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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01536

 

 

1% 성공 사례로 귀농을 말하지 마라
[주장] 귀농한 청년이 본 농림부의 귀농정착지원안
09.04.03 14:11 ㅣ최종 업데이트 09.04.03 14:18 임준연 (withsj)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발표한 '09 귀농정착지원 추경(안)이 4월1일 발표되었다.

언론에서는 이 내용을 보고 '귀농희망자 2억까지 융자' 혹은 '2억까지 지원', '귀농정착자금 2억'이라고 제목을 뽑아 보도했다.

 

기자들은 단어선택에 유의해야 한다. '지원'보다는 '융자'라는 말이 정확하고, '정착자금'이 아니라 '영농사업, 창업을 위한 융자'라고 해야 맞다. 서민들이 관심을 가질 이런 정보는 정확성이 생명이다. 이런 보도 때문에 관공서 담당자는 불필요한 전화를 받을 수도 있고, 실직에 비관하던 사람들은 쓸데없는 희망을 품게 될 수도 있다.

 

정부의 귀농정착지원 추경안을 보면서 30대의 나이에 시골로 들어와 농업인대상의 사업지원을 하고, 귀농정책에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귀농정착지원 '왜' 하는 것인가

 

  
귀농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 이종락
귀농

첫째, 추진배경이 모호하다. 자료에는 그 대상을 교육수준이 높고 일정한 자산을 보유한 40대 50대로, 도시에서 시골로 이주를 원하는 가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정책이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다. 이들은 지원정책의 혜택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자신이 원하는 사업을 농어촌에서 펼치고자 하는 이들은 정보력도 강하고 자본에 대한 투자감각이나 경영능력도 충분히 있어서 이미 국가, 지자체의 농림사업의 지원과 융자에 대한 내용을 잘 알고 있다.

 

농촌의 실정을 잘 모르는 귀농자들을 생각한다면, 정착지원부분에서 융자부분은 매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금의 지원책은 이미 농업인들이 이용했고, 실패를 거듭한 정책의 하나다. 빚더미에 올라서 더 이상 수익이 나지 않는 자신의 화려한 건물이나 시설을 바라보는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다.

 

실제로 내가 사는 고장에도 빈 축사와 하우스가 널려있다. 정책입안의 정점에 있는 높으신 분들은 보통 1%뿐인 성공한 사례만 보고 그 사례를 전체로 착각하고, 그 방법을 고집한다. 그들은 현재 농업 현실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농업은 개방을 기점으로 급속한 하락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는 농촌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농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이들 조차도 미래에 대해서 낙관하지 못한다. 투자에 대한 위험성도 크다. 불규칙한 도소매 가격과 여러 단계의 중간상인을 통한 가격차이. 외국산의 국산혼용과 농산물의 신뢰 하락 등이 요즈음 농민이 당면한 문제이다. 쌀을 비롯한 대부분의 농산물이 수입개방의 길로 들어섰다. 앞으로 경쟁에서 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 될 것이다.  기껏 경운기에 호스연결해서 약을 치는 소농과 드넓은 평야에서 비행기를 이용하는 곳에서 나오는 농산물과 경쟁이 가능할 수 있을까?

 

정부의 농업 정책 대상자는 자본력은 없지만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고 아이들이 흙에서 뛰놀기를 희망하는 젊은 가족들이 되어야 한다. 그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거주지가 '반'이다

 

  
▲ 귀농에는 경제적 개념보다 철학이 필요하다 귀농한 농부가 집터를 닦는 모습
ⓒ 이종락
집짓기

둘째, '귀농인의 집'관련 정책이다. 귀농귀촌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 주거지확보이다. 내 경우에도 아는 이의 빈집을 얻은 덕택에 시골에 내려와 사는 계획이 빨리 실현될 수 있었다. 귀농희망자들의 설문 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귀농희망자들이 거주지가 마련되면 귀농에 연착륙할 수 있다.

 

내가 사는 전북 진안군의 경우 현재 7개소에 귀농인의 집이 있다. 집을 고쳐주는 비용을 지원해 준다하니 희망하는 마을이 많아  심사를 통해서 선정이 이루어 졌다. 이를 전국에 확대하는 부분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자료를 보니 농림수산식품부에서 100여개소의 귀농의 집을 계획하고 있다. 터무니없는 계획이다. 아마도 형평성을 위해 군 단위에 하나씩 배정할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사업이 실행되는 곳은 한 면에 속한 마을이 된다. 무엇보다도 도시인이 바라보는 귀농적지와 행정에서 선택하는 곳이 다를 가능성이 크며, 자신이 원하는 곳에 있지 않은 귀농인의 집은 거의 마을회관이나 (집주인과 관계된)별장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해야 겠다면, 진안군에서 2년간 운영이 되었으니 이용사례를 조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 하나는 시골에서 삶을 위한 교육부분이다. 평생을 마트에서 포장지에 든 농산물만 먹던 사람이 시골에 가서 산다는 것은 적어도 자기 먹을 것은 자기가 재배해서 먹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농사체험은 사실 도시근교의 주말농장이면 족하다. 이 경험을 기반으로 면적을 차차 조금씩 넓히면 별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정책자료에 의하면 교육부분은 무려 50억이 넘는 돈이 투자되는데 이의 반이 넘는 부분이 농산업 인턴제도에 투입된다.  750인의 인턴을 뽑아서 120만원씩 6개월을 지원해 준다는데, 과연 어떤 가족이 120만원을 보고 이주를 결정할지 의문이다.

 

지역 자치단체의 행정인턴모집도 미달이 되어 난리인 판국인데 생전 처음 해보는 농업인턴이라니 과연 지원자가 그만큼 있을지 의문이다.(전국 750명이니 채워질 것 같기는 하다. 다만 몇 지역으로 지원자가 몰릴 것이 뻔하다.) 적절한 농장의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 질 것인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지금 나온 정책은 이미 농업부분에 시행되거나, 지자체 별로 시행하는 정책 중에 '그럴듯한'것들을 조합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이는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각 지자체 사례 발표회 때 나왔던 내용들을 조합한 듯 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과연 주체는 누구이고, 화두는 무엇인가

 

일단은 귀농인에 대한 명확한 정의부터 내려라.  정부가 생각하는 귀농과 우리가 생각하는 귀농인과는 너무 거리가 있다. 적어도 인간극장 등에 나온 유명 귀농인들의 사례라도 보고 그들이 가진 생각과 지금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 있는 카페라도 가입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네들의 생각과 행동에 동조할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하다.

 

도시에서 사업하던 사람이 농촌에 내려와 사업하는 것을 귀농이라 할 수는 없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 순수한 농업인들만 죽이는 일이다. 귀농운동과 귀농이 가진 의미를 탐구하고 이에 맞는 정책의 조율이 절실한 시기이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된다면, 그들은 기꺼이 그 꿈을 실현하려 노력할 것이다.

 

실제 귀농희망자가 귀농으로 이어지는 경로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자기가 아는 사람, 주변 자연환경, 지자체의 지원 등이다.  귀농은 '경제'가 아니라 오히려 '철학'에 가깝다. 귀농은 인간의 삶은 자연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음을 알고, 지속가능한 농사와 주거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꿈꾸는 삶이다. 이런 꿈의 실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귀농학교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곳에서 이야기하는 주제는 항상 삶에 대한 철학이었지 경제였던 적이 없다. 경제를 논하려면 산업을 근간으로 하고 인구도 많은 도시가 유리하다는 것은 학교 안 다니고 집에서 공부하는 우리 동네 중학생들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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