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우리나라 농업을 간추리면 GDP의 4%, 농업인구는 전체의 8%, 그리고 농지는 국토의 70%를 약간 넘는다. OCED 국가 중 선두권 나라의 경우 GDP의 2~3% 정도가 농업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 숫자를 기계적으로 해석하면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앞으로 농업은 더 줄어들게 되어있고, 농업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철수하게 될 것이고, 쓸데없이 안 그래도 산지가 전국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에서 농지를 더 많이 활용해야 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계산에서 맨 먼저 재정경제부가 공식적으로 국민들에게 제시한 것이 이 필요 없게 될 농지에 골프장을 짓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퍼블릭 골프장을 만들고 골프를 더 대중스포츠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골프장 300개” 정책이었다. 그리고 현재 이 나라는 그런 방향으로 지금 달려가고 있다.
1. 어떠한 변화가 생겨날 것인가?
농업에 관한 숫자들을 정부의 희망대로 다시 한 번 해석해보자. 정부에서는 6헥타의 경작지를 가지게 될 “농업경영인” 6만가구만 공식적으로 책임을 지고 나머지는 단계적으로 철수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우리나라 농정 로드맵 10개년 계획의 핵심 골조이다.
농업이 GDP의 2%가 되고, 농업인구는 절반인 4%로 줄어들고, 현재 농지보존지역에 해당하는 약 53%의 땅을 “도시자본”의 돈을 끌어들여 농부들에게 사들이겠다는 농지은행은 이미 올해 시행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에게는 가용할 “국토”가 30% 정도 새롭게 생겨나고,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전체인구의 4%가 농업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일단은 “국토생태‘라는 개념 속에서 살펴보면 약 12% 정도로 추정되는 현재에 국민들이 거주 및 경제활동 지역으로 사용하고 있는 토지는 전 국토의 15% 정도이다. 그리고 5만 이상의 집단거주지역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95%가 넘는다. 85%의 지역이 이런저런 이유로 개발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국토생태에서 생태계의 기능을 이 지역이 담당하고 15%는 아파트도 짓고 도로도 깔고 공장도 짓고 이렇게 살고 있었던 셈이다. 국토의 10% 이상을 도시 및 공업지역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고밀도의 개발을 수행하는 나라는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 홍콩 정도로 알고 있다. 대체적으로 8:2의 비율이 국토내 생태계 비율이라고 한다면, 이 비율이 5:5로 바뀌는 큰 변화의 앞에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셈이다.
산림생태계만큼 우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람에게 꼭 필요한 최소한의 대기정화 기능과 산소발생 등을 담당하던 논 생태계가 사라지고 아스팔트와 “아파트 생태계”로 전국토의 30% 정도가 전환되는 것이 지금부터 보게 될 변화인데, 이 정도의 급격하고 대규모적인 변화를 인류는 아직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참여정부의 농정로드맵이 국토생태와 국민보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생태학계를 비롯한 학계에서는 아직 연구의제도 만들어보지 못하는 상태이다. 역사적으로는 “이스터 섬의 비극”이라는 붕괴(Collapse) 모델에 가깝다는 외국 학자들의 간접적인 지적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 어떻게 될 것인지 데이터로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만큼 엄청난 변화가 지금 눈 앞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인구의 4%가 농업에서 비농업 부문으로 빠져나오게 되는데, 통계상으로는 그렇게 눈에 띄는 변화가 잘 발생하기 어려운 것이 고령화된 우리의 농촌에서 먼저 퇴출되는 고령 농업인들은 경제활동인구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에 실업률이 상승한다거나 지니계수를 변동시킬 눈에 띈 변화는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물론 경제지수에만 잡히지 않지 현재 몰락하고 있는 도시의 빈민층과 서민층에 인구의 4%가 더해진다고 하면 “쪽방 가격”이나 “쪽방 경쟁률” 혹은 “학교급식 지원대상아동‘과 같은 신문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숫자들에서는 분명히 변화가 생겨날 것이다.
