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희망'이다 <1> 늦기 전에 햇빛 희망을 켜자(프레시안 071112)

 

<프레시안> 2007-11-12 오전 12:22:01

http://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30071111210639

 

 

"우리는 '파국의 회오리' 속에 들어갔다"

'햇빛'이 '희망'이다 <1> 늦기 전에 햇빛 희망을 켜자

 

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면서 에너지 문제가 연일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관심 속에는 '더 이상 잔치를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깊은 불안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런 관심이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유가가 몇 달러만 떨어져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잔치는 계속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단기적인 유가의 등락은 온갖 변수가 작용한 결과일 뿐이다. 더구나 석유가 아주 유용한 '투기' 대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더욱더 그렇다.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중ㆍ장기적인 유가의 추이이다.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2000년대 초 20달러대에서 불과 7년 만에 90달러대로 4배 가까이 올랐다. 등락을 거치면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온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른바 '석유 생산 정점(Peak Oil)' 사태의 도래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최근 부쩍 많아진 것이다. 낙관론을 견지하던 전문가들이 속속 비관론으로 돌아서더니 최근에는 아예 2006년에 석유 생산 정점을 지났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고유가에도 석유 생산량이 쉽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경고이다.      연초부터 큰 관심을 모은 기후 변화 경고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골칫거리다. 일부 불확실성을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인류가 지난 수백 년간 석유,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를 쓰면서 배출한 온실 가스가 우리별 지구의 균형을 깨는 데 일조하고 있음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행동을 해야 할 시점이다.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을 둘러싸고 갈수록 험악해지는 국제 정세는 어떤가?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여러 가지 진짜 이유의 맨 앞에 석유가 있다는 것은 이젠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러시아와 같은 새로운 자원 강국이 에너지로 국제 정세를 좌지우지하려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앞으로 이런 자원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더 심해질 것이다.      <프레시안>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창간 때부터 다각적으로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특히 올해 연초부터 '석유 제로(0) 시대를 그린다'와 같은 연재 기사를 통해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려는 국내외의 흐름을 자세히 소개하는 등 에너지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노력해왔다.      이 연장선상에서 <프레시안>은 시민발전(유), 대북에너지지원국민운동본부와 함께 '햇빛이 희망이다' 캠페인을 진행한다. 앞에서 열거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태양, 풍력 에너지 등 재생 에너지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있을 때 널리 확산될 수 있다.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한 주일에 세 번 재생 에너지 보급 운동에 함께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프레시안>을 통해 독자를 만난다. 성당, 학교, 창고 지붕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거나,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는 북한 주민에게 석유 대신 재생 에너지를 공급하자고 정부, 국민을 설득하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왜 햇빛이 희망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연말까지 계속되는 이 캠페인은 이번 대선에서 진짜 쟁점이 돼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대선 후보에게 환기시키는 역할도 하리라 믿는다. 이번 캠페인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시민발전 박승옥 대표가 첫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 과연 인류는 언제까지 '잔치'를 계속할 수 있을까? 인공위성에서 전 세계의 야간을 찍은 사진. 극심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어두운 한반도의 북쪽이 유독 눈길을 끈다. ⓒ프레시안

  내일도 보지 못하는 색맹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에만 가 있다. 이회창 후보의 세 번째 도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이명박 후보는 조만간 어떤 부정부패 사건으로 낙마하게 될지, 범여권 후보는 누구로 결정되고 과연 지지율이 조금이라도 올라갈 수 있을지 등.
  
  저잣거리 박포장기처럼 뻔했던 '대권 전쟁'에 이회창 후보가 막판 흥밋거리가 등장해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이미 한국에서 대선은 '민주주의의 축제'가 아니라 권력을 쟁취하려는 정치 공학이 난무한 '중우 정치의 장'으로 전락한 지 오래이다.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는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앞으로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자 하는지 각 후보의 정책을 꼼꼼히 따지고 그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는 일은 애초부터 실종되어 버리고 말았다. 사정이 이러니 정작 중요한 의제는 전혀 얘깃거리가 되지 않는다.
  
  오늘날 에너지 고갈, 식량 위기,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쓰나미는 바로 우리 코앞으로 몰려오고 있다. 대선 후보 가운데 이런 쓰나미 경보가 울렸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저 좌파니 우파니 하는 색맹들의 색깔 공방과 성장률 몇 %를 하겠다는 성장 경쟁만이 있을 뿐이다.
  
