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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상 이야기/류영모

다석 류영모의 종교사상 3강(박재순)

by 마리산인1324 2006. 12. 15.

사단법인 함석헌기념사업회

http://www.ssialsori.net/data/ssial_main.htm

 

다석 유영모의 종교사상

 

3강, "하루살이 - 하루를 영원처럼"

- 식욕과 육욕에서 벗어나 몸 성히, 맘 놓이, 뜻(바탈) 태우는 삶 -

 

- 박 재 순 -

 

1. 하루를 영원처럼


다석은 일찍부터 오늘 하루에 집중하는 사상과 삶을 추구했다. 다석의 하루살이는 지금 여기의 삶을 존중하는 한국적 사유의 전통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석이 하루를 세기 시작한 것은 시편 "우리에게 날수를 제대로 헤아릴 줄 알게 하시고 우리의 마음이 지혜에 이르게 하소서."(시편90:12)에서 비롯된 것이고 마태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말씀 "내일을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날 괴로움은 그 날에 족하니라."(1,684)을 실현한 것이다.

 

유영모는 아침에 잠이 깨어 눈을 뜨는 것이 태어나는 것이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어 잠드는 것이 죽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르자면 하루 동안에 일생을 산다는 일일일생주의(一日一生主義)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하루살이'요 '오늘살이'다."(진다1, 288)

 

어제는 오늘의 諡號이고 내일은 오늘의 豫名일 뿐 있는 것은 오늘밖에 없다. 유영모는 오늘이 '오! 늘'이라고 보고 오늘 하루의 시간에서 영원에로 솟아오를 수 있다고 보았다. 시간을 타는 방법은 하나님을 그리워하는 길밖에 없다.(1,315)


2. 다석의 하루살이 모습


김흥호에 따르면 다석은 하루한끼, 새벽 일찍 일어나기(3시), 찬물 수건 몸 문지르기, 시간 약속 잘 지키기, 늘 걸어다니기, 늘 꿇어앉음을 실행했다. 경어쓰기, 남에게 잔 심부름 안 시키기, 한복입기, 시계 안 차기, 차 음료수 안 마시기, 얼음과자 안 먹기, 음식점 안 가기, 약 잘 안 먹기, 비싼 과일 안 먹기, 부채질 안 하기를 했다. 새벽에 일어나 한 시간 가량 몸을 푸는 체조를 했다. 마치 하루를 영원처럼 알고 하루가 일생인 듯이 살았다.

 

다석의 삶은 두루 통하는 삶이었다. 一食, 一仁, 一坐, 一言으로 꿰뚫린 삶이었다.(55.12,24) 다석의 삶을 꿰뚫는 도(道)는 "본성을 회복하고 지극한 정성으로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것"(復性寢恩 至誠坐忘)이다.


3. 금식과 일중식(日中食)


다석은 유대인은 금식을 자주 했고 인도인은 하루에 한끼 먹는 일중식을 했다고 한다. 금식이나 일중식은 모두 밥을 줄임으로써 육으로가 아니라 정신으로 살고, 저만을 위하지 않고 남을 위해 公과 全을 위해 살고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편안해져서 하늘의 뜻대로 신령하게 살자는 것이다.



일식

하나님이 몸을 우리에게 밥으로 주셨으니 아침은 내 몸을 하나님께 밥으로 드리고 점심은 이웃에게 내 몸을 밥으로 드리고 저녁은 나를 위해 밥을 먹는다면서 다석은 일일 일식을 했다. 다석은 삶의 7가지 원칙이 식사할애(食思割愛) "食物은 할애로만 보겠다."는데서 비롯된다(55.7.14)고 했다. 밥을 나누어 사랑을 베푸는 것을 삶의 기본원칙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다석은 먹고 남는 양식을 나누는 게 아니라 먹는 밥을 사랑으로 나누어 먹으려 한다. 사람마다 밥을 잘 먹으면 평화롭다. "사람마다 입(말)이 있다. 人口도 신(信)과 같은 믿을 信자다. 사람마다의 입이 밥(벼)으로 배가 부르면 평화롭다(和)."(진다1, 310)

창자가 비면 몸을 소중히 여기고 생명을 절실히 느끼며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간절히 그리워하게 된다. 굶주린 시간은 은총의 시간, 신령한 시간이다. 배부르면 목마르지만 배고프면 군침이 돌고 목마른 줄 모른다.