물론 이 정도는 정부는 알고 있다. 사회적으로 큰 일 나고 정치적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일 벌어진다는 정도는 정부도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그 유명한 “탈농재촌”이라는 개념이다. 농사는 그만두게 하는 대신에 이 사람들이 농촌에 머무를 수 있게 하자는 것인데, 좋게 얘기하면 농촌 살리기로 이해할 수 있고,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농촌 전면개발 정책인 셈이다. 농촌관광이라는 걸로 기본 계획을 세웠다고 잘 안되니까 “어메너티”라는 부동산개발 기획사들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만들었다.
작년부터 소위 자신들을 “디벨로퍼(developper)”라고 부르는 부동산 기획하는 사람들이 전국을 돌면서 지방 군수나 시장과 로비하면서 지역 전면개발을 세워주고 알짜배기에 해당하는 땅 일부를 미리 사들이고 그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유행이다. 지방 군수도 번듯한 선거공약 만드니까 좋고, 부동산 개발업체는 힘들어도 개발계획이 터져나올 3년만 “선투자”하면 떼돈 벌 수 있으니까 좋은 일이다.
2005년 한국 경제의 대박은 줄기세포도 아니고 재개발 아파트도 아니고 정부가 풀어버린 농지에 새로운 도시의 그림을 그리는 도면 작성하는 부동산개발업체들이다. 하루에도 몇 개씩 강남의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이런 업체들이 생겨나고, 유명하거나 유명하지 않은 교수들이 직접 사장을 하거나 기획이사라도 맡으면서 “농촌 어메너티”라는 이름하에 농지로 달려가고 있다.
이 변화가 얼마나 미래성 있고 짭짤해보이는지 서울대학교에서도 도시공학과 지구시스템공학과 관련된 몇 개의 대학원을 통페합해서 부동산개발전문대학원을 신설하는 방안이 지금 진행 중이다. 어디가 돈이 되는지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아는 사람들이 대학의 교수들이라는 데에는 정말 혀를 내두룰 정도이다.
이렇게 되면 다 좋은가? 좋기는 군수와 부동산업체만 좋지, 농민들도 길게 보면 희생자이고, 진짜 희생자들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서민들과 다음 세대들이다. 왜냐하면 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부동산값 따먹기라는 “벰파이어 경제”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과 함께 그나마 지금은 정부의 돈이 쌀이나 먹거리에 들어가던 보조금을 “농촌살리기”라는 이름으로 부동산개발업자와 건설업자들이 챙겨가는 형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농정로드맵을 현상황에서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1차 산업인 농업에 국민 세금으로 지출되는 농업보조금을 3차 산업인 건설보조금으로 바꾸는 정책이고, 그게 탈농재촌의 실체이고, 농업농촌살리기가 “국민경제 뜯어먹기”로 전환된 이유이다. 농촌으로 도면들고 내려간 부동산 디벨로퍼들은 할 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들이 확보한 알짜배기 땅값이 오르도록 지역 땅값을 올리는 일이고, 이게 “어메너티”라는 아주 건전한 원래의 의미와 상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역민을 포함해서 한 명도 없다.
2005년도를 경계로 서울의 재개발 아파트로 몰렸던 돈들이 농촌 어메너티 사업의 기획부동산업체로 몰려가는 것이 농업농촌살리기라고 하면 너무 웃기지 않은가? 국민들의 밥상에 오르는 밥 한 공기에 약간 들어가던 보조금마저 떼어내서 건설산업 보조금으로 전환시키고,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사용될 돈도 역시 지역의 골프장 건설보조금으로 들어가는 2005년도의 경제살리기와 농업살리기 정책은 웃겨도 아주 웃겼다.
문제는 “국토생태‘를 대상으로 한 이 정부의 웃기는 장사판이 지역적으로 작은 피해만을 남기게 되는 것이 아니라 국토생태계가 복원불가능한 마지막 안정점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경제와 생태는 그래서 다르다. 신용불능자는 다시 자금을 지원해서 회생시키면 되지만 국토생태는 복원가능점을 넘어서면 뒤로는 어지간해서는 뒤로 넘어오지 못한다.
2. 농업보조금을 건설보조금으로 바꾸는게 말이 되나?
