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함석헌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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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석 유영모의 종교사상
9강, "유교.불교.도교의 회통"
- 유교의 부자유친(父子有親), 불교의 공사상,
도교의 무위자연과 양생. 빈탕 한데 맞혀 노리(與空配享) -
- 박 재 순 -
다석은 1910년대 초반부터 기독교신앙에 기초하면서도 자유롭게 다른 종교의 경계를 넘나들며 진리와 신앙의 세계를 펼쳤다. 다석은 기독교사상을 바탕으로 유교불교선교를 회통(會通)시켰다. "예수.석가는 우리와 똑같다...유교.불교.예수교가 따로 있는 것 아니다. 오직 정신을 '하나'로 고동(鼓動)시키는 것뿐이다."(다석어록. 진다2. 383)
1. 다석의 유교이해
1) 중용 풀이
다석은 "속의 속이 중(中)인데 중이 참나"라고 했다. 참나는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성령이다. 유영모가 중용을 '줄곧 뚫림'이라고 한 것은 성령이 예수의 말처럼 마음 속에서 생수처럼 줄곧 뿜어져 나온다는 것이다.(진다2. 194-5)
다석이 마음의 가운데가 뚫려서 하나님의 성령과 통하고 신통(神通)하는 것을 중용이라고 본 것은 중용을 기독교 신앙의 자리에서 본 것으로 파악된다. 유교가 태극(太極)과 음양(陰陽)만을 말하고 그 위의 무극(無極)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인본적인 종교로 흐른 것을 다석은 비판했다.(진다1, 414)
2) 부자유친(父子有親)
다석은 땅에 있는 어버이에 대한 효보다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효가 앞서야 한다고 하였다. "유교에서는 우(上)를 받든다는 것은 부모나 조상을 받드는 것을 말한다. 예수는 우(上)를 하느님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유교가 태극에서 음양만 말하듯 그 윗자리인 무극(無極)을 잊은 것이다. 유교가 활발한 발전을 못 본 것은 우주의 근원을 잊었기 때문이다...효도뿐 아니라 천도(天道)가 망하는 것도 처자식 때문이다...하나님을 바로 아는 사람이라야 땅의 부모에게도 최선의 효를 할 수 있다."(진다1, 414) 다석은 유교의 부자유친을 기독교신앙의 말로 바꾸었다. 하나님 아버지를 받들어 모심으로써 가족주의를 넘어서서 온 인류가 평등하고 하나되는 길이 열린다.
3) 격물치지(格物致知): 안과 밖의 완성
격물치지(格物致知)는 '대학(大學)'의 8조목 가운데 처음 두 조목이다. 정이천과 주희는 격물을 이치에 대한 탐구로 보고 왕양명은 마음의 뜻과 생각을 바로 잡는 것으로 보았다. 격물에 대한 논의에서 전자가 사물과 인간본성의 이치를 탐구하고 후자가 사람의 마음을 바로 잡는 것에 힘썼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다석은 사물과 타인과 자기를 완성시키는 것으로 격물을 이해했다. 격물치지(格物致知)에 대해서 "진리를 파악해서 생명을 완성시킨다. 물성을 알아서 그것을 온전히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물건을 완성시켜야 나도 완성된다."고 했다.(여오. 1,831)
온갖 시비판단을 넘어서서 물성과 인간을 완성시키는 일은 "나쁘게 가는 마음을 참고 어질게 가는 마음을 살려 모두를 잘 살게 하자"는 신의 마음에 이르러야 한다. 오직 하나님께 가야 편견을 넘어서고 만물을 살릴 수 있다.
2. 다석의 불교이해
1) 마음과 삼독(三毒)
선불교에서는 흔히 마음이 곧 부처라고 한다. 유영모는 이렇게 말했다. "마음이라는 것은 어떠한 의미로서는 영원한 생명인 얼을 대표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라는 것은 그대로는 안 된다...마음도 멸거(滅去)하여야 한다. 그러한 뒤에 즉진(卽眞)하여야 한다...여러가지 말을 해서도...참에 도달하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못 쓴다."(진다1, 409)
유영모는 52세 때 새롭게 신앙체험을 할 때 자기 마음 속에서 말씀의 생수가 터져 나오는 것을 경험하였다. "...이 나란 맘을 이 만물보다 거짓된 나란 맘을 뿌리째 뽑아주옵소서 그리되오면 그 뿌리뽑힌 속의 속에서 용솟음쳐 나오는 산물(生水)이 강이 되어 흐를 줄 믿습나이다."(성서조선 158호 1942년 3월호) "이 만물보다 거짓된 나란 맘"은 삼독이 뿌리박힌 맘이고 삼독(에 물든 맘)의 뿌리가 뽑힌 "속의 속에서 용솟음쳐 나오는 산물(生水)이 강이 되어 흐른다"는 것은 기독교적인 표현이다.
