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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상 이야기/류영모

다석 류영모의 종교사상 7강(박재순)

by 마리산인1324 2006. 12. 15.

사단법인 함석헌기념사업회

http://www.ssialsori.net/data/ssial_main.htm

 

다석 유영모의 종교사상

 

7강, "막대철학(한글주체철학)"

- 하늘을 머리에 이고 하늘과 땅 사이에 곧게 선 사람, 하늘로 고디(곧게) 솟아오르는 사람 -

 

 

- 박 재 순 -

 

1. 한글로 철학하기


다석에 따르면 생명과 소통하고 사귀려는 하나님의 뜻과 의지가 말 속에 이미 담겨 있다. "성경에는 천지만물이 말씀으로 지었다고 하고 말씀만이 남는다고 하였습니다. 말씀은 존재이며, 말 가운데 으뜸가는 말이 말씨입니다."(진다2. 167) 말씀은 내 속의 속이 뚫려 하나님과 통하는 것이다. 다석에 따르면 말(言은) 우리가 하나님께 타고 갈 "말"(馬)이다.(진다2. 168-9)


우리말 갈고 닦기


다석이 찾아내거나 만들어낸 말들은 다음과 같다.


알맞이(철학), 마침보람(졸업), 알짬(精), 짓수(예술), 빈탕(허공), 살알(細胞), 환빛(榮光), 힘입(은혜), 몬(物), 고디(정조), 덛(시간), 긋(점), 속알(덕), 읊이(詩), 예(여기, 상대세계), 숨줄(생명), 다세움(民主), 외누리(독재), 사람새(人間), 가온쓸(中庸), 여름질(농사), 씨알(民), 밑일(기초공사), 굶고뱀(고학), 빛골(光州), 잎글(엽서), 잘몬(萬物), 싶뜻(욕심), 푸른나이(청년), 조히(無故), 한늘(우주), 맘줄(心經), 꼴위(形而上), 꼴아래(形而下), 엉큼(마하트마), 없귻(無極), 어둠맺이(婚姻), 같이늙(偕老), 맘아들(弟子), 여름아비(農夫)


모호한 말뜻을 살려내려 했다.


사나이(산 아이), 깨끗(끝까지 깨다), 모름지기(모름은 꼭 지키는), 더욱(더 위로), 어버이(

업을 이), 이튿날(이어트인 날), 아침(아 처음), 여덟(열에 둘 없는), 아홉(아 없는), 열(열리는), 얼굴(얼이 든 골자구니).(진다2. 179-80)


2. 한글의 구조와 철학


1) 한글은 소리글이면서 뜻글이다


다석은 한글이 소리글자일 뿐 아니라 깊은 철학원리에 따라 지어졌고 깊은 철학과 뜻을 나타내는 뜻글자로 보았다. 한글은 "우리 뜻을 낸 소리로 쓴 우리글씨"이고, 뜻을 나타낸 소리이면서 바른 소리를 그대로 쓰면 글씨가 된다. 우리의 뜻과 소리를 나타내는 한글을 쓰면 "우리 속"이 "솟는"다.(진다2. 173)


2) 하늘과 땅과 사람을 나타내는 한글의 원리


세종임금이 한글을 지을 때 자연의 원리에 입각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모음.자음이 그 나름대로 뜻을 가지고 있다. 한글의 자음은 입(목구멍.입천장.혀.입술.이)의 모양을 본떠 만들고 음의 강도에 따라 삼단계화하였다. 한글의 모음은 (天)ㅡ(地) ㅣ(人)을 으뜸으로 하여 만들었다. 한글 모음의 으뜸 모음인 를 안 쓰게 된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진다2. 176)


하늘과 땅을 나타내는 ᄀ과 ᄂ


다석은 한글 자음 ᄀ 과 ᄂ이 지닌 깊은 뜻을 밝혔다. 글이란 "天地, 人事, 萬有를 실어내고 그려내려는 말씀을 거듭 그리는" 것이다.(제소리.1, 905-6) "머리가 하늘을 어르는 어름을 그어 가지고 북(北) 곧 배후를 방어하는 금을 긋게 되는 것이 自然이다. 우리 머리 두는 데가 ᄀ 되는 수밖에 없다."(제소리.1, 905-6) 다석에 따르면 ᄀ꼴은 "天生 그늘! 그윽함을 사람의 거처의 상부곡선을 표시한다."(제소리.1, 905-6)

또한 ᄂ은 "아래턱 안바닥으로 가라앉은 혓바닥의 꼴을 그린 것"을 나타내고, "발바닥이 땅바닥을 디딘 선"을 나타낸다. 사람은 "크나 적으나 땅에 닿는 데다 ᄂ 비슷한 기구를 쓰는" 존재이기 때문에 "ᄂ이 둘째 자리에 간 것이다."(제소리.1, 905-6)


하늘과 사람과 땅 :  ㅣㅡ


는 우리말의 원음을 나타내며 "ㅡㅏㅗㅡ가 합동한 근원적 소리"이다. "말소리 밋동은 모음, 밋동의 밋동은 . ㅡ ㅣ 셋. 셋의 밑은 이다."(55.10,17) 다석은 가 모든 것이 하늘(天)에 근원을 두고 하늘에서 시작하고 하늘로 돌아가는 원만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하늘은 모든 것의 처음이고 원만이므로 한 점 으로 나타낸다는 것이다. ᄋ은 "하늘에 대하여 아들된 우리의 發展大圓滿을 그려" 보이는 子音이다.

