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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세계

관타나모 위구르인들의 하소연(오마이뉴스 070725)

by 마리산인1324 2007. 7. 25.

 

<오마이뉴스> 2007-07-25 08:24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424222&ar_seq=10

 

 

미군이 만든 '국제 미아'들 "날 고향으로!"
[해외리포트] 관타나모 위구르인들의 하소연
    모종혁(mtes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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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니아로 보내진 관타나모의 위구르인들은 여전히 수용소 생활을 하고 있다. 세상 어디에도 이들이 자유로이 갈 곳은 없다.(출처: 뉴욕타임스)

"우리는 고아나 마찬가지죠. 우리가 갈 곳은 어디에도 없답니다."

유럽 발칸반도의 이슬람 국가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 외곽에 있는 난민수용소에서 아타르 카심 바싯은 오늘도 알바니아어를 배우며 무료하게 시간을 때우고 있다.

바싯은 "우리는 관타나모에서 대단한 일을 겪었다, 여기서도 계속 같은 일을 겪어야 할 듯 싶다"면서 "(관타나모의) 다른 포로들은 돌아갈 자신의 국가가 있지만 우리는 미아나 다름없다, 세상 어디에도 우리가 갈 곳은 없다"고 말했다.

작년 5월 쿠바의 미국령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됐던 22명의 위구르인들 가운데 5명은 석방되어 알바니아로 보내졌다. 이들은 본래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에 살던 이슬람교도들.

중국에 의해 강점된 신장 독립을 위해 이슬람 형제국가로 망명했던 위구르인들은 2001년 10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시작되면서 뜻하지 않은 인생 역정이 시작됐다. 파키스탄으로 도망갔다가 현상금을 노린 현지인에게 체포되어 미군에게 넘겨졌기 때문이다.

분리독립 위해 중국 탈출, 미군에 의해 관타나모로 압송

▲ 쿠바 관타나모만(灣)에 있는 미국 해군기지 캠프 델타에서 한 수감자가 2명의 미군 간수에게 끌려가고 있다.
ⓒ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서 체포된 다른 외국인들처럼 테러 용의자의 혐의를 받은 위구르인들은 자신을 변호할 새도 없이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관타나모로 압송되어 간다. 쿠바로 이감되어서야 이들은 중국의 반체제 인사로 밝혀진다.

위구르인들은 중국 정부의 탄압을 피해 2001년 초 신장 국경을 탈출, 키르기스스탄과 파키스탄을 거쳐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갔다. 신장 분리독립을 위해 이들은 위구르 분리독립단체에서 운영하는 비밀캠프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있었다.

미국의 대테러 전쟁과는 전혀 무관했던 위구르인들은 전쟁포로가 아니었다. 2003년 말 미국은 22명의 위구르인들 가운데 조사가 모두 끝난 20명을 석방키로 했지만 예상치 않은 문제에 맞닥친다. 당사자들이 아무런 대책없는 석방을 반대한 것.

분리독립 투쟁을 위해 중국을 탈출한 이들에게 석방은 곧 고향이 있는 중국으로의 송환이다. 위구르인들은 만약 중국으로 돌아간다면 자신들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기에 안전이 보장된 미국에 남기를 원했다.

위구르인들을 관타나모까지 잡아와 불법 억류했던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이 아무런 정보가치가 없는데다 중국 정부가 본국 송환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중국과의 외교마찰을 우려했기 때문.

'인권감시'를 비롯한 미국의 인권단체들은 위구르인들의 중국 송환을 반대하면서 미국에 남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구르인들을 대변했던 사빈 윌렛 변호사도 "미군의 잘못으로 이들이 고통을 당했다"면서 관타나모에 있는 민간인 거주지에 이들을 살도록 절충안을 내놨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비정했다. 자국 내에서 터지는 양심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수년간 거의 100개 국가에게 위구르인들의 망명을 받아줄 것을 요청했다. 즉 자국 내 거주 허용이 아닌 제3국으로의 거주 알선을 통한 추방을 택한 것.

중국의 압력과 외교분쟁을 우려한 모든 국가들은 미국의 요청을 거부했고, 유럽 유일의 이슬람 국가이자 친미외교노선을 추종하는 알바니아만이 20명 가운데 5명의 수용을 받아들였다. 나머지 15명은 여전히 수감자의 신분으로 관타나모 수용자에 남겨져 있다.

