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괴산 이야기/괴산 관광

체험으로 확인한 격언 "작은 고추가 맵다"(오마이뉴스, 040902)

by 마리산인1324 2006. 12. 12.

 

 

http://life.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207499&ar_seq=

 

정말 작은 고추가 더 매웠습니다

체험으로 확인한 격언 "작은 고추가 맵다"
    임윤수(zzzohmy) 기자   
한여름이면 이렇다할 반찬이 없어도 싱싱한 고추에 쿡 찍을 된장만 있으면 밥 한 그릇 뚝딱 비울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잘 먹는 고추였지만 정작 고추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지난 일요일 충북 괴산에서 있었던 청결고추축제에 다녀와서야 알았습니다. 고추에 대한 지식만 얻어 온 게 아닙니다.

▲ 때깔 곱고 작지만 그 매운 정도는 만만치 않습니다.
ⓒ2004 임윤수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있습니다. 뭐 그 뜻이야 다 알겠지만 정말 그 말이 맞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고추에도 그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는 건 다 아실 겁니다. 빨간 색깔에 비슷비슷하게 생긴 고추지만 그 종류에 따라 풋고추의 맛도 다르고 매운 정도도 다릅니다.

매운 고추를 말하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청양고추를 말할 겁니다. 청양고추는 일반고추보다 그 크기가 작지만 청양고추보다 훨씬 작은 고추들도 많았습니다. 화초 같아 보였지만 분명 고추라고 하였습니다.

▲ 노란색 고추도 있었습니다.
ⓒ2004 임윤수
화초처럼 화분에 심긴 고운 열매처럼 달린 고추가 여러 종류 있었습니다. 농사로 짓는 대개의 고추들은 그 끝이 땅을 향하고 있는데 반해 작은 고추들은 그 끝이 하늘이라도 찌를 듯 바짝 곧추세워 있었습니다.

색깔도 빨간 것만 있는 게 아니고 노란색에 보랏빛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김새도 옥구슬처럼 동글동글한 것부터 날카롭게 뾰족하고, 넓적하며 별처럼 생긴 것까지 있었습니다.

▲ 빨강고추, 노랑고추 황색에 자줏빛 고추까지 있습니다.
ⓒ2004 임윤수
문득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말이 떠올랐고, 그 말이 사실인지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그것을 확인할 기회를 준다는 듯 마침 화분 주변엔 떨어진 고추가 있었습니다. 작은 옥돌처럼 반짝거리고 촉감이 싱싱할 것 같은 그런 고추였습니다.

▲ 잘 가공된 옥돌처럼 동글동글 합니다.
ⓒ2004 임윤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망설이다 얼른 그것을 주웠습니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주위에 신경이 쓰였기 때문입니다. 손바닥에 쏙 들어온 빨간 고추는 보였던 대로 탱탱하고 싱싱했습니다. 주운 고추를 바지에 쓱쓱 문질러 고추 끝 쪽을 조심스럽게 앞니로 살짝 깨물어 보았습니다.

▲ 두툼한 과피에 별 모양 비슷하게 생긴 고추도 있습니다.
ⓒ2004 임윤수
아사삭∼ 그냥 풋과일 씹히듯 아삭거리기만 할 뿐 맵지가 않았습니다. 씹던 고추를 목구멍으로 넘겨도 매운맛은 없었습니다. 약간 단맛이 나는 듯했습니다. 아삭거리는 고추는 물렁거리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아 씹는 맛이 아주 좋았습니다.

다시 한번 조금 더 깊숙이 고추의 꼭지 쪽을 한 입 물었습니다. 그리곤 별다른 생각 없이 어금니로 아삭아삭 씹었습니다.

▲ 보기에도 매운맛이 진할 듯 합니다. 작다고 얕보았다가는 큰일 납니다.
ⓒ2004 임윤수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입안이 얼얼해지며 목이 화끈거리더니 최루탄이라도 마신 듯 목구멍이 매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캑캑거리며 입에 물었던 고추를 뱉어냈지만 눈은 감겨지고 눈물이 봇도랑을 이루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이마에선 땀이 주르륵 흐르고 목덜미가 팽팽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거울을 보지는 못했지만 얼굴도 분명 홍당무처럼 벌겋게 달았을 겁니다.

▲ 한 두 종을 빼곤 고추 끝이 한결같이 꼿꼿하게 곧추세워져 있습니다.
ⓒ2004 임윤수
잰걸음으로 저만치 있는 수돗가로 달려가 손으로 연실 수돗물을 입에 넣었다 뱉었다 해 보지만 별 소용이 없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웩웩거려도 그 매운맛이 가시지를 않습니다. 어찌나 매운지 머릿속조차 따끔거렸습니다.

결국 매운 맛(자극)에도 시간이 약이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정신없이 헤매다보니 매운맛이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혀를 내젓고 손으로 열심히 부채질하며 한참을 더 식혀야 했습니다.

▲ 일반 고추는 그 꽃이 흰색이었는데 이 고추는 보랏빛 꽃을 피웠습니다
ⓒ2004 임윤수
작은 고추가 정말 더 매웠습니다.

작고 때깔 곱다고 만만하게 보았다가는 정말 혼쭐납니다.

덩치 큰 몇몇 나라들이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고추의 매운 맛을 캅사이신(Capsaicin)이라고 하는 성분이 더해주듯 우리도 국력을 키워 그들에게 작은 고추가 맵다는 걸 실감시켜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작은 고추는 괴산 고추유통센터(고추박물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뿌리엔 감자가 달리고 나무엔 고추가 달린 것과 십수 년이 되어 느티나무 같이 가지를 휘휘 늘이고 있는 고목(?) 고추나무도 볼 수 있습니다.
  2004-09-02 11:35
ⓒ 2006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