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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삼스런 하루

                                                                                                   - 문익환 -


아침 식탁에서 만나는

얼굴 얼굴이 새삼스러워

어느 하나 옛 얼굴이 아니다.



"처음 뵙겠군요!"

나는 눈으로 반가운 인사를 한다.



책가방을 들고

뛰어나가는

웬 사내녀석의 뒤통수가

오늘따라

참 잘도 생겼다.



"잘 다녀 오너라!"

웬 여인의 낯선 목소리가

오늘따라

가을 하늘처럼 맑다.



대문을 밀고 날아 나오는 미소에

손을 흔들어 답례하는

나의 아침은

왠지 발이 허공을 딛는다.



버스를 타고 사무실에 나오고

웬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왁자지껄하는

낯선 사람들의 말소리가

어디서 듣던 소리런 듯

오늘따라

새삼스럽다.



왼종일

원고지에 하늘을 메우다

말고

생소한 골목길들을 지나

아름다운 노을이 비낀 저

낯선 문짝을 열고 들어서면

처음 만나는 얼굴들이 또

나를 반겨줄테지.



"처음 뵙겠군요!"

이 저녁에도 다시

눈으로 반가운 인사를 해야지.

 

 

 

 

문익환

: 1918년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났다. 1947년 한국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후, 1949년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에서 유학했다. 1955년부터 1970년까지 한국신학대학 구약학 전공교수로 재직하면서 서울 한빛교회 목사로 일했다. 1976년 3월 3·1 민주구국선언사건, 1989년 3월 북한 방문 등으로 여섯 차례 투옥되어 12년 넘는 수감 생활을 하였다. 신구교 공동 구약 번역 책임위원,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의장,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상임고문, 범민련 남측본부 결성준비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1992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었다. 1994년 1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저서로는 시집「새삼스런 하루」「꿈을 비는 마음」, 산문집「통일은 어떻게 가능한가」, 옥중 서한집「꿈이 오는 새벽녘」「통일을 비는 마음」등이 있으며, 돌아가신 뒤에 직접 쓴 글과 강연/녹음 등을 묶어 낸「문익환 전집」이 있다.

 

▶제 목 : 새삼스런 하루
▶저 자 : 문익환
▶출판사 : 월간문학사
▶출판일 : 1973년 6월 01일
▶페이지 : 99
▶정 가 : 500원

 

이 책은 문익환 목사의 처녀 시집으로써 구약성서의 공동번역을 통해 익힌 시를 통해 문익환 목사의 감성이 잘 표현되어 있다. 쉰 고개를 넘긴 나이에 시인으로써의 출발, 그로부터 2년 후에 첫 시집을 출간하였지만 이 시들을 읽어보면 신학과 히브리어적 감성보다는 한국적 감성을 더욱 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여기 실린 58편의 시들은 문익환 목사의 신학적 사고의 새 출발점이기도 하지만 "시인 문익환"으로서의 출발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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