다른 한편으로 분명히 모든 저항이 절대자유주의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없다. 진정한 아나키즘은 필연적으로 ‘정치적인’ 선택을 포함하고 있고 아나키즘의 궁극적인 목적은 집단적으로 조직된 실천에 있다고 혁명적 경향을 지닌 아나키스트는 말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개인의 자발적 행동과 조직화 사이의 영원한 딜레마에 부딪힌다.”(p-61) 아나키즘에 정답은 없다 아나키스트들이 걸어온 궤적은 개인에 대한 온갖 억압에 맞서 자유를 추구해온 인간의 역사를 대변한다. 뿐만 아니라 아나키스트들은 19세기부터 끊임없이 혁명 전선에 나섰다. 그들은 결코 혁명의 현장을 지나치지 않았고, 그 현장에서 눈부신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우리는 혁명의 승리가 그들의 패배가 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았다. 새로운 질서가 출현하고 그들은 혁명의 주역 자리를 내주어야만 했다. 스페인내전에서 아나키스트들은 혁명 이후 아나키가 어떻게 되는지 역사적으로 보여주었다. 혁명을 치르면서 그들은 “국가는 혁명에서 살아남을 것인가”하는 질문을 계속해서 물어야 했다. 아나키즘의 부활이 점쳐지는 흐름에 부응하는 이 책은 사실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아나키즘에 대한 정답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다만 우리는 우리 시대를 위해 아나키즘적 상상력을 얻을 수 있다. 이 시대 아나키즘적 상상력을 얻고자 하는 이들이나 스스로 아나키스트라고 믿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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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즘의 역사
장 프레포지에 (지은이) / 이소희 이지선 김지은 (옮긴이) / 자음과모음(이룸) / 2003
원제 : Histoire de l'anarchisme /Tallandier / 1993 /500pages
* 저자 : 장 프레포지에 Jean Préposiet
철학사가이자 스피노자 연구자로 1964년 브장송 대학에서 스피노자의 자유 개념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같은 대학교에서 강의했다. 지은 책으로 <스피노자와 인간의 자유>, <스피노자 저작 및 연구소 목록>, <세계의 세속화 : 서구의 운명> 등이 있다.
Nature divine et société humaine dans le système de Spinoza: Étude sur la liberté spinoziste, 1964
Spinoza et la Liberté des hommes, 1967
La profanation du monde: destin de l'Occident, 2000
* 책소개
아나키즘, 그것은 정치운동인가 아니면 철학인가 윤리인가? 폭력과 "직접행동"만이 아나키즘의 전부인가? 지난 2세기 동안 아나키즘은 투쟁과 혁명의 역사에서 어떤 위치를 점해왔으며 지배 이데올로기와는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가? 이 책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장 프레포지에는 아나키즘의 기원에 자리잡고 있는 철학과 사상의 흐름에 대한 분석에서 출발한다. 아나키즘의 기초를 다진 프루동, 슈티르너, 바쿠닌, 말라테스타 등의 정치적, 사상적 여정을 뒤따라가면서 러시아 혁명이나 스페인 내전에서 아나키스트들의 역할을 분석하기도 하고, 지난 세기에 테러를 감행한 프랑스 아나키스트들이 일으킨 파장을 되짚기도 한다.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아나키즘의 세계는 넓다. 그곳에는 반군국주의자와 평화주의자, 러시아의 니힐리스트와 테러리스트, 아나르코생디칼리스트와 총파업 참여자와 지지자들 뿐 아니라, 우익 진영 내의 아나키스트, 아나키즘을 표방하는 자본주의자들, 상황주의자, 생태주의자, 반세계화주의자 등 저마다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아무리 이데올로기의 시대가 갔다해도 인간의 자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그들이 바로 아나키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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