2) 아름답고 깨끗한 빔(空)
석가의 가르침을 따라서 다석은 만물을 빔(空)으로 보았다. "허공이 참이다." "허공(虛空)의 공상(空相)은 장엄하다. 이 우주...만물이 전부 동원해서 겨우 허공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진다2. 199) "우주만물이 허공을 드러낸다고 하지만 만물을 있게 하고 만물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은 허공이다. "우리가 꽃을 볼 때 보통 꽃 테두리 안의 꽃만 보지 꽃 테두리 겉인 허공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꽃을 있게 하는 것은 허공이다."(진다2. 199) "꽃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꽃의 아름다운 윤곽을 드러내 주는 것은 허공뿐이다."(지건. 1,808)
"허공은 깨끗하고 아름답다."(진다2. 328) 허공을 알고 허공을 존중하여 품고 살 때만 아름답고 깨끗한 삶을 살 수 있다. 따라서 허공을 멸시하면 자기를 멸시하는 것이고 자기가 허공임을 증명하는 것이다.(지건. 1,808)
3) 허공은 하나님의 마음
유영모는 허공을 '하나님의 마음'이라 했고 신령한 허공을 하나님이라 생각하였다.(진다2. 199) 다석은 "...허공이야말로 가장 다정(多情)한 것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다석은 공을 참된 실재, 진리로 보고 공을 친밀하고 다정하게 느낀다고 했다. 더 나아가서 다석은 '빔'을 최고로 높고 밝고 거룩한 것으로 보았다. "빔처럼 높고, 밝고, 거룩한 것은 없다."(진다2. 328) 최고로 높고 밝고 거룩한 존재는 하나님밖에 없다.
허공은 만물을 엄마처럼 친근하게 감싸주는 마음이다. 다석은 "색계는 잡다하나 허공은 단일하다"(單一虛空色界雜)면서 "하나님의 마음이 있다면 아마 그건 허공일 것"이라고 생각한다.(1,895-6) 다석은 하나님의 마음과 계시인 단일허공, 대허공과의 일치를 추구한다. "언제나 속(마음)은 곧게 밖(몸)은 바르게 이것이 허공과 하나되는 비결이다."(지건. 1,808) 허공과 하나되어 "지건대축(至健大畜)[하늘에 머물러 크게 쌓음)할 수 있는 사람만이 공색일여할 수 있다."(지건. 1,808)
3. 다석의 도교이해
1) 몸을 닦은 들사람
'빈탕한데', 대자연 속에서 살려 했던 다석은 몸을 닦고 길러서 신선의 풍모를 얻었으나 몸을 가지고 장생불사하려는 도교의 경향을 비판했다. 노자는 "물체란 한창이면 늙는다. 이것은 도가 아니다."(物壯則老--노자 30장)라고 말했다. 몸과 마음을 곧게 닦아서 "몸에 기름이 가득 차고 마음에 심지가 꼿꼿하고 정신에 지혜가 빛난다."(몸성히, 맘놓이, 뜻태우. 1, 797-800)
2) 무극(無極): 없이 계신 하나님
다석은 하나님을 '없이 계신 분'으로 이해했다. 없이 계신 하나님은 유와 무를 종합한 전체로서의 하나님이다. "유무를 합쳐 신을 만들고(固有虛無一合神), 천지유무를 통하는 것이 신통이다. 신은 하나이다."(1,829-32) 전체로서의 하나님의 자리는 온갖 시비를 넘어서서 하나됨에 이르는 자리이다. "시시비비 따지는 것은 내가 지은 망령이요...하나님을 믿고 만족하면 일체의 문제가 그치고 만다. 시비의 끄트머리는 철인의 경지에 가야 끝이 나고 알고 모르는 것은 유일신에 가야 넘어서게 된다."(1,829-32)
3) 대로, 절로 되게(無爲自然)
자연(自然)은 되어가는(변화하는) 것이다. 다석은 자연의 생명원리에 따르는 것을 '맘대로 하고', '몸대로 되게'라 하고 이것을 몸과 마음의 자유로운 경지로 본다.(하게 되게. 1,809)
다석은 이것을 '절로, 제절로'의 이치이고 길이라고 한다. 이것이 뭇 생명과 사물이 제 본성에 따르고 제 바탈(本性)을 실현하는 진리의 길이다.(하게 되게. 1,810) 이것은 내 마음이 자유로운 주체가 되어 물성과 생명이 완성되도록 섬기는 길이다.
4. 회통의 사상적 근거
서로 다른 종교사상들을 하나로 꿰뚫고 통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서로 다른 것들을 일치시키고 동화시키는 한사상의 원리, 한민족의 정신문화적 경향과 원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유교.불교.도교.기독교를 종합하는 뼈대는 기독교의 하나님 신앙이다. 하나님 신앙이 유불도를 꿰뚫고 있다. 부자유친을 하나님관계로 보고, 허공을 하나님의 마음으로 보고, 유와 무, 태극과 무극의 전체와 통합을 하나님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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