밥 먹음이 예배다

다석은 밥을 제물로 알고 밥 먹음을 예배로 안다. 밥 먹는 것은 "내가 먹는 것이 아니라...내 속에 계시는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다."(맙. 버39 1,857-60) 사람이 되면 "언제나 죽을 수...십자가에 달릴 수...제물이 될 수 있다. 인생의 목적은 제물이 되는 것이다...인생의 목적이 밥이 되는 것이기에 인생은 밥을 먹는 것이다."(맙. 버39 1,857-60) 하나님과 이웃에게 밥과 제물이 되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다.


굶어야 산다

다석은 밥 먹기에 대해 독특한 생각을 제시한다. 끼니는 끄니(끊이)라며 먼저 끊고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끄니(끼니)는 끊어야 하는데 잇기만 하려고 합니다. 끊는 것이 먼저이지 잇는 것은 나중입니다..."(진다2. 19) 다석은 우주자연세계도 사람도 탈이 나면 먹기를 끊고 몸과 마음을 곧게 해야 낫는다고 보았다: "큰 빈탕에도 큰 쓰림이 있느니라. 이것이 한늘의 한숨이다. 한늘이나 사람이나 탈은 고디를 직혀야만 곧힌다. 속이 쓰린 거시 낫도록 먹기를 끊는 거시 고디다."(55,11,1) 금식을 통해 병이 낫고 영이 충만해지고 정신이 살아난다.


은혜로 먹는다

밥은 약으로 먹을 뿐 아니라 은혜로 먹는다. 내가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내게 자격이 있어서도 아니고 내 힘으로 먹는 것도 아니다. 다석에 따르면 "...하나님의 은혜로 수많은 사람의 덕으로 대자연의 공로로 주어져서 먹는 것이다...돈은 밥의 가치의 몇 억분의 일도 안 된다...사람들이 수고한 대가의 일부를 지불하는 것뿐이다...(밥은) 순수하며 거저 받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다석은 밥과 말씀을 결합한다: "...밥에는 말씀이 있다...인생은 하나님의 말씀을 바칠 수 있는 밥이다...밥을 먹고 육체를 기르고 이 육체 속에는 다시 성령의 말씀이 영글어 정신적인 밥 말씀을 내놓을 수 있는 존재다...목숨은 껍데기요 말씀이 속알이다...밥은 제사드릴 때는 맙이라고 했다."( 맙. 버39 1,857-60)


4. 아름답고 깨끗한 삶


다석은 어제의 매임에서 벗어나고 내일의 염려에서 자유로운 오늘살이를 했다. 물욕과 명예욕에 물들지 않은 높푸른 하늘의 빈탕에서 살았던 다석의 삶은 건강하고 아름답고 깨끗했다.

 

1) 몸성히, 맘놓이 뜻 태우

다석은 영생보다도 '몸성히'를 감사한다고 했다. 몸이 성하면 마음이 놓이고 마음이 놓이면 개성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개성이 자랄수록 더 깊은 바탈을 느끼게 되고 "...자기의 바탈을 파고 들어가는데 인생은 한없이 발전해" 가며 "이 바탈을 타고 우리는 하늘에까지 도달"한다. 다석은 '바탈 타기'가 인생의 가장 즐겁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건. 1,793)

