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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상 이야기/류영모

다석 류영모의 종교사상 6강(박재순)

by 마리산인1324 2006. 12. 15.

사단법인 함석헌기념사업회 

http://www.ssialsori.net/data/ssial_main.htm

 

다석 유영모의 종교사상

 

6강, "숨과 영성"

- 숨이 첨과 끝을 잇는 생명줄이며 '나'와 하늘을 잇는 영의 줄이다. -

 

- 박 재 순 -

 

다석사상을 신학적으로 새김


다석사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쓰이는 말이 '솟아 올라간다', '불사른다', '가온찍기', '끝'인데 모두 기독교적인 말이다. 위로 하나님께 솟아오른다는 것은 유불선 삼교에는 나오지 않는 말이다. '불사른다'는 말은 기독교 , 성서의 말이다. 몸을 산 제물로 드린다고 할 때, 번제물, 희생제물로 드림이고 불태우는 것이다. 가온찍기는 하나님을 삶의 중심인 하나님, 역사의 중심인 그리스도를 찍고 붙잡는 일이다. 끝은 기독교의 말이다. 유교에서는 끝, 마지막을 좋게 안 본다. 이단, 말단하면 좋지 않다. 불교에서도 끝, 경계는 넘어서야 할 것, 없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에서 끝, 경계는 인간의 실존과 하나님의 바깥, 초월을 뜻하고 존중되고 지켜져야 할 것이다. 생각은 끝에 서는 것인데 끝은 그리스도 안에서 종말, 마지막을 뜻한다. 존재의 끝은 그리스도, 십자가(죽음)이고 끝에 서서 말씀과 영의 숨을 쉬는 것은 기도이다. 삶의 끝은 죽음이고 율법의 마침은 그리스도이다. 죽음의 자리 십자가에서 새 삶이 시작된다. 다석은 특별히 기독교를 내세우지 않으나 깊이 들어갈수록 기독교신앙의 색채가 드러난다.


마음이 놓여야 생각이 나고 잘 통하고 말숨이 잘 쉬어진다.

마음이 놓이려면 몸이 성해야 하는데 몸이 성하려면 숨을 잘 쉬어야 한다.


1. 몸과   : 척주는 율려   거믄고


1) 건강한 육체는 건강한 정신을 낳는 모체

다석은 평생 몸을 깨끗이 하고 몸에 기운이 가득 차도록 힘썼다. 몸과 영혼을 이원론적으로 구별하는 금욕적인 경향을 보이면서도 몸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몸 세포의 각성에 전체 인격이 구성되고 "건강한 육체는 건강한 정신을 낳는 모체"라는 말에서 몸의 중요성은 최대로 강조된다. 다석은 사백조 세포들 위에 정신적 인격이 있듯이, 억조창생, 우주만물이 뭉친 우주 위에는 하나의 영원한 인격이 있다고 믿는다.(깨끗. 1,753-6)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 흙을 빚어 몸을 지으시고 코에 하나님의 숨을 불어넣어 사람을 지으셨다고 함으로써 몸(흙)과 숨(하늘기운)을 긴밀히 결합시켰다. 창세기의 인간 창조설화는 생태학적 깊이를 지니고 있다. 성만찬에서 예수의 살과 피는 건강한 인격과 영혼을 낳는다. 기독교에서는 몸과 영, 몸과 말씀이 일치된다.

다석도 몸과 道를 일치시켰다. 그는 도(道)를 "...흙으로 빚고 코로 숨쉬는 것"으로 갈파했다. "배고프면 먹어 흙을 빚고 고단하면 자고 코로 숨쉰다."(1, 852)

 

2) 척주는 율려,   거문고

다석은 "脊柱는 律呂,   거믄고"(1955, 4.27)라고 했다. 율려(律呂)는 풍류, 음악을 뜻한다. 율은 음의 조율(tuning)을 뜻하고 려는 풍류를 뜻한다.

다석은 척주를 율려라고 함으로써 몸을 음악의 기본으로 보고  을 거문고라고 함으로써 맘을 악기로 보았다. 몸과 마음의 예술적 일치를 말한 것이다. 몸과 마음의 중심을 척주로 보고 척주가 곧고 바르게 조율이 될 때 마음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


2. 숨 : 消息


1) 숨은 생명의 풀무질

다석은 숨을 산화작용으로 생명의 불꽃을 일으키는 풀무질로 본다. "숨쉰다는 것은 산화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산화작용을 하는 생명이야...생명의 불꽃을 일으킨다."(1,745-8) 숨은 개인의 몸의 생리작용만이 아니라 우주적이고 영적인 생명원리이다. "몸이 숨을 쉬듯이 우주도 숨을 쉰다. 성신도 숨을 쉰다. 성신의 숨쉼이 말씀이다."(1,825-8)

다석은 숨을 인간생활의 핵심으로 보았다. 그는 숨을 消息으로 설명했다. "消息, 氣息, 숨은 인간생활의 핵심이다. 자는 鼻의 本자요 心은 염통이니 코와 염통을 대어놓은 형상으로 숨쉰다는 息자를 이룬 것도 묘하고..."(소식 성서조선 154호. 1,642 )

소식은 "생활동정 그것만이 아니고 한 생활동정이 다른데 영향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날마다 하늘 뜻을 받들어 살면 다시 말해 "바른 생활동정을 하면 그것이 自個生活에만 끊칠리 없고 반듯이 他衆에 영향하니 이 곧 소식이 소문이오 통신"(소식. 1,642)이라고 한다. 생활동정의 핵심은 숨쉬는 일이고 숨을 편안히 깊게 잘 쉬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2) 精力과 氣와 神