한국판 짝퉁 유기농 인증제도인 “친환경농업”으로 우리나라는 3.5%의 농산물을 생산한다. 그나마 쌀을 제외하고 나면 숫자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을 정도로 미비한 나라이다. 그렇게 정부에서 좋아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는 “유기농업(organic)”만을 이해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004년 FAO 집계로 0.05%의 경작농에 해당해서, 0.06%인 중국보다도 떨어지고, 기계농업의 대명사인 미국의 0.1% 보다도 뒤지고 있을 정도로 전세계에서 최고로 높은 화학농의 국가이다. 친환경농업이라는 말장난 뒤의 숫자를 털어보면 WTO가 인정하는 유기농 인증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소숫점 2자리 밑에서 왔다갔다하는 베트남 블록에 속해있다.
한편 선진국을 돌아보면, 오스트리아 11%, 스위스 10%, 덴마크 9%인 나라들이 지난 5년 동안에 1% 수준에서 올라온 나라들이고, 현재 3%인 프랑스가 다시 이 대열에 합류하고자 안감힘을 쓰는 중이다. 스위스가 우리나라보다 유기농업에 대한 자연적 조건이 좋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국토는 남한 면적의 절반이지만, 역시 산지가 많아 농지확보가 어렵고, 게다가 일년의 절반이 겨울이라서 2모작을 하는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어려운 조건이다. 오스트리아나 덴마크에 한 번 가보면 이런 나라가 농업국가라는 건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그래서 유기농업은 “사회적인 것”이라는 표현이 증가한다. 광우병에 시달리다가 뒤늦게 유기농업을 시작한 영구도 최근 5% 선을 넘어섰다.
스위스의 숫자를 비교하면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2%라서 선진국의 숫자인데, 좀 의아한 숫자는 농업인구가 아니라 경제활동인구 중 농업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의통계를 보면 12%가 나온다. 다보스 포럼도 열고 UN 등 국제기구의 절반 이상이 위치하고 있다는 스위스 인구의 12%는 농업으로 밥을 먹고 살고 있고, 4만 5천불의 국민소득을 유지하고 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게다가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의 사례는 이제는 비단 한 두 나라의 사례가 아니라 EU 집행위원회에서 EU 통합으로 동구에서 터키까지 새롭게 들어오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이해되어 역내의 유기농업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목표치를 놓고 한참 논의 중이다. FAO와 EU가 이끌어가고 있는 지난 3년 동안의 논의를 보면 한국의 농정은 세계적 흐름과 멀어도 지금 너무 멀어져가고 있다.
솔직히 정부에서 제시하는 통계가 아니라 UN 통계를 찾을 때 한국은 베트남 근처에서 찾아야 금방 나온다.
산업의 관점에서 농업이 사향산업인 것은 맞을지 몰라도, 노동과 기술이 집약적으로 투입되지 않으면 성과를 올릴 수 없는 유기농의 경우에는 “사회통합”과 “사회안전”의 최전선에 서 있는 산업이다. 성공적으로 국민들 사이의 갈등해소가 이루어지고, 4만불 이상을 올리는 나라들이 실업의 문제와 국민의 안전을 화해시키는 마지막 안전판이 바로 농업이다.
정부가 나서서 농사짓지 말라고 하는 나라는 WTO에 가입해서라도 국가로서 인정받기 위한 그야말로 “국가생존 전략” 차원에서 농업을 희생시키고 있는 대만과 대한민국 밖에는 없다. 게다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그리고 중국도 유기농업에 대한 정부계획을 수립하고 전체적으로 농업의 장기계획에 대한 정책개선을 검토하고 있는 마당에 대한민국은 유기농업에 대한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마지막 선진국이자 정말로 대책없는 나라 중에 하나이다.
게다가 농업보조금을 건설보조금으로 전환한 사례는 미국의 뉴딜을 비롯해서 단 한 번도 없는 일이다. 농업보조금이라는 개념과 법적 절차가 바로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때 핵심정책 중의 하나였다는 점을 벌써들 다 잊었는가?