ㅡ는 "우리 눈 앞에 벌어진 平地 곧 世上을 보이며, 동시에 으音을 낼 때는 조금 틈만 벌린 입의 꼴 그대로도 된 것"이다. 다석에 따르면 "문명민의 글 가운데 ㅡ음을 기록한 것은 우리밖에 없다."(55.10,17)

ㅣ(이)는 "最近稱, 꼴은 사람이 꼿꼿이 선 꼴을 法받은 것이다." 이는 "그이 저이 福男이, 광주리, 빨강이, 人稱, 物稱, 名形格을 보이는 소리로 世界的이다. 漢語로는 伊, 일어로는 ᄉ...英語國民은 ㅣ를 보고...自我라 한다."(제소리. 1,906)  'ㅣ'의 "正(바른) 끗은   (요드) 끗, 發芽의 끗, 사람의 의식의 끗, 最初一念인 끗, 誠意, 차라리 母意이다."(1,906)


3. ㅣ: 막대 철학


1) 막대 철학이란?


다석의 막대기(ㅣ) 철학은 성서조선이 폐간된 뒤에 얻어진 것이다. 짐작하건대 1943년 2월 5일 북악산 마루에서 천지인(천지인) 합일(합일)의 체험에서 얻어진 것으로 생각된다.(진다2. 143) 이 신앙체험은 하나님체험이며 기독교, 예수 그리스도에게 돌아오는 체험이었다. 다석의 신앙체험이 기독교 신앙체험이면서 주체적인 한글철학, 막대기철학으로 나타난 것은 매우 깊은 뜻을 담고 있다.

막대기 ㅣ(사람)는 하늘과 땅을 '곧게 잇는' 몸과 정신을 나타내고, '하늘을 머리에 인' 존재이며, 처음(태초)과 끝(종말)을 '잇는' 존재이다.


2) 끗 字의 숨결


다석에 따르면 '나'는 영원한 생명의 한 끝점, '긋'이다. 긋에 대한 다석의 글자 풀이는 의미가 깊다. '긋'에서 "ᄀ은 하늘, ㅡ는 이 세상 ᄉ은 생기를 뜻한다. 영원한 하늘과 무한한 땅과 신비한 생명이 하나가 된 것이 긋이다. 영원한 시간이 공간으로 잘려서 산 막대기가 된 것이 나 인생이다."(깨끗. 1, 753-6) 사람은 "죽어도 죽지 않는 영원한 연결된 긋을 가지고 있다."(깨끗. 1, 753-6)


3) 막대기처럼 곧게


다석은 막대기처럼 곧게 하늘로 오르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고 천명이라고 본다. 다석은 인간의 "천성은 원래 直이므로 直으로만 가면 영생할 것"이라면서 "나는 性直設을 내세우고 싶다."(최원극, "유영모 스승" 1954, 1,3 말1, 900)고 한다. 글과 진리는 통해야 하는데 "통하는 것이 고디(貞)다."라고 했다. "화살처럼 정직해야 뚫고 나갈 수 있다...고디만이 하나님과 통할 수 있다."(말씀.1,885-8)다.

'우리'는 "우를 이는 것"(1, 840)이라 했다. 사람은 "아래에 있으면서 하늘 위를 생각한다. 우를 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이'이다...'우'를 이는 것이 '우리'이다."(1,837-40) '더욱'은 "더 우로!"가 된다.(1,837-40)

위로 오르려면 몸이나 마음이 막대기처럼 꼿꼿이 서야 한다. "마음은 놓고 몸은 꼿꼿이 이것이 참선이다. 내 마음은 고은 재와 같이 가라앉히고 내 몸은 막대기처럼 꼿꼿이 세워야 한다."(깨끗. 1,841-4) 그러나 마음이 막대기처럼 꼿꼿이 서야 몸이 위로 일어설 수 있다. "몸은 몬으로 된 꺼풀이기에 내버려두면 묽어지고 썩어지고 주저앉는다. 막대기처럼 일으켜 세워야 한다. 무슨 막대기인가. 정신이란 막대기다. 정신이 강하면 몸은 일어선다."(깨끗. 1,841-4)

막대기처럼 꼿꼿이 선 정신과 육체가 건강한 것이고 건강한 정신과 육체는 '깨끗하다'.(깨끗. 1, 753-6) '정고'(貞固)란 글에서 다석은 "생리와 심리는 장엄하고 오묘하다"(生理心理 莊嚴奧妙)면서 "음란하고 더러운 생활은 늑막염과 폐병을 일으켜 몸을 망가뜨리고"(淫亂褻瀆 肋肺祝融), "곧고 깨끗한 마음은 정신을 형통하게 한다"(貞固淸幹 情神亨通)고 했다.(다일. 1,311-12)


4. 한글과 십자가의 만남


한글의 기본모음은 ㅡ ㅣ 는 예수의 십자가 나무 막대기를 나타내고 (하늘)와 ㅡ(땅)을 잇는 나무 막대기 ㅣ(정신)는 겨레의 뿌리인 단군, 다시 말해 나무 등걸과 '둥글' 나무(朴)를 나타낸다. 막대기는 세상을 뚫고 솟아오르는 십자가와 겨레의 얼과 뿌리를 나타낸다.

십자가의 곧음(기독교)과 나무의 동글암(겨레 얼)이 결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