알바니아 수용소로 '이전'된 관타나모 위구르인들

▲ 카슈가르의 한 광장에서 위구르 전통악기인 디라크예를 연주하는 위구르 노인들. 위구르인들은 한족과 외모, 언어, 문자, 종교가 전혀 다르다.
ⓒ 모종혁
지난 6월 10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알바니아 현지르포를 통해 "5명의 위구르인들은 현지어를 배우고 직업을 가져야지 수용소를 벗어날 수 있다는 알바니아 정부의 결정에 묶여 여전히 무장경찰의 감시를 받으며 기약없는 수용소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정부는 위구르인들을 테러 용의자라 주장하기에 이들의 귀국은 요원하다"면서 "일부는 정착비로 지급되는 돈을 모두 중국내 가족과의 짧은 전화통화에 쏟아부면서, 일부는 가족과 재회할 희망마저 잃어버린 채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관타나모와 알바니아의 22명 위구르인들은 왜 신변의 위험을 감수하며 정처없는 망명자의 길을 걸었을까. 이는 위구르인들이 중국내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차지하는 독특한 위치와 역사·문화를 살펴봐야 한다.

▲ 중국 신강위구르족자치구와 그 주변 국가들.(출처: 중국인권)
위구르인들은 투르크계 민족으로 기원전부터 중앙아시아를 장악했던 흉노와 돌궐 제국의 주요한 성원이었다. 744년부터 840년까지 몽골 외트켄에서 자신들만의 위구르제국을 건국했던 그들은 톈산 산맥 일대에 집중 거주하면서 독자적인 문화와 풍습을 꽃피웠다.

1759년 청나라는 톈산산맥 지역을 침략하면서 위구르인들을 중국의 영향력 안에 끌어놓았다. 42차례에 걸친 끊임없는 민중봉기를 일으킨 위구르인들은 1864년 청을 축출하고 동투르키스탄을 건국했다.

10년만에 청은 다시 위구르왕국을 무너뜨리고 1884년 '새로운 영토'라는 뜻의 신장성을 설치, 이 지역을 완전 합병했다. 위구르인들은 1933년에 카슈가르(喀什)에 동투르키스탄이슬람국을, 1944년에는 우룸치 일대에 동투르키스탄공화국을 연이어 세웠지만, 1949년 중국 인민해방군이 침공하면서 붕괴됐다.

1955년 중국이 갓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설치했을 때만 해도 신장에서 위구르인들의 인구 비율은 절대 다수인 76%를 차지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황무지개척'과 '치안유지'를 명목으로 군사와 생산 복합조직인 '신장병단'을 창설, 대규모의 한족 이주를 단행했다.

1992년에 신장의 수도 우룸치에서 이리를 잇는 북신강 철도가, 2001년에는 카슈가르까지 잇는 남신강 철도가 잇달아 개통되면서 중국의 신장 장악을 더욱 공고해졌다. 위구르인들 사이에서는 "한족은 기차가 낳고 위구르족은 사람이 낳는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될 정도다.

현재 2000만명의 신장 전체인구에서 위구르인의 비율은 45%로 떨어졌고 한족은 40%를 넘어섰다.

경제성장의 혜택은 뒷전, 정치탄압과 문화말살은 가속화

▲ 중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내세우며 위구르인들의 행동반경을 제약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의 억압적인 대위구르 정책은 현지인들의 반목만을 부추기고 있다.(출처: 선데이타임스)
▲ 중국의 눈부신 고도성장에 그늘 아래 중국의 대다수 소수민족은 경제성장의 혜택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출처: 중국인권)
신장 각지에서 연이어 발견되는 대규모 유전과 천연가스전은 한족 유입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신장이 중앙아시아의 교통 요지로 발돋움하고 있는데다 실크로드의 역사유적과 문화유산은 수많은 관광객을 유인하고 있다.

1955년 준가얼분지 커라마이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석유와 천연가스는 타림분지와 타클라마칸 사막에 막대한 양이 잠들어있다. 중국 정부는 신장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4200km의 긴 송유·가스관을 통해 동부 연해도시들로 보내고 있다. 중국이 거두는 년 10% 이상의 초고속 경제성장 뒷면에는 이런 신장의 에너지 자원이 원활히 공급된 데 있는 것이다.

