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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상 이야기/박성준

박성준-새로운 희망, 쿠바

by 마리산인1324 2006. 12. 14.

 

비폭력평화물결
2005년 9월 13일
http://peacewave.net/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과의 만남

 

                    새로운 희망 - 쿠바

 

                                                                                                                     - 박성준 -

          
 1990년대에 쿠바는 상상을 초월하는 10년 동안의 경제붕괴에 직면했었습니다. 유일하게 의지했던 소련이 붕괴하고 1959년 혁명이래 계속된 미국의 경제봉쇄로 석유는 물론 식량과 일용품에 이르기까지 물자를 거의 공급받지 못하는 비상사태가 계속되었습니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아바나 시민이 선택한 비상수단은 도시를 경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도시 농업은 10년을 지나자 인구 220만 명이 넘는 거대도시 아바나가 유기농업으로 채소를 완전히 자급하는 데까지 이르렀으며, 친환경적인 에너지, 교통, 의료, 교육, 녹화 정책을 견지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날의 새로운 쿠바로 거듭났습니다.


  공산체제 때의 대형국영농업을 소규모 가족농 중심의 유기농업체제로 전환했고 지역의 자원을 재활용하는 순환농법과 자연생태계와의 연계에 바탕을 둔 유기농운동이 모든 도시와 농촌에서 활발히 전개되었습니다. 온 국민이 한 덩어리 되어 땀흘려 노력한 결과 쿠바는 지금 식량자급률이 유기농업 시작 이전(1990년)의 43%보다 훨씬 높은 95%를 달성(2002년)했습니다.


  쿠바는 이제 탈석유문명을 꿈꾸는 생태주의자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1992년 쿠바민주화법 제정, 부시 대통령에 의한 악의 축 지정 등 경제봉쇄와 군사압박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끊임없이 체제의 위협을 받고 있으면서도, 쿠바는 먼저 인류의 삶의 근원을 살핌으로써 거대한 무력의 횡포를 이겨내는 ‘부드럽고도 강한 힘’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저술한 요시다 타로는 맺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환경문제, 유기농업, 적정기술, 지속가능한 도시개발 등 지금까지 큰 관심을 갖고 있던, 그러면서 제각기 흩어져 있던 주제들이 쿠바를 통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예감으로 쿠바와 만나는 날에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저 또한 이 책을 읽으며, 그리고 쿠바와 관련된 몇몇 자료를 읽으며, 같은 흥분이 내 안에서 불일 듯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환경 문제와 농업의 문제만이 아니었습니다. 평소에 품고 있었던 수많은 과제들과 질문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속에서 더욱 강고해지는 시장의 힘, 시장의 논리를 넘어서는 대안의 체제, 대안의 사회란 가능할까?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받는, 개개인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설수 있는, 대상이 아닌 목적이 되는 삶이란 어떤 형태일까?
*인간과 자연이 상생(相生)하는 사회, 이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이것을 위해 구체적으로 삶의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사회가 가능할까?
*우리도 ‘미국’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서 자유롭고 당당해지는 그런 날이 올까?

  아직 쿠바를 방문한 적도, 쿠바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가지지도 못했습니다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적어도 쿠바를 통해서 탐색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네 삶에서 모범 혹은 선례(先例)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가능성을 보여주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 . ‘쿠바의 선례’는 우리에게 그런 희망의 끈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큰 것을 잃어버렸을 때는
작은 진실부터 살려가십시오

큰 강물이 말라갈 때는
작은 물길부터 살펴주십시오

꽃과 열매를 보려거든 먼저
흙과 뿌리를 보살펴 주십시오

(중략)

작은 일 작은 옳음 작은 차이
작은 진보를 소중히 여기십시오“

    (박노해의 시 ‘길 잃은 날의 지혜’에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을 읽으며 박노해 시인의 저 싯귀가 계속 마음에 맴돌았습니다.
미국의 경제봉쇄와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인한 원조 중단으로 극단의 위기에 몰렸을 때 바로 인간이 살아가는 가장 기초를 보살폈던 쿠바의 사람들은 바로 그 ‘길 잃은 날의 지혜’를 진작 가슴 깊이 새기고 살아왔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쿠바 사람들이 경험한 위기는 석유문명에 바탕을 둔 이 세계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머지 않아 직면하게 될 사태의 예고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쿠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