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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단위의 주민 축제가 관의 재정 지원 없이 무려 24년간 꾸준히 계속되었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자생 축제의 가치를 인정해 3년 전부터 군비가 지원되기 시작해서 올해는 행사 예산 2400만원 중 1500만원이 지원됐는데, 그 전에는 관의 지원이 전혀 없이 오로지 주민의 자발적 성금품으로만 치러졌다고 한다. 기획부터 진행까지 모든 일을 연풍면 청년회에서 주관하는데, 첫 행사를 치른 해가 1981년이라는 청년회 측의 말에 짚이는 게 있어 역대 청년회장들에게 질문 공세를 폈다. 81년에 축제를 처음 시작했으면, 집권 명분과 정통성이 결여된 전두환 정권이 민심 수습 차원으로 추진한 '국풍 81' 등 돌출식 대중문화행사와 3S(스포츠. 스크린, 섹스) 정책 아래 벌이던 많은 지방 행사의 하나로 연풍축제도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여 이 부분을 끈질기게 물었다.
다만 드러내고 말은 않으나, 81년 당시 광주민주화운동, 삼청교육대 등으로 편안하진 않던 사회 전반의 시대적 어두움이 연풍면 주민 사이에도 깔려 있었고, 어떤 식으로든 억눌린 분위기를 쇄신하자는 공감대가 청년회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을 대화 사이에 짐작할 수는 있었다. 면단위 작은 마을에 넘쳐나는 문화적 역량
각 리 단위의 차일 밑에는 동네 부녀회원들이 준비한 음식이 푸짐히 차려졌다. 점심을 먹으러 행사 진행자 몇 명과 특정 마을을 지정 받아 차일 아래로 갔으나 빈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출신 마을 구분은 의미가 없었고 연풍면 전체가 그냥 '내 동네'의 개념이어서 아무 마을이고 빈자리에 앉으니 부녀회원들이 음식을 날라다 준다. 축제 취재를 가면 당연히 식권을 사야 식사가 해결되었던 기억뿐이니, 연풍면의 이 모습은 추억의 드라마 <전원일기> 속의 한 장면에 앉아 있는 착각을 하게 했다. 배불리 먹은 모든 음식이 청년회의 식자재 예산 지원을 받아 마련된 것으로 안 것도 또 하나의 착각이었다. 식자재비로 행사예산에서 마을에 지원하는 법은 없고, 전통적으로 마을 이장의 책임 아래 십시일반으로 음식을 마련한다고. 어쩐지 나물의 들기름 향이나 부침개 속의 꾸미들이 시골 친척집에서 먹는 정겨운 그 맛이다. 이런 정겨운 축제에까지 섣불리 경제 논리를 들이밀면 그것이 바로 탁상 행정의 표본이다. 연풍조령제는 지자체 축제가 나갈 방향의 모델
축제장에 나온 김문배 괴산군수에게 '행사 규모와 성격으로 볼 때 이젠 면민의 손에만 맡겨 두기엔 예산 부담이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재작년에 천만원을 시작으로 올해는 천오백만원을 지원하였으나 내년에는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김 군수의 적극적인 답변이다.
지난 해 전국에서 열린 지자체 축제는 900여개가 넘는다. 거의 대부분의 축제가 억대의 예산 정도는 보통으로 쓰며, 예산을 많이 쓰는 축제일수록 간단히 요기라도 하려면 관람자도 지갑 예산을 많이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게 집행된 예산, 즉 국민의 혈세가 진정 효율적으로 쓰인 것인지는 의문이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각종 이름의 축제를 바탕부터 재고하자는 논의가 많은 이유가 그것이다. 이런 마당에 연풍면에서 자생된 순수한 주민 축제 연풍조령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년에는 예산을 좀 더 많이 지원하겠다는 괴산 군수의 말이 축제 주최권을 욕심내는 말이 아니기를 바라며 참 좋은 주민축제 연풍조령제가 그 초기의 순수함이 계속 이어지기 바란다. 이 축제가 이제껏 그랬듯이 내년에도 연풍청년회의 주도로 순수하게 진행되는지 꼭 지켜보려 한다. 모든 축제의 주인은 주민, 곧 세금을 내는 국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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