몸이 성하고 마음이 놓이면 바탈에서 생각을 하게 되고 생각하면 뜻이 타오른다. 뜻은 인생의 의미이고 목적이며 지향이다. 뜻이 타오르면 "...지혜의 광명으로 만물을 비추게 된다." 그런데 정신의 광명을 흐리게 하는 게 노여워하고 화내는 것(瞋 )이다. 그래서 다석은 "뜻 태워 만인을 살리는데 화가 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몸성히, 맘놓이, 뜻태우 버24. 1. 797-800)


2) 깨끗

다석은 깨끗을 깨어서 끝에 서는 것이라고 했고 더러움을 덜없음, 部分無라 했고 完全無를 깨끗이라 보았다. 거룩(聖)을 깨끗으로 보았다. "더럽은 것이란 덜 업은 것"이며 '덜업다'는 "덜림을 업고 있다"는 말이다. 물질은 덜리는 것, 닳고 소멸하는 것, 따라서 때묻고 더러워지는 것이다. "땅도 하늘도 덜 것이다. 덜 것은 다 덜어야 깨끗할 것이니 그것은 빈탕 밖에 무엇이랴? 빈탕은 맘이다."(제소리) 덜 것은 다 덜고 마음의 빈탕에서 사는 게 깨끗한 삶이다.

깨끗은 나.너, 생.사, 유.무를 초월한 삶이다. "깨끗은 나남없는 이제다...하루하루가 다 영원한 현재다. 오늘이 오!늘이다. 하루가 영원이란 말이다...생사를 초월한 사람은 깬 사람이요 끝에서 사는 사람이다...끝은 유무를 초월한 세계다. 생사를 초월하면 유무도 초월한다...저승에 깨어나 그 나라에 끝마침이 깨끗이다. 이 세상을 끝내고 저 세상을 사는 것이다."(말씀 버 46. 1, 885-888)

서러운 씨 을 섬기고 벗을 깊이 사귀는 깨끗한 삶의 원칙은 "그저 나므름 업시 제게로부터"(55. 9.11)이다. '그저' 군소리 없이, 변명이나 자기 정당화 없이 남을 탓하거나 나무람(나므름)없이 살아야 한다. 남에게 기대거나 남을 탓하면 지저분해진다. 남과의 관계에서 깨끗하려면 남에게 기대지 말고 남을 탓하지 말고 스스로 제 바탈에 힘입어 '제게로부터' 살아야 한다. 그것은 "언제나 불평불만없이 제 속에서 무한한 존재를 끄집어내는 것이다."(1, 166) '제게로부터', '스스로 함, '이것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다. 스스로 함이 자유와 평등의 기초다. 씨 처럼 낮아지고 참의 벗에게 활짝 열렸던 다석의 겸허하고 자유로운 삶은 하늘처럼 크고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 다석의 체조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두 다리를 나란히 앞으로 뻗는다. 1) 두 팔을 어깨 폭과 높이로 들어 올린다. 2) 두 팔을 어깨 높이로 가슴껏 뒤로 벌린다. 3) 두 팔을 안으로 오므려 굽히면서 두 손등끼리 몸통 앞뒤로 부딛친다. 4) 두 팔을 앞으로 뻗치면서 두 팔을 붙인 채 손바닥으로 위로 향하게 하여 밖으로 비튼다. 5) 그대로 머리 위로 손을 넘겨 두 손바닥으로 뒤 잔등을 소리나게 친다. 6) 두 팔을 앞으로 돌려 어깨 높이로 나란히 든다. 7) 허리를 굽히며 두 손을 뻗친 발바닥을 잡을 수 있도록 힘껏 엎드려 뻗친다. 8) 같은 자세로 한번 더 허리를 굽혀 두 손으로 각각 발바닥을 잡고 힘을 준다. 9) 허리를 바로 하며 두 손으로 앞으로 나란히 뻗는다. 10) 두 팔을 두 다리 위에 내려놓는다. 이상의 몸놀림을 30분 이상씩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해야 한다.(진2.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