다석은 정력(精力)을 바꾸어 단(丹)을 이룬다는 도교의 가르침을 받아들인다. "도교에서는 精氣神이라 하여 정에서 기운이 나오고 기운에서 신이 나온다고 생각했다."(남녀. 1,865-8)

다석은 여러 가지 장생법과 양생법을 실험해 보고 나서 "몸과 마음을 곧게 하는 것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입 다물고 몸과 마음을 곧게 하면 숨이 저절로 깊어지고 숨이 깊고 고르면 몸과 마음이 성하다."(진2. 41)


3) 삶을 위한 살림

다석은 삶과 살림을 구별한다. "삶은 숨이 위주요 살림(집, 솥)은 먹는 게 위주다. 삶은 하늘이 주신 풍부함을 감사해야 한다."(1,642-3) 다석은 "삶을 위한 살림은 가하나 살림을 위한 삶은 애초에 없는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살림은 지상에서 삶을 평면으로 넓고 크게 펼치자는 것이고 삶은 숨을 깊게 쉼으로써 정에서 기로, 기에서 신으로 더욱 높이 솟아오르자는 것이다. "살림만 크게 하랴다가는...살림에 치어죽는다. 전에도 그랬고 후에도 그렇다. 쌀 속에 묻혀 죽는 생쥐와 같이."(1,647) 지상에서 평면적인 살림을 끊임없이 확장하려는 사람은 살림에 치어 죽는다고 한다.

 

4) 숨 : 생명의 실올

다석은 숨을 생명 줄로 본다. 사람의 목숨은 맨 처음부터 이어온 생명의 실올이다. '바른 목숨'이란 글에서 "한바람 목숨실올을 바로 세웨지이다."(4,89)고 말한다. 숨쉬는 일은 속알이 밝아지는 일로 그리고 하늘 나라를 찾는 일로 이어진다. 숨 줄은 내가 지금 살아가는 줄이고 살아갈 줄이다. 큰 숨이 자라 나라가 이루어진다.

다석은 숨에는 세 가지 목숨, 말숨, 우숨(웃음, 위를 쉬는 숨)이 있다고 보았다.(다1,28) 목으로 쉬는 숨, 말씀으로 쉬는 숨(소통), 위 하나님과 통하는 숨. 숨은 삶의 꼭대기(위이 없는 첫 자리)에서 한얼(절대령)과 통하고 밑이 없는 빈탕까지 채우고 남는 깊은 힘을 싣고 있다.(제소리. 1. 903)


3. 영성 : 어둠 속에 빛나는 생명


1) 얼굴 : 얼의 골짜기

"숨은 그립고 얼은 울린다...맑은 숨과 얼은 제 그ㅓ림이오, 절로 울림이어라."(56,1,24)

숨은 영원한 생명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고 얼은 서로 울리고 통한다. 맑은 숨과 얼은 스스로 그리워하고 저절로 울린다. "내 정신과 신이 통할 때 눈에 정기가 있고 말에 힘이 있다."(밀알2.1,821-4) 사람의 사명은 신과 통하여 바른 기운을 가득 품고 사는 것이다.

"영혼을 드러내는 골짜기가 얼굴이다."(사람꼴 버5. 1,721) "얼굴을 보니 그 골짜기가 한없이 깊다...소뇌, 대뇌를 넘어서 우주의 무한한 신비가 얼굴 뒤로 연결되어 있다."(722) "...별 하늘 뒤에 뒤에 천천만만의 별 하늘...그 뒤의 생각의 바다가 있고 신의 보좌가 있고 얼굴의 골짜기 한없이 깊다. 그 깊은 그윽한 곳에 얼굴의 주인인 진짜 얼이 계신 것이다....우주의 가장 깊고 깊은 성스러운 지성소 속에 튼튼하고 곧 바르게 곧이 곧게...들여 박혀 있다. 우주의 신비와 인간의 신성은 한없이 깊은 곳에 담겨져 있는 것이 인생의 본체다."(1, 722)


2) 어둠 속에서 빛나는 영성

숨과 영은 낮보다는 밤에, 빛보다는 어둠 속에서 잘 통하고 깊어진다. 다석은 이미 32세 때 "어둠이 분명 빛보다 크다"(저녁 찬송. 1,639)고 했다. "...참으로 넓고 큰 것은 빛 없는 캄캄한 곳이다...어떤 光明이 黑暗을 쫓는 것을 보았는가? 宇宙는 호대한 흑암이다...호대한 것은 흑암이요 광체는 미미한 것이다."(1,895)

햇빛은 물질을 밝히는 빛이므로 "대낮에 영원과 사귀겠다는 것은 허영이다...한낮의 밝음은 우주의 신비와 영혼의 속삭임을 방해하는 것이다...숨길은 밤중에야 잘 뚫린다."(빛. 버7 1,731) 밤을 없애면 영원과의 통신이 끊어진다.

태양의 밝음은 물질의 밝음과 힘이고 세상적 영광과 힘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어둠이다. 어둠 속에 떠오르는 새로운 태양이다. 세상 힘과 영광은 햇빛에서 온다. 십자가 죽음은 햇빛 꺼지는 어둠이다. 그리스도는 깜깜한 밤에 새로 뜨는 해다. 그리스도는 욕망과 허영, 미움과 분노의 해가 꺼지고 겸허한 빈 마음에 뜨는 해이다. 그리스도는 소외되고 그늘진 곳에 뜨는 해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