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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상 이야기/박성준

[인터뷰] 박성준, '7.27' 한강하구 평화의 배 뛰우기 공동준비위원장

by 마리산인1324 2006. 12. 14.

 

 

“창조적인 평화를 말하는 개인이 세상을 바꾼다”

[인터뷰] ‘7·27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박성준 공동준비위원장
<데일리 서프라이즈> 입력 :2005-07-27 11:03:00   김세옥 (okokida@dailyseop.com)기자
▲ 2005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 ⓒ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정전협정 체결 52주년을 맞는 이달 27일 지난 반세기동안 금기의 지역으로 인식돼 일체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던 한강하구 뱃길이 열릴 예정이다.

임진강과 만나 몸을 섞어 서해로 흐르던 한강

지난 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 분단이라는 재갈에 물려 숨통이 막혀 있던 한강하구에 다시금 뱃길을 만들고자 ‘비폭력평화물결’과 인천, 강화, 김포, 고양, 서울지역 시민단체들이 모여 ‘2005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준비위원회(한강평화준비위)’를 구성했다. 그리고 4개월 동안의 노력으로 드디어 닫혔던 한강하구의 문을 열게 됐다.

300여 명의 시민을 태우고 27일 강화도 외포리에서 출발하는 평화의 배는 각종 문화행사와 축하공연과 함께 한강하구 일대를 거쳐 어로한계선 북방 800m까지 항해할 예정이다.

“정전협정으로 막혀있던 한강하구에 다시금 뱃길을 여는 일에서 평화협정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하는 한강평화준비위 박성준 공동준비위원장을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비폭력평화물결 사무실에서 만나 이번 행사의 의미와 함께 평화운동이 지향해야 할 길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한강하구, 금기의 지역이라 오해하는 바람에 반세기동안 닫혀 있었다”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를 준비한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반세기동안 금기의 지역으로 인식해 온 한강하구에 배를 띄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그간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것이지요. 52년 전 체결된 정전협정이 한강하구를 민간 선박의 항해가 가능한 수역으로 정해둔 것을 말이에요. 정전협정 제1조 5항은 ‘쌍방 민용(民用)선박의 항행(航行)에 한강하구를 개방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실제로 군사분계선은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장단에서 끝이 납니다. 다시 말해 정전협정은 한강하구라고 명명된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오두산 통일전망대 강화 앞바다까지 민간선박 항행을 보장한 것이지요. 과거 리영희 선생께서 글을 통해 이 사실을 일깨웠음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우리가 운동이라는 실천으로 문제를 풀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우리 ‘비폭력평화물결’의 회원이자 사진작가인 이시우(7·27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준비위 공동집행위원장)씨가 ‘아무런 금지도 없는데 한강하구에 배를 띄우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며 갈잎 배를 띄우는, 자그마한 상상력으로 우리가 금기라도 생각했던 것들을 깨는 모습을 봤습니다. 또 한강하구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3000km 평화명상 걷기를 하는 모습도 옆에서 봤고요. 자연스레 그의 생각을 받게 됐죠.

지난 4월 인천, 강화 등의 지역 시민단체에 7·27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를 제안, 상상력이 실현되는 순간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무수한 배들이 백성들을 위한 물자를 싣고 한강하구에서 마포나루까지 드나들던 물길을 반세기만에 다시 여는 감동의 순간 말이죠.”

-그렇다면 정전협정 체결 이후 배를 이용해 한강하구를 건너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인가요.

“아닙니다. 지난 92년 자유로 공사를 할 때 바지선이 유엔사의 협조를 구해 들어간 일이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많은 민간인들이 어로한계선 북방 800m까지 배로 건너는 일은 처음이죠. 이번 행사를 위해서 남측 군사정전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유엔사에 협조를 구했고, 유엔사는 훌륭한 의미의 행사라며 이번 행사를 힘껏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한강하구가 금기의 지역이 아니라면, 앞으로 민간이 한강하구를 계속 이용할 수 있을까요.

“정전협정 제1조 5항이 한강하구 수역을 민간에게 열어둔 이유는 이곳을 막으면 인근 지역 주민들의 생활 자체가 마비되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강하구에서 어로 작업도 하고 물자도 운반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이 영역에 대해선 남북 쌍방의 민간선박이 항해를 할 수 있다고 규정을 한 것이지요.

그럼에도 이 규정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 까닭은 남북 분단이라는 군사적 긴장 상태 때문인데요. 지금은 시대가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북측 개성공단에 우리 기업이 상주하고, 하루에도 수백명씩 금강산을 다녀오고…이쯤에서 한강하구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비무장지대도 군사분계선도 아니라니, 이런 최적의 상황이 또 어디 있을까요.

유엔사·국방부 등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한 이상,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의 무지와 분단이라는 상황 때문에 마음껏 흐를 자유를 박탈당했던 한강에 원래의 삶을 돌려주는 것이 바로 (우리의) 할 일이겠죠. 비록 이번 행사에선 안전 등을 우려한 국방부의 의견을 존중해 그들이 인정한 어로한계선 북방 800m 해역까지만 항해하지만, 앞으로 임진강과 만나 서해까지 흐르던 ‘조강(한국전쟁 이전까지 한강을 부르던 말)’이 마음껏 물길을 열 수 있도록 만들 예정입니다.”

▲ 박성준 공동준비위원장 ⓒ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요.

