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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이야기/괴산 관광

빨갛고 노란 인삼씨 여무는 괴산의 칠월(오마이뉴스, 050720)

by 마리산인1324 2006. 12. 12.

 

빨갛고 노란 인삼씨 여무는 괴산의 칠월

인삼밭에 보석이 주렁주렁 열렸어요
    임윤수(zzzohmy) 기자   
▲ 칠월이 되면 내 고향 괴산엔 빨간 진주 같은 인삼씨앗도 영글어 갑니다.
ⓒ2005 임윤수
칠월이 되면 이육사님의 고장엔 청포도가 익어갔나 모르겠지만 내 고향 괴산엔 빨갛고 노란 인삼씨가 영글어 갑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낌없이 흘려준 농부인 친구의 땀이 빨갛고 노란 열매로 농익은 듯 송알송알 몽우리를 이루어 몽실몽실한 씨앗덩이로 피어났습니다.

▲ 몽우리를 이룬 씨앗 하나하나에는 농부의 땀과 정성이 배어있습니다.
ⓒ2005 임윤수
한 송이의 몽우리를 이룬 수십 수백의 씨앗 하나 하나에는 농부의 애환과 한숨이 전설 같이 녹아 있을 겁니다. 애틋한 농부의 마음은 속삭임 같은 손길이 되고 꿈길 같은 발걸음 되어 한 포기 한 포기에 쏟아지더니 주저리주저리 씨앗 되어 빛 가린 천장 아래 술래처럼 오롯하게 피어올랐습니다.

▲ 씨앗에는 농부의 애환과 한숨도 전설처럼 녹아있을 겁니다.
ⓒ2005 임윤수
족히 천여 평은 될 넓은 인삼밭은 온통 빨갛고 노란색입니다. 언뜻 보면 빛 가림을 해주는 가림막을 두르고 있는 푸르거나 검은 빛 비닐천만 보이지만, 가림 막 안으로 눈길이 닿으면 그곳은 온통 빨갛고 노란 진주알들이 쏟아질 듯 매달려 있습니다.

▲ 인삼밭엔 온통 빨갛고 노란 보석들이 달려있습니다.
ⓒ2005 임윤수
거무튀튀한 굳은살 때문에 투박해 보이는 농부의 손길이 키워낸 씨앗들은 여느 장인의 섬세함을 조롱할 만큼 매끈하기만 합니다. 그 씨앗들은 매끈하기만한 게 아니라 여느 단청장이의 지극한 손놀림보다도 더 화려하고, 그 옛날 시집가던 누이의 얼굴에 찍혔던 그 연지곤지보다 더 고운 때깔로 단장을 하였습니다.

▲ 언뜻 보면 햇빛 차단막에 거려져 보이질 않습니다.
ⓒ2005 임윤수
한 포기의 인삼을 6년째 바라보며 인삼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는 손발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굳은살이 박혔을지 모릅니다. 씨앗 뿌려 겨우 뿌리 내린 모종 삼을 심어 놓고는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불어, 가뭄이 들면 가뭄이 들어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며 손길주고 땀방울을 흘려야 했으니 그 마음 졸임에 등걸 같은 농부의 마음이지만 군살쯤은 잡혔을 법도 합니다.

▲ 인삼 씨는 빨간색뿐만 아니라 이렇듯 노란색도 있습니다.
ⓒ2005 임윤수
쨍쨍한 햇살 속에 고운 자태로 솟아오른 씨앗 하나 하나엔 농부의 한숨도 배어있지만 몽롱한 꿈길처럼 배시시 웃음 짓게 하는 희망도 매달려 있습니다. 시집살이하듯 6년을 키워내면 인삼 한 뿌리는 농부의 집에 살림을 보태주고, 자라나는 아이들의 학비가 되어줍니다. 텃밭을 늘려나갈 종자돈이 되기도 하고 혼기 꽉 찬 자식들을 시집보내거나 장가보내는 데 한 밑천 역할을 합니다.

이렇듯 애지중지 키워가며 5년이란 세월이 지나고 여섯 번째 칠월이 되면 자식노릇이라도 하려는 듯 종자되어 대물림 될 영근 인삼 씨앗을 맺어주니 농부들은 기쁜 마음으로 또 하나의 결실을 채취하게 됩니다.

▲ 여느 장인과 단청장이가 이렇듯 곱고 매끄러움을 탄생시킬 수 있겠습니까.
ⓒ2005 임윤수
6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결실을 거두는 가을이 되면 농부는 자신을 닮은 인삼들을 수확합니다. 진자리 갈아 뉘고 마른자리 마련해주듯 6년여 동안 농부의 손길에 부드러워질 대로 부드러워진 옥토에서 뽑혀 올라온 자식, 마치 자신을 닮은 튼실한 인삼 한 뿌리를 뽑아들고 너털웃음을 웃는 맛에 농부들은 인삼농사를 짓는지도 모릅니다.

▲ 애무를 하듯 부드럽게 걷어 올린 손에는 빨갛고 노란 보석들이 가득합니다.
ⓒ2005 임윤수
잘 생긴 자신을 닮았다며 너털웃음을 웃던 농부가 독백처럼 인삼의 효능을 설명합니다. 많고 많은 작물 중 인삼이 최고로 좋은 건 오랜 세월 농부들의 정성을 먹었기 때문일 거라 합니다. 다른 농작물들이야 고작 일 년 중 몇 달 동안만 손길 주고 정성 주면 되지만 인삼이란 것은 4년이나 6년쯤은 마음 주고 땀방울 주어야 하니 결국 인삼의 효능은 농부의 땀과 정성 그리고 발길과 손길이 만들어내는 오묘한 결정체라고 합니다.

▲ 소쿠리에 담긴 씨앗들은 이렇듯 대형비닐자루에 옮겨집니다.
ⓒ2005 임윤수
몇 개월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올 때쯤이면 6년 동안 정말 자식 키워오듯 농사짓던 인삼들을 수확하게 될 것입니다. 쏟아부은 땀과 정성에 비해 손에 쥐어지는 그 결과에 흡족하긴 어렵지만 인삼의 모양이 자신을 닮았고, 땀방울로 얻은 자식을 순산하기에 투자한 청춘과 무수한 일손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상받는 위안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농부는 땡볕 쏟아지는 오늘도 인삼포기에 땀방울 흘려주고 손길을 건네줍니다.

▲ 오늘 채집된 이 씨앗들은 내년에 다시 시작 될 인삼농사의 종자가 될 것입니다.
ⓒ2005 임윤수
애무하듯 부드럽게 걷어 올린 손끝에 모아진 앵두 빛 빨간 씨앗들이 작은 소쿠리에 소복하게 쌓여갑니다. 묵직해진 소쿠리가 커다란 비닐봉지로 들어가면 가득했던 씨앗들이 별똥별처럼 쏟아지니 주름진 농부의 이마에 시원한 웃음 결이 피어납니다.

고향을 지키며 농사를 짓고 있는 친구들의 마음에도 빨갛고 노랗게 익어가는 영근 인삼 씨앗처럼 행복과 보람도 송알송알 맺히는 그런 칠팔월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05-07-20 18:17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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