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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햇빛'이 '희망'이다 <2> 에너지, 알고 쓰자!(프레시안 071114)

by 마리산인1324 2008. 1. 27.

 

<프레시안> 2007-11-14 오전 8:12:03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30071113191146

 

 

"태평한 당신…부안을 벌써 잊으셨습니까?"

'햇빛'이 '희망'이다 <2> 에너지, 알고 쓰자!

 

 

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면서 에너지 문제가 연일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관심 속에는 '더 이상 잔치를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깊은 불안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런 관심이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유가가 몇 달러만 떨어져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잔치는 계속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단기적인 유가의 등락은 온갖 변수가 작용한 결과일 뿐이다. 더구나 석유가 아주 유용한 '투기' 대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더욱더 그렇다.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중ㆍ장기적인 유가의 추이이다.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2000년대 초 20달러대에서 불과 7년 만에 90달러대로 4배 가까이 올랐다. 등락을 거치면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온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른바 '석유 생산 정점(Peak Oil)' 사태의 도래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최근 부쩍 많아진 것이다. 낙관론을 견지하던 전문가들이 속속 비관론으로 돌아서더니 최근에는 아예 2006년에 석유 생산 정점을 지났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고유가에도 석유 생산량이 쉽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경고이다.
  
  연초부터 큰 관심을 모은 기후 변화 경고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골칫거리다. 일부 불확실성을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인류가 지난 수백 년간 석유,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를 쓰면서 배출한 온실 가스가 우리별 지구의 균형을 깨는 데 일조하고 있음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행동을 해야 할 시점이다.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을 둘러싸고 갈수록 험악해지는 국제 정세는 어떤가?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여러 가지 진짜 이유의 맨 앞에 석유가 있다는 것은 이젠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러시아와 같은 새로운 자원 강국이 에너지로 국제 정세를 좌지우지하려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앞으로 이런 자원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더 심해질 것이다.
  
  <프레시안>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창간 때부터 다각적으로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특히 올해 연초부터 '석유 제로(0) 시대를 그린다'와 같은 연재 기사를 통해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려는 국내외의 흐름을 자세히 소개하는 등 에너지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노력해왔다.
  
  이 연장선상에서 <프레시안>은 시민발전(유), 대북에너지지원국민운동본부와 함께 '햇빛이 희망이다' 캠페인을 진행한다. 앞에서 열거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태양, 풍력 에너지 등 재생 에너지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있을 때 널리 확산될 수 있다.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한 주일에 세 번 재생 에너지 보급 운동에 함께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프레시안>을 통해 독자를 만난다. 성당, 학교, 창고 지붕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거나,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는 북한 주민에게 석유 대신 재생 에너지를 공급하자고 정부, 국민을 설득하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왜 햇빛이 희망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캠페인을 위해 부안의 에너지 전환을 꿈꾸는 '(사)생명평화마중물' 대표를 맡고 있는 문규현 신부가 글을 보내왔다. 문 신부는 원자력(핵) 에너지 대신 햇빛 에너지를 선택한 부안 주민의 행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시민을 향해 제안한다. "에너지, 주는 대로 쓰지 말고, 알고 제대로 쓰자!" <편집자>
  
  ① "우리는 '파국의 회오리' 속에 들어갔다"

  
▲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을 놓고 정부와 갈등을 빚었던 부안 주민은 2003년 7월 26일부터 1년 5개월간 촛불 집회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부안을 기억하십니까?
  
  '핵 폐기장 반대!' 구호 하나로 2003년부터 2년이 넘는 기간을 국가 폭력에 맞서 피와 눈물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서해안 조그만 지역 말입니다. 국책 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강요된 핵 폐기장 유치에 맞서, 그저 작은 촛불에 의지하여 저항하던 그 촌사람들 말입니다. 태풍 매미의 거센 비바람도, 엄동설한 눈보라도 그 촛불들이 피우는 희망을 꺼뜨릴 순 없었습니다.
  
  주민들은 스스로 추진한 주민투표를 통해 핵 폐기장 유치 반대를 압도적으로 확인시켰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후에도 그 가치와 의미를 애써 폄하하며 2년이 넘도록 핵 폐기장 악령으로 부안을 괴롭혔습니다. 아닌 밤중 홍두깨마냥 평화롭던 한 지역을 초토화시키던 정부였지만 결국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지금껏 어떤 공식적인 사과도 책임도 지고 있지 않습니다. 지역 경제는 바닥났고, 주민은 그 상처와 후유증으로 지금껏 앓고 있습니다.
  
