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 19, 괴산군청 홈페이지>
창조적 모방
남자 둘이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마을을 떠나 숲속을 지나가려 할 때 "곰 출현! 위험!"이라는 표지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둘 중에 한 명이 땅에 주저앉아 신발 끈을 질끈 동여매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보곤 옆에 있던 친구가 "자네, 곰이 얼마나 빠른 줄 알아? 아무리 뛰어도 곰에게 잡히고 말걸!"하며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습니다. 묵묵히 신발을 단단히 묶은 친구는 일어나서 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알아. 그러나 너보다 빨리 뛰면 돼!?”
경영학에서 말하는 ‘벤치마킹’(bench―marking)에 대한 예화입니다. 벤치마킹의 핵심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메시지입니다. 혹자는 ‘베낀다, 복사한다’는 의미를 가진 copy에 대해, 창의적으로 copy하면 벤치마킹(bench―marking)이 되나, 단순한 모방의 차원에서 copy하면 이미테이션(imitation)에 불과하게 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영어의 다의적 용례로 보아 지식이 짧은 저로서는 단언적으로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모조’와 ‘모방’이라는 우리 말은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하다고 보여지는데, ‘모조’는 하나를 모델로 그와 똑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지만, ‘모방’은 하나를 모델로 그와 유사한 형태를 만드는 것이라는 겁니다. 어쨌거나 벤치마킹은 ‘모조’와 달리 ‘모방’과 유사하게 쓰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심지어는 이런 말까지 있습니다. “내가 하면 벤치마킹이고 남이 하면 모방이다...” 꼭 이런 말같죠...?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
이렇듯 장황하게 언어의 뜻풀이를 하는 이유는 오늘의 주제가 바로 ‘벤치마킹’이기 때문입니다. 국어사전에는 이 벤치마킹(bench―marking)에 대해 “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업체의 제품이나 기술, 경영 방식 등을 면밀히 분석하여 자사의 경영과 생산에 응용하는 일”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영학에서 말하는 차별화지향의 모방전략(Second-but Better)입니다.
이런 벤치마킹을 음성군이 대대적으로 하겠다는 소식입니다. 평소에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사안인데, 음성군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모방하여 정책을 입안하겠다는 것입니다. 허를 찔린 느낌이지만, 일단 1월 18일 17시 30분에 <중부매일>에 실린 글을 보겠습니다.
(((음성군은 군정시책의 비교분석 및 혁신적 군정수행을 위한 자치역량을 강화하고 경쟁우위 확보방안으로 전국지자체 벤치마킹 담당제를 운영키로 했다.군은 전국 249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과·소와 읍면은 광역자치단체를,업무분야별 담당과 팀 단위는 기초자치단체를 맡아 벤치마킹에 돌입했다.실제 서울특별시의 경우는 기획감사실과 상하수도사업소가, 부산광역시는 문화공보과와 공영개발사업소가 지정돼 있으며, 서울시 종로구는 정책기획담당이, 광진구는 공보담당,경기도 고양시는 음성읍 총무담당이 벤치마킹을 실시하게 된다.
벤치마킹 방법으로는 연중 수시 담당 지자체 홈페이지 및 관련사이트를 방문해 우수사례를 수집하는 사이버 벤치마킹과 전화·메일·팩스 등 해당지자체와 상호연락 및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담당 지자체를 직접 방문해 자료수집 등 현장 벤치마킹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벤치마킹 대상은▶담당 지자체 홈페이지 구축 및 운영실태▶시도 및 시군구정의 역점시책 ▶홍보전략 및 이미지 제고사업 ▶기업체 유치전략 및 지원사항 ▶지역문화예술행사 및 축제 운영실태 ▶지역경제 활성화시책 및 방안 ▶자주 재원확보 및 경영수익사업 ▶지방행정 혁신사례 및 우수사례 ▶시민의식 선진화운동 추진사례 ▶기타 군정발전에 접목시킬 수 있는 시책 및 사례 등 행정 전반의 분야를 총 망라하고 있다.
사이버 벤치마킹은 1일 1회 수시 접속 방문해 자료를 검색하고 현장방문 벤치마킹은 해당 부서별 자체계획을 수립해 연 2회 이상 벤치마킹팀을 구성해 비교견학과 자료수집 활동을 통해 타시군 우수시책과 사례를 발굴·분석한 뒤 매주 개최되는 혁신토론회를 거쳐 채택여부를 신속히 결정해 군정에 반영할 방침이다.한편 첫 벤치마킹은 19일 문화공보과에 유명축제 비교견학을 위한 산천어축제 벤치마킹을 실시할 계획이다.)))
창조는 벤치마킹/모방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벤치마킹/모방을 통해서 얻어지는 강점을 최대화시키고, 알게 되는 자신의 약점을 상쇄함으로써 최고의 경쟁력을 획득해야 합니다. 결국 벤치마킹/모방은 변장이 아니라 탁월한 전략입니다. 대신에, 이런 모방전략에 가장 필요한 것은 형식을 차용하는 것만 아니라 정책의 기본적인 이념과 철학과 장기계획 등의 내용을 모방함으로써 고유의 ‘자기 것’을 만들어가는 일일 것입니다.
이제 우리 괴산군도 전방위적인 벤치마킹/모방의 단계에 온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시행되어 온 훈습과 구습을 탈피하여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개발하는 일, 이보다 귀하고 중요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왠 모방이냐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나오지도 않는 창의적 발상만 기다리고 언제까지나 앉아있어야 하겠습니까...?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해야 합니다.
물론 음성군을 따라서 한다는게 부끄럽고 민망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시작에 있어서는 그럴 수 있어도 결과는 다르게 나오기 마련입니다. 얼마나 체계적으로, 조직적으로 준비하여 시행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괴산군의 상황과 처지에 맞는 정책들을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탁월하다 싶은 것을 철저하게 그리고 창의적으로 모방하면 됩니다.
저로서야 대대적인 벤치마킹을 권하고 싶지만 정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부분적이라도 시행하길 기대합니다. 예컨대, 괴산군이 맞닥뜨리고 있는 지역경제활성화, 농업/산업의 구조개선책, 관광정책 등의 경우에 한해서라도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럼으로써 기존의 전략적인 정책과 결부하여 정책을 세워가노라면 작금의 침체와 허탈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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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산군청 답변 / 기획감사실
귀하께서 보내주신 의견 잘 검토하였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벤치마킹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고, 서로의 자치단체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붐인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괴산군에서는 분야별, 실과별로 신규 시책이나 기술,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할 경우 해당 자치단체에 대한 벤치마킹을 실시하고 있고, 선진사례에 대하여 발표하고,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시책사업 발굴 벤치마킹 경비도 예산에 반영하였습니다.
다만, 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이며, 지속적인, 질적으로 우수한 벤치마킹이 될 수 있도록, 벤치마킹 운영상황을 재진단하고, 범위와 규모, 정보공유, 채택여부 등을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보완하여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일자 : 2006-0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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