현재의 농촌 어메너티라는 이름으로 부동산 기획사와 지방의 시도지사들이 농림부의 지원하에 빼돌리는 농업보조금은 한 마디로 세금 도둑놈들일뿐더러, 지방의 민주화를 가로막는 토호연합체의 핵심 하드코어가 되었으며, 이걸 그대로 두고는 국민건강이나 국민경제 그리고 국토생태는 물론 풀뿌리 민주주의도 없다.
농촌에 쓰겠다고 하는 119조원이 지금 이렇게 농촌지역의 땅값올리기로 곶감 빼먹듯이 술술 새고 있고, 테헤란로의 부동산기획사의 임대료와 강남의 술집에 뿌려지고 있는 것이 작년부터 벌어진 우리나라 농촌정책의 현장이고 현실이다. 차라리 YS 때는 잘했느니 못했느니 해도 새마을 지도자들이 70조 가량을 착복한 형국이 되었지만, 이제는 그도 아니고 부동산 업체와 건설업체 주머니로 그대로 들어가고, 그들이 하는 건 면소재지에 건물 몇 개와 아파트 짓고 인근 산마다 몇 겹으로 진입로 만든다고 도로 까는 일 외에는 정말이지 아무 것도 없다. 그나마 땅값이라도 올리지 않으면 다행인데, 이들은 이렇게 농촌을 개발지역으로 바꾸면서 시세차익만을 노리고 있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밥상이 꾸리는 생활비에서부터 전국적 부동산 시세차익에 이르기까지 다 떠안고 있는 형국이다.
3. 생명, 생명에 답이 있다
약간의 정책 목표만 수정한다면 현재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답게 멀쩡한 길을 걸을 수 있다.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한 관행농과 유기농업 사이에 가격 차이를 줄여주는 방법은 경제적 원칙에서 가장 빠르고도 효율적일 수 있다. 물론 정부가 하는 일 옆에 수없는 세금 도둑놈들이 있는 것처럼 한 그릇이 밥과 상추 한 장이 밥상에 오르기까지도 최소한 3~4 단계의 비정상적인 단계를 거치게 된다. 가락시장을 정점으로 한 중앙형 물류를 더 이상 유지하기가 이 시스템이 어렵다. 수많은 분산형 시스템을 조그맣게 재구성한다면 일단은 현재 상태에서도 30% 이상의 소비자 가격에서의 거품을 뺄 수 있다. 여기에 지금 기획 부동산의 손에 그냥 넘겨주는 원래의 농업보조금을 유기농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생명보조금으로 전환하면 최종 단계에서 가격차이를 눈에 띄게 줄일 수 있다.
스위스의 경우는 유기농업에 대한 교육과 홍보 그리고 기술개발을 정부가 일종의 간접보조로서 시행한다. 예전의 농업기반공사 현재의 “한국농촌공사”가 건설보조금 및 건설사업 형태로 빼먹는 이 돈들은 농민과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하고, 당연히 농업에 투여되어야 한다. 도대체 토공과 주공에 이어 농촌공까지 만든 노무현 정부의 “건설 사랑”은 해도해도 도가 지나친데, 개방이야 어쩔 수가 없다지만 완전히 임기 내에 농업의 씨를 말리겠다고 결심하기 전에는 토공-주공-농촌공의 크린업 트리오까지 만들면서 농업기반공사를 “아파트 만드는 회사”로 전환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최소한 농업지역에서 벌어지는 이 돈만큼은 소비자들이 가격차이를 느끼지 않으면서도 안전한 유기농산물을 먹을 수 있는 “사회적 기반”에 들어가야 한다.
