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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상 이야기/함석헌

함석헌-자유의 혼 무한대의 원을 그려라

by 마리산인1324 2006. 12. 13.

 

자유의 혼 무한대의 원을 그려라

                                                                                                                         - 함석헌 -

생령의 씨알 여러분, 주안에서 안녕 하십니까?
해마다 와도 처음 만나는 것같은 사월입니다. 봄은 우리 강산에, 우리 마음에 듬뿍 들어 찼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봄빛, 반드시 많아서가 아니지요. 우리는 걸어가야 할 길, 성경 전체가 봄이 가득합니다. 악의 세력이 이 강산을 뒤흔든다 해도, 오는 봄은 못 오게 할 수 없고, 피는 꽃입술을 다물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내 마음이 어떻게 즐겁지 않을 수 있으며, 내 자유하는 영혼이 어찌 장자(長子)로 더 불어 손목을 잡고 우주 밖에, 아니 그 나라에서 뛰놀지 아니하겠습니 까?


구약성경을 보면, 내 영혼이 그 말씀 속을 깊숙히 들여다보노라면, 이 소돔 고모라가 어디론지 사라져 버리고, 그 말 씀속에서 하나님의 보좌가 발견되며, 사람을 위하여 부리는 영으로서 지음받은 천사가 왕래하며 금빛술 머리는 억만태양이 빛나는 것같이 보입니다.

 

사월을 맞이할 때마다 저 건너의 성벽은, 예언자를 모두 죽이던 예 루살렘같이 보이고, 그 불타는 눈망울들이 "호산나!"하고 부르짖는 소리가 천지를 흔드는 듯합니다. 자유의 혼들아! 천천만만으로 피었던 하늘의 별들이 일시에 땅을 찾아온 듯 했던 그 광경을 생각하며, 화분에 물주었더니, 싹이 올라오기 시작을 하더니, 오늘은 그 첫송이들이 피었구나! 바람에 흐느적이는 그 모양을 보며 부활절이 다가오는 생각을 하니, 사방으로 뻗은 그 푸른잎, 마치 골고다 새벽 하늘에 "랍오니!"하며 꿇어 앉은 막달라 마리아의 치마폭 같고, 그 왕관 모양의 황금송이 굽어보는 그 속에서 "어서 내 형제를 찾아가 전하라!"하는 음성 들려오는 듯합니다.

 

생령의 씨알 여러분!

정말 봄은 우리 속에 있습니다. 함박꽃의 피흐르는 연한 손이 들치는 땅을, 그래 우리 손이 갈아 뒤엎지 못한단 말입니까? 한 겨울을 어둠속에서 소리없는 기도로 지낸 번데기가 하루 아침 빛바다 한복판에서 추는 평화의 춤을 우리 혼이 그래 못추고 만 단 말입니까?


생령의 씨알은 믿는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을 믿는 것, 곧 이를 영원히 믿어 하나님의 무한대의 원을 그리는 것이 생령의 씨알들입니다. 사람은 결코 행복만을 추구하는 존재도 아니고 또 물량주의의 진창 속에 떠돌아가는 것이 결코 행복이 아닌 것도 알아야 합니다. 스스로 하는 것이 참 삶임을 모르고 그저 지배하는 데만 쾌감을 가지고, 피지배 속에 의무를 잊어버리고 안일만을 탐하는 사람은 이대로 있으려 하지만, 생령의 씨알은 단연 자기와 남을 다 살리기 위해 거기 반항하여야 합니다.


사람은 의미에 삽니다.

살아도 의미, 죽어도 의미입니다. 의미가 무엇입니까? 살아있는 우주 전체입니다.