  민주노동당 후보의 에너지, 기후 변화 공약이 그나마 새로운 사회 변화로의 대안을 일부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후보 또한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언어의 구사로 성장 경쟁의 시류에 영합했다.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 '석유 생산 정점(Peak Oil)'이 지나면 석유 생산량은 하락한다. 그러나 중국, 인도가 주도하는 석유 소비량은 계속 늘어난다. 결국 석유 공급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지난 2007년 10월 17일에서 20일까지 미국 휴스톤에서 500명 이상의 전 세계 석유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세계석유회의에서 '석유 생산 정점(Peak Oil)'이 이미 2006년에 지났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회의는 대체로 앞으로 3, 4년 이내에 석유 생산 정점 사태가 도래할 것이라는 견해와 같은 비관의 견해가 주조를 이루었다.
  
  석유 생산 정점 사태는 공룡 멸종의 원인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는, 지금으로부터 약 6500만 년 전인 백악기 말의 혜성 충돌과 같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경천동지의 사건이 아니다. 이 점을 잘 헤아려야 한다.
  
  몇 년에 걸쳐 석유의 공급량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공급량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평평한 선을 그리거나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면 그제야 비로소 석유 생산이 정점을 지났음을 알 수 있게 된다.
  
  물론 고유가가 다시 석유 생산을 자극해서 생산량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석유가격이 오르는 데도 공급량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으며, 이른바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적어지고 그런 현상이 수년간 지속되면 그것이 바로 석유 생산 정점이다.
  
  석유 생산 정점 논의는 어떤 급격한 하강과 뇌관의 폭발과도 같은 거창한 굉음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대신 석유 생산 정점은 쓰나미처럼 소리없이 다가와 그 엄청난 괴력과 거대한 파도로 자본주의 석유 문명을 서서히 붕괴시킬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풍요는 다름 아닌 값싼 석유 덕분이었다. 세계의 모범이라고 칭송되는 압축 성장도 값싼 석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석유가 베풀어주는 호의호식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생각해보라. 가전제품부터 칫솔, 치약, 의약품과 각종 플라스틱 제품에 이르기까지 석유가 들어가지 않은 생활용품은 거의 찾을 수 없을 정도이다. 출퇴근을 할 때도 빌딩을 지을 때도 석유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심지어 우리가 먹는 음식의 90%가 석유이다. 우리는 지금 씨앗에서부터 비료, 농약, 논밭갈이와 가을걷이, 포장, 운송, 보관 등 모든 분야에 석유가 투입되는 석유 농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지금 석유 시대를 살고 있으며 자본주의 석유 문명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그 석유가 고갈되어 가고 있다. 석유뿐만이 아니다. 천연가스와 우라늄, 각종 천연자원도 고갈돼 가는 중이다. 석유 생산 정점과 각종 천연 자원 정점의 의미는 간단명료하다. 지금 같은 석유착취와 천연자원 착취 위에 세워진 자본주의 바벨탑은 전혀 지속불가능하며 곧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저 석유 고갈 사태는 없다고 거침없이 내뱉는 경제학자들이 있긴 하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지만 그런 사이비 경제학자 때문에 사실상 경세제민의 경제학은 이미 숫자더미에 파묻혀 죽어버리고 말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에게 미래를 주는 것은 우리 자신들이다!
  
  우리에게 내일이 있을까. 우리에게 미래가 있을까. 과연 우리는 자신의 아들딸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들딸들의 미래에 대해 진정으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일까.
  
  석유 생산 정점 논의를 처음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거 뭐, 내가 살아 있을 때는 어쨌든 괜찮다는 얘기군요" 하는 반응을 보인다. 아마도 얼마 후 이런 반응을 보였다는 것을 우리의 손자 손녀들이 안다면 할아버지 할머니의 귀싸대기를 후려치고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석유 생산 정점과 같이 장기간에 걸쳐 지루하게 펼쳐지는 위기에는 만성이 되는 경향이 있다. 잊고 사는 게 정신 건강에도 좋기 때문이다. 긴장의 연속이란 사람을 피곤하게 하고 탈진하게 할 뿐더러 생활 자체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같은 사건에는 큰 충격을 받고 무엇인가 바꾸려고 하지만 말이다.
  
  또 사람들은 미래를 대개 낙관하는 경향이 있다. 비관하면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에이 석유 말고 다른 대체물이 있겠지' 하는 기술낙관주의도 중요하게 한몫을 한다.
  