가격차이를 줄이기 위한 각종 정책들과 함께 쌍을 이루어야 할 정책은 학교급식으로 시작된 “단체 급식”을 통한 사회적 수요 확보 정책이다. 군대급식과 단체 급식 등 사회적으로 안정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은 충분하고, 어림잡아도 이걸로 전체 수요의 20% 정도를 해소할 수 있다. 이러한 안정적 계약이 중요한 것은 농업이 가지고 있는 비탄력성을 해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일 것인가라고 생각해보면 어떻게 사회 시스템이 움직여야 할 지 원칙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대체적으로 이 정도가 작동하면 현재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12%에서 15%의 경제활동인구가 농업 관련된 활동에 종사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성공적인 유기농 전환이 20% 선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일단 무너진 농업을 다시 살리는 유럽의 경우와는 달리 유기농으로 전환하기 위한 최적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소농의 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20%의 국민들이 농업관련된 활동에 종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사람들에게 정부에서 6헥타르의 6만호에게 장담하는 연소득 4,000만원을 보장하기는 어렵겠지만, “사회적 일자리”와 농업관련 가공 및 지원시스템으로 국민들의 20%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EU 집행위원회가 왜 북유럽같이 어려운 곳에서도 유기농업에 높은 정책우선순위를 놓고 추진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70년대 박정희가 통일벼와 농약으로 새마을운동을 수단으로 농촌개혁을 추진하던 시절에 카톨릭 농민회와 정농회 같이 “생명농업”의 기반을 만들었던 오래된 생명의 힘이 아직 우리에게는 남아있다. 정부가 WTO와 FTA를 위해서 흔들고 있는 것은 어쩌면 우리 국토생태의 마지막 숨통이면서 동시에 시장경제가 해결하지 못하는 노동과 생명의 빈부분을 채워내면서 버텨주던 마지막 안전판인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가까운 샌드위치 전문점에 가서 가장 비싼 가격이 매겨져 있는 유기농 샌드위치를 만드는 호밀이 어느 나라에서 수입되었는지 물어보시기 바란다. 영국산 60%, 호주산 40%일 것이다. 아니면 가장 가까운 할인매장의 유아용품 코너에서 유기농 분유와 이유식 아무 거나 집어들고 재료의 생산국가를 보시기 바란다. 미국산, 호주산 그리고 중국산이 혼합되어 있을 것이고, 재수가 좋으면 스위스산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농수산물을 포함한 식품 수입 중에서 이미 가공품의 비율이 40%를 넘어선 상태이다. 수입하면 싸진다는 말도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맞지도 않는다.
“적산적소”가 독일 농업이 최근에 만든 개념이고, 일본도 이 방향으로 간다. 정부에서 “탈농재촌”과 농촌 어메너티 그리고 “주5일제 시대의 농촌”과 같이 결국은 건설산업에 보조금주는 농업정책으로 3년 동안 기획부동산업체와 건설사의 대부역할을 하는 동안 도대체 세계 농업정책과 식품정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한 번만이라도 눈을 들어 살펴보기 바란다.
다른 선진국이 “생명”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일거리와 함께 산업화에서 떨어져나온 국민들을 챙기고 있는 동안에 우리나라 정부만 농업에서 떨어져 나온 빈민들이 도시에서 부랑민이 되지 않도록 또 다른 건설사업을 벌이는 “죽음”의 구조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개방도 좋고 경쟁력도 좋지만, 하다못해 EU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 유기농협회와 정부 수준만큼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는 시늉이라도 하면 좋겠다.
박정희의 동원경제 시절에는 그린벨트와 조림지역을 만드는 최소한의 생태적 합리성이 있었다. 노무현의 동원경제에는 건설말고는 아무 것도 없어 보인다.
생명공학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진짜 생명에 단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지금 선진국이 겪고 있는 후기산업사회의 마지막 단계에서의 농업을 중심으로 한 생명개혁이 혹시 보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무얼 먹일까”라는 질문이 바로 생명의 질문이고, 지금 우리나라 농업에 바로 필요한 질문이다.
기술은 농업에도 필요하다. 유기농 축산으로 나온 메탄 가스로 발전을 하고 발효하고 남은 건 최상의 유기질 비료가 된다. 태양광과 풍력만이 아니라 농촌지역에서의 채종유를 만드는 바이오 매스는 10년 내에 우리가 겪게 될 또 다른 변화이다. 건설업이 나라 먹여주는 산업이라는 단꿈은 그만 좀 접고 우리의 농업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생명의 눈으로 살펴보면 재밌고 즐거운 개혁은 얼마든지 많이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