생령의 씨알 여러분, 참 스승이 어디 있습니까? 하나님이 창조한 모든 것이 의미인데, 곧 우리의 스승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받드는 생령의 씨알 내놓고 다른 데 있을 수 없습니다. 참 스승이 어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고 각 사람의 혼 속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경의 교육은 절대 낙관입니다. 주님 안에서 찾아서, 자신이 정오의 빛같이 환해지는 그곳, 하늘에서 받은, 또 민족을 통해 받은 내 근본, 생령의 씨알에게로 나아가야 합니다. 도(道)가 가깝다는 것은 이 뜻입니다. 제 속에 두었다 그 말입니다. 생령의 씨알의 이 신성한 사명은 어떤 정치도 뺏을 권리가 없습니다. 우주 생명의 진화를 위해 생령의 씨는 누구에게도 굴복을 해서는 아니됩니다. 역사가 나아가는 옳은 방향의 계시는 어떤 정치도 할 능력이 없고 다만 하나님만이 하시는 것 인데, 그 하나님의 계시가 내리는 안테나는 자유로이 생각하는 생령의 씨알의 혼뿐입니다. 그것을 망케 하는 어떤 지식도 권력도 우주생령의 죄인입니다. 우리가 절대의 권위를 가진다는 것은 창조 본연의 생령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여러분!
우리 조상의 어진 마음이 남겨준 말이 있습니다. "농사꾼은 죽어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했습니다. 이 씨앗은 우리 민족의 조상이 남겨온, 또 하나님이 넣어주신 알갱이입니다. 죽으면서도 씨앗은 남겨 놓지, 내 살자고 그것까지 먹어버리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보다 더 귀한 종자가 어디있습니까!

 

삼천리 강산에 봄이 가득했습니다. 참 봄 소식은 부할의 소식입니 다. 천지는 살았습니다. 생명은 살았습니다. 살아있음을 보기 때문에 봄입니다. 이 부활의 봄을 믿고 가시기를 바랍니다. 이 생각을 하고 돌아서보니, 활짝 피었던 목련이 바람도 없는데 가벼이 떨어졌습니다. 그것은 내 마음을 상징하는 것도 같았고, 아직도 얼굴을 아니드는 이 나라 수난의 여왕의 앞날을 알리는 환상과도 같았습니다. 나는 마음이 가벼워졌고 내 깨어진 거문고통을 어떤 손가락이 와서 만지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들어줄 귀가 있었으면 했습니다. 나는 하늘을 향해 전화기의 다이알을 돌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내 깨어진 토기의 잔은 넘쳐 흐르기 시작했고, 여왕의 결혼식 노래가 희미하게 하늘 가에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이런 기도를 하나님께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목마르던 강산에 비가 내리고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자라지 못한 보리도 알을 가졌고 병아리는 껍질을 깨치고 나왔습니다. 생령의 말씀은 내 심령을 찌르고 내 찬송은 가슴을 뛰놀게 하고, 부활의 이 봄에 거룩이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시고 진리가 바뀌어 불의가 득세하지 않게 하시고, 우리 성도만이라도 홀로 서서 이 민족을 위해 울게 하소서! 주님, 이 땅위에 의인들이 일어나게 하시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공의를 알게 합소서. 폐허가 된 로마의 대로를 보고 있습니다. 네로의 포효도 끝나고 예수 부활의 소식에 예루살렘 거리는 소동이 일어나고 흔들거립니다. 시날 평지에서 반석의 샘물을 주시던 그 긍휼의 역사를 이 먼지 덮힌 거리에 베푸소서. 지척의 인간이 한 점의 흑암이 되고, 푸른 하늘은 잿빛 속에 가리워지는데, 물을 달라고 미친듯이 날뛰는 이스라엘 백성은 오늘 누구입니까? 므리바에 샘솟는 그 물을 저들에게 부어 주시옵소서.

 

4월의 태양아! 저 쓰러져 가는 혼들을 보라! 지구의 거리를 보라! 아비규환으로 만신창이가 아닌가! 지구를 덮는 바벨론! 인간의 장벽은 높아만 갑니다. 바벨탑은 장고(長高)했으나 저들의 탑은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하루 해를 넘기면 저들은 '오늘의 승리자'였다고 자부 합니다.
 
 
http://user.chollian.net/~hephziba/ham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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