“지금 국방부가 우려하는 내용은 바로 한강하구의 물길을 개방할 경우 일어날 지도 모르는 안전의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수간만의 차가 큰 한강하구의 특성을 활용, 간조 때 한강하구의 모양새를 조사할 계획입니다. 어디에 모래톱과 개펄, 수로가 있는 윤곽이 드러날 테니 안전지점도 자연히 확인 가능한 것이죠.

또 유엔사와 이번 행사 관련해 항로를 조사할 때 한강하구의 지도를 볼 수 있었는데요. 수심 등이 동심원으로 표시돼 있었습니다. 발품을 들인 관찰, 조사와 지도 등을 참고하고 강화수역에서 일상적으로 항해를 하는 분들의 조언을 구해 안전한 물길을 닦는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한강하구는 언제라도 민간인들을 가득 태운 배를 품을 수 있을 겁니다.”

“창조적이며 자율적인 평화운동의 힘은 바로 풀뿌리 민중 개인”

박성준 위원장이 대표로 있는 ‘비폭력평화물결’은 “연두빛 평화의 물결로 한반도를 감싸자”고 제안한다. 50여 년 전 이미 전쟁의 비극을 체험한 우리 겨레인 만큼 평화를 향한 여망은 같을 테니 남북의 민중들이 ‘전쟁은 없다’라는 결론을 미리 내리고, 이 결론을 현실로 만들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성준 위원장은 그러나 이를 위해 별도의 평화단체를 구성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박성준 위원장은 “각 지역에 여러 목적을 위해 구성된 크고 작은 단체와 모임의 구성원 개인 개인이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는 복장과 깃발, 상징물 등을 들고 나름의 방식으로 평화를 얘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소풍이나 축제를 즐기듯 나선 풀뿌리 민중들이 나비처럼 두 팔을 들어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으며 지구를 뒤덮는 커다란 연두빛 평화물결을 만든다면 누가 감히 이 물결을 향해 폭탄을 던질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그간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이 알게 모르게 경원(敬遠)해 온 ‘개인’이라는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개인’이라고 하면 바로 서구식 개인주의를 떠올리면서 조직유지를 위해 조금은 멀리해야 할 무언가로 여겼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세계 도처에서 꽃피고 있는 생명과 평화의 사상에 감화·자각한 개인들로 구성된 튼튼한 뿌리의 공동체가 녹색의 환경운동보다 더 낮고 부드러운 문턱의 연두빛 평화물결을 이뤄, 정부의 등을 밀어주고 때로는 비판과 견제를 할 때 풀뿌리 민중이 ‘평화’의 담론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4인의 성직자가 개발 주체들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개발로 스러지는 자연 생명과 평화에 무심했던 자신을 반성함과 동시에 새만금 갯벌의 생명평화를 위해 전북 부안에서 서울까지 309km 거리, 65일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삼보일배(三步一排)만으로 이어와, 해당 사안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조성했던 것처럼 말이다.

-평화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세계 민중의 시위 등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이라크 전쟁을 중단하지 못했으며 테러를 종식하지도 못했습니다. 일상의 평화는 여전히 멀게만 보이는 것이 현실 아닌가요.

“안타까운 일이지요. 현재의 평화운동이 지닌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평화를 얘기하는 미국과 영국 시민들의 목소리로 그들의 정부가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하고 폭탄을 투하하는 일을 막지 못한 것은 말이죠. 그렇기에 우리는 여기서 평화운동이 안고 가야 할 과제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 과제는 다름이 아니라 평화운동으로 정권과 정책을 바꾸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앞서 말했듯 운동권 밖의 평범한 풀뿌리 민중들이 ‘내가 주인공이다’라는 마음으로 연두빛 초록의 물결에 동참해야 합니다. 미국 시민들이 저마다가 창조적인 평화운동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아주 근소한 차이었다고 하지만 이라크 침공을 강행한 부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을까요?

아마도 지금과는 다른 결과를 낳았을 겁니다. 결국 풀뿌리 민중의 평화운동이 새로운 물결을 만들었을 때 평화로운 사람이 지도자가 될 것이며, 정책과 법률 등도 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7.27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도 이와 같은 맥락이지요. 현재는 정전협정 상 한강하구에 배를 띄우는 일에 문제될 것이 없다 하니 배를 띄울 수 있는 것이지만 앞으로는 이곳에 일상적으로 배가 드나들 수 있도록 해 남북분단이라는 한계를 벗도록, 다시 말해 평화를 항구적으로 정착시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일이 목표입니다.”

-과거 박성준 위원장께서 글에서 ‘호칭의 민주주의’를 언급한 것을 봤습니다.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지 못하고 직책에 따른 직함으로 부르는, 다시 말해 호칭의 문제에서까지 계급과 우열,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드러낼 일이 아니라 부르면서 좋고 듣기에도 좋은 호칭을 사용하자는 제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이도 일상의 평화를 위한 하나의 방안인 것인가요.

“(웃음) 맞습니다. 호칭이라는 관습도 참으로 바꾸기 힘들지요. 이 안에도 평화의 정신이 녹아있는 것인데 말이에요. 전쟁이 없는 것만이 평화가 아닙니다. 사회제도와 구조를 평화롭게 바꿀 때 진정한 의미의 평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호칭의 문제 역시 평화의 문제라고 얘기하는 박성준 위원장, 그가 얘기하는 연두빛 평화의 그물이 이 세상을 덮는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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