문제는 신장에서 거둔 이익이 위구르인들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년 11월 미국 <보스턴글로브>는 "신강 에너지 개발이 중국 국영회사들에 의해 통제되고 소비층 또한 연해도시들이라 개발 이익의 대부분을 중국 정부가 챙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스턴글로브>는 "신장 유전에서 징수되는 세금의 75%는 중앙정부로 보내진다"면서 "신장 위구르인들 대다수가 '케이크를 훔쳐가면서 부스러기만 나눠주고 있다'고 불만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개발의 명목으로 자행되는 정치적 탄압과 민족문화 말살정책도 위구르인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국제소수자권리그룹(MRG)과 중국인권(HRIC)은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방경제를 발전시킨다는 미명 아래 소수민족 거주지에 도로, 철도 공사가 진행되지만 결국 천연자원을 채굴해 가져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도시 거주율이 낮은 소수민족은 급속한 경제발전의 혜택에서 소외된데다 정치적 탄압과 민족언어 및 고유문화의 소멸 위협까지 받고 있다"며 "중국에서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언어, 하나의 문화가 강요되어 이를 반하는 사람들은 분리주의자로 간주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2일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카슈가르 현지르포를 통해 "중국 정부가 신장 분리주의자를 척결하기 위해 테러와의 전쟁을 나섰지만 무분별한 억압과 감시로 현지 위구르인과 한족 간의 반목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데이타임스>는 "주요 대학에서는 위구르어를 가르치지 못하게 하고 이슬람교도들이 갈망하는 사우디아라비아로의 연례 성지순례에도 까다로운 간섭을 해서 위구르인들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신장의 한족과 위구르인들은 표면적으로는 좋은 관계지만 실제로는 위험한 동거 관계"라고 전했다.

부스러기 나눠주는 중국, 선전에 이용만 해먹는 미국

▲ 퇴락한 카슈가르의 구시가지. 위구르인들의 거주지는 중국 정부에게 돈벌이 수단일 뿐 현대식 중국인 거주지와 달리 개발은 더디다.
ⓒ 모종혁
지금도 위구르제국의 부흥을 꿈꾸며 중국 국경을 넘는 위구르인들의 발길을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그들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무궁무진한 에너지와 관광자원을 지니고 전략적 요지인 신장을 중국이 놓아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0년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 등과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설립하고, 이들 국가와의 관계를 더욱 친밀히 하면서 중앙아시아 에너지 자원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러시아 및 일부 중앙아 국가와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테러 훈련을 실시하면서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신장을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는 서북공정에 매진하면서 중국 문화의 현지 이식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신장이 한나라 때부터 흉노·월씨족·한족 등이 섞여살던 다민족 지역이라는 점과 기원전 60년 서역도호부를 설치한 이래 역대 왕조가 정치군사적으로 관할했다는 사실을 들어 신장이 본래 중국 영토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오늘날 위구르인들은 외모·언어·문자·문화·종교가 전혀 중국과 다르지만 '신장은 중국의 일부'라는 교육을 철저히 받고 있다. 빠르게 증가하는 한족의 수도 위구르인들을 고향에서조차 소수자로 전락시키고 있다.

미국 또한 중국 못지않게 위선적이고 냉혹하다. 지난 6월 5일 체코 프라하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위구르인 망명지도자인 레비야 카디어를 만났다. 한때 신장 최고의 부자이자 대표적인 소수민족 사업가였던 그는 남편이 외국으로 망명하고 자신도 분리독립운동에 간여하면서 1999년 체포당했다.

2005년 병 치료를 위해 보석을 받아 중국 정부의 묵인 아래 미국으로 망명한 레비야를 부시 대통령은 '1000만 위구르족 투쟁의 상징'으로 치켜세웠다. 그러나 관타나모에 불법 감금됐던 위구르인들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조만간 석방 예정인 15명의 위구르인들도 다른 제3국으로의 추방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는 알바니아도 위구르인들의 추가 입국을 거부했기 때문.

미래가 불투명하기는 알바니아로 보내진 위구르인들도 마찬가지다. 유일한 독신인 마메트는 알바니아 회교도 여성을 만나 결혼할 예정이라 정착에 성공할 듯 하다. 그 밖의 4명은 불안한 장래에 잠 못 이루며 중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가장 나이 많은 아부 바커 카심은 "지난 1년여 동안 관타나모에서 탈출했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림자보다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때때로 여기 알바니아 수용소에서 지내는 것보다 우리의 고향에 되돌아가서 죽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한다"고 토로했다.

▲ 한 이슬람사원 앞에서 예배를 드리는 위구르인들. 중국은 문화대혁명 시기 위구르인들을 철저히 복속시키기 위해 사원을 파괴하고 이슬람교를 탄압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 모종혁
  2007-07-25 08:24
ⓒ 2007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