  부안이 간절히 원한 것은 '생명과 평화'입니다. 이 소중한 가치를 지키고자 커다란 희생을 치른 것입니다. 부안 주민은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주장했습니다. 전기 생산을 대형 화력, 원자력 발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이 나라의 에너지 정책을 바꾸자고 말입니다. 20년 가까이 안면도, 굴업도, 부안으로 이어지는 격렬한 주민 저항, 그리고 영덕, 울진, 영광 등 전국을 떠돌며 주민을 괴롭히고 지역 갈등을 일으켰던 근본적인 원인이 에너지 정책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핵 대신 햇빛을 선택한 부안
  
  부안의 지붕 위에 태양전지판을 올리고 있습니다. 부안 주민은 핵 폐기장 반대를 뛰어넘어, 스스로 외쳤던 구호와 대안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전향적 에너지 정책에 여전히 눈 감고 귀 막고 있는 정부를 탓하지만 않고, 스스로 에너지 전환을 향한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에만 태양광 주택 보급 사업에 30여 가구가 참여했습니다. 주민들이 참여하고 출자하여 시민 햇빛발전소를 4군데 세웠으며, 계속 넓혀가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그저 소비할 목적으로 쓰는 에너지가 아닙니다. 지속 가능한 삶,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과 평화의 공동체'를 향한 자립 에너지입니다.
  
  핵 발전은 그 자체로 반 생명, 반 평화적인 것입니다. 전기를 생산하기 위하여, 불과 몇 십 년의 편리함을 이유로 세상의 조화로움을 망가뜨리는 것입니다. 그 대가로 지구상 생명체를 위협하는 방사능이라는 절대적인 위험을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툭하면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이 유출되었느니, 가동이 중지되었느니 하는 소식을 접합니다. 그 뉴스들은 한결같게 공포와 불안과 두려움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두려움 없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을 찾아야만 합니다. 우리가 후대에게 넘겨줄 것이 자신들이 쓰다 남긴, 수백, 수천, 수만 년을 가야 사라지는 공포의 핵 페기물이란 것은 참으로 부끄럽고 후안무치한 행태입니다.
  
  세상은 약탈과 개발만이 살 길이라 외치는 듯합니다. 전 세계 에너지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석유를 보십시오. 불과 40년 정도면 고갈될 지경입니다. 핵 발전 원료인 우라늄 역시 50년 남짓 남아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유한한 에너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며 현대 사회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들 자원이 한정되고 한계가 있는 것이기에 각국은 에너지원을 차지하려 안간힘을 씁니다. 때론 자본을 앞세우기도 하고, 때론 무력을 앞세워 전쟁까지 불사합니다. 비윤리적이고 부당한 강대국의 에너지 약탈에 수많은 나라의 민중들이 무고한 희생을 치루고 있습니다.
  
  알고 제대로 쓰자!
  
  햇빛과 바람은 우리들에게 청구서를 보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역 기업을 키워내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우리는 먼저 태양에 주목합니다. 석유를 만든 것이 다름 아닌 태양이기 때문입니다. 태양은 수억 년 전에 지구상에 식물을 자라게 했고, 이러한 동‧식물이 땅에 묻혀 엄청난 압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화석연료라 부르는 석유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결국 우리가 쓰고 있는 에너지들이 태양으로부터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쓰면 사라지고 고갈되는 에너지가 아니라, 쓰고 또 써도 여전히 무한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에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공생과 평화의 에너지를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태양은 소수가 독차지할 수 없습니다. 햇빛은 온 세상에 골고루 빠짐없이 비칩니다.
  
  햇빛뿐만이 아니라 바람과 바이오매스, 지열과 물의 힘을 이용한 소수력, 조력 등도 있습니다. 그것들은 화석연료나 원자력처럼 한두 가지 에너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고장과 지역 특색에 맞추어 전력을 생산하고 발전전략을 짤 수 있게 합니다.
  
  석유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껑충껑충 뛰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규제 등으로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발상과 패러다임 전환 없이 기존 전력 구조에 구색 맞추기 식으로 진행되는 재생 에너지 정책은 성공 가능성이 없습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신ㆍ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은 시대정신을 담아야 합니다. 재생 에너지에 담겨 있는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전해야 하는 것입니다. 에너지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의 핵심 의제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주는 대로 써라!'가 아니라 '알고, 제대로 쓰자!'고 설득해야 합니다.
  
  우리 부안 주민은 잘 몰랐던 시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소비하며 살았던 전기가 핵 폐기장 악령으로 되돌아왔던 아픈 기억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무지하고 그릇되었던 생활 태도를 뼈아프게 고백하고 반성합니다. 그래서 시민발전이라는 작지만 의미 있는 걸음을 떼었고, 그 다짐을 계속 이어가려 합니다.
  
  부안에 이미 세워진 시민 햇빛발전소 4기, 그 뒤를 이어 본인이 대표로 있는 (사)생명평화마중물 부안 교육관 지붕 위도 태양전지판으로 덮습니다. 생명과 평화의 기운 넘치는 우리 사회에 대한 간절함으로 이렇게 끊임없이 대안을 모색하고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정부가 해주길 바라고 다른 누군가가 대신 나서주길 바라지 않고, 우리 스스로가 희망이 되고자 합니다. 이 길에 더욱더 많은 벗들이 응답하리라 믿습니다.
  
  (부안 시민햇빛발전소 건설에 동참하실 분들은 부안시민발전소로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부안시민발전소 소장 이현민 : 016-381-0518)
   
 
  문규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