  그러나 석유 생산 정점은 이 모든 기술 낙관주의나 만성 석유 중독증을 소리없이 배반하는 무덤으로의 행진 서곡이다. 무엇보다도 석유 생산 정점은 단지 석유가 고갈되고 생산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석유 생산 정점의 공급 수요 곡선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모든 분야의 근본에서부터 붕괴를 알리는 나팔소리이다.
  
  지금의 자본주의 세계 경제는 어는 한 나라의 금융시장이 무너지면 바로 다른 나라 경제의 목줄을 졸라맨다. 그만큼 세계 경제는 상호 긴밀하게 도미노처럼 붙어서 있다. 그래서 미국 월가의 기침소리는 순식간에 동아시아와 동남아의 곡소리로 변한다. 때문에 석유 생산 정점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자본주의 산업 문명은 더 이상 지속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색맹인 대선 후보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어보아야 거기서 석유가 펑펑 흘러나올 리 없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맹점이 극대화된 지금의 대선에서 의미 있는 미래사회의 의제, 의미 있는 지도력이 도출될 리도 없다.
  
  때문에 결국 길은 하나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누군가에게 기대할 수 없다면 못나고 별 볼일 없는 장삼이사의 우리들 스스로 우리 길을 마련하고 찾아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의 미래를 우리 스스로 개척하는 길 이외에 달리 길이 없다. 지속 불가능한 석유 문명의 붕괴를 예견하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공동체의 건설, 지속가능한 새로운 햇빛경제의 재기획을 우리 스스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광주 남구 행암동 신효천 마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다. 총 64가구가 사는 이 마을에는 집집마다 2.1㎾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프레시안

  우리는 햇빛 경제 손전등을 켜야 한다!
  
  석유 생산 정점과 동시에 도래하는 것이 식량 위기이다. 사실 농약의 사용은 제2차 세계 대전이 낳은 결과 가운데 하나였다. 194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농업에 농약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산더미처럼 엄청나게 쌓여 있던 군사용 화학무기들이 곧 농약과 샴푸 등으로 개발되어 논과 밭, 그리고 사람 몸에 뿌려지기 시작했다. 비료와 함께 농약이 뿌려지면서 식량 생산량은 2.5배에서 3배까지 늘어났다. 그리고 세계 인구도 65억 명으로 늘어났다.
  
  당연히 석유가 고갈되면 식량 생산은 줄어든다. 때문에 끔찍한 식량파동, 식량위기는 필연이다. 우리는 이런 석유정점, 식량정점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며, 지역 공동체의 복원과 함께 에너지와 식량의 자급자족 체제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경이로운 햇빛에너지의 축복이다. 우리는 이런 축복의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생태순환의 지속가능한 경제는 우선 햇빛에너지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새로운 햇빛경제는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폐기하고 해, 바람, 물, 바이오매스 등 재생가능 에너지에서부터 출발한다. 재생에너지는 이제 선택사항이 아니다. 재생에너지는 필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민ㆍ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의 돛이 펼쳐진 지 이미 몇 해가 지났다. 민간에서 재생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면 국가가 15년 동안 의무 구입하는 '발전 차액 지원 제도'도 이제 막 활성화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은 환경 파괴를 막고 기후 변화에도 대처하는 사회 책임 투자의 전형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확대 보급 초기 단계부터 불도저에 의해 산과 논밭의 살갗이 벗겨지는 끔찍한 비명 소리와 함께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대규모 햇빛 발전소 건설이 무슨 유행처럼 건설되고 있다. 환경을 살리자는 햇빛 발전이 도리어 환경을 죽이고 있는 셈이다. 햇빛 발전소는 맨땅이 아닌 지붕에 설치해야 한다.
  
  이런 부작용을 척결하기 위해서도 이제는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시민들이 미래를 설계하고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시민들이 지금 당장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단지 소리만 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 노동력이 응축된 자신의 자본을 투자해 시민햇빛발전소, 시민바람발전소를 세워야 한다. 시민 발전 운동은 때문에 지속 가능한 현재와 미래에 대해 동시 투자를 하는 사회 책임 투자이면서 또한 지속 불가능한 현재와 미래에 맞서 싸우는 동시 투쟁이다.
  
  시민 참여는 어둠을 밝히는 햇빛 경제 촛불이다. 아니 촛불은 파국의 회오리 속에서는 금방 꺼지고 말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예 손전등을 들고 나와 손에 손 맞잡고 이 어둠과 회오리 속을 헤쳐 나가야 한다.
  
  깨어 있는 유권자여,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투표하자! 시민 발전 운동에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자신과 우리의 자식들에 대한 투자이다!

	박승옥/시민발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