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소득 감소, 농촌 인구의 고령화, 농산물 수입 확대, 1㏊ 안팎의 소농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업 구조, 빈발하는 식품안전 사고…. 한국의 농업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일본의 농업은 어떻게 이러한 문제들을 고민하고 해결해나가고 있을까. 대산농촌문화재단(이사장 정태기)의 후원으로 농촌체험마을지도자 등 농업인과 농업 관계자 20명이 지난 9월30일~10월7일 일본의 농업·농촌 현장을 둘러보고 국내 농업에의 접목 가능성을 타진했다. 일본 농업의 현장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해야 팔린다=10월1일 오전. 가나가와현 하다노시에 위치한 도시형 농협인 하다노시농협의 파머스마켓. 작은 장바구니에 대파, 시금치 등을 가득 담은 카지야마 미사에씨(54)가 그날의 반찬거리를 고르고 있었다. 카지야마씨는 “50분 거리에 있는 오다와라시에서 한달에 두번 이곳 파머스마켓을 방문하고 있다”며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멀지만 파머스마켓을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지금 안전·안심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들은 안전하고 믿을 만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자들도 생산이력이 있는 신선한 농산물을 더 많이 찾고 있다.
하다노시농협 파머스마켓은 생산농가가 직접 가격을 매겨서 매대에 진열하고 판매한다. 아침에 수확해 바로 판매장으로 가져온 농산물이다. 파머스마켓에서 판매하는 농산물은 생산자와 생산이력이 기록돼 있다. 하다노시농협 파머스마켓에 꽈리고추를 전시·판매하고 있던 농업인 마끼시마 요오꼬씨(60)는 “1.1㏊ 정도의 농지에서 꽈리고추 등 채소를 친환경으로 재배해 매일 조금씩 수확·판매하고 있다”며 “파머스마켓을 통해 농사짓는 재미를 충분히 맛보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이바라기현 쓰쿠바시에 위치한 농산물 직매장 ‘미즈호노무라’. 이곳에 출하하는 40명의 출하농가는 친환경재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판매되는 농산물에는 생산자와 생산이력이 붙어 있다. 미즈호노무라에 출하하는 젊은 농업인 아이다 켄이치씨(34)는 “친환경으로 재배한 쌀과 오이 등을 출하해 연간 약2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내가 생산한 농산물에 직접 값을 매겨 판매하고 있어 아주 만족스럽다”고 자랑했다.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는 직거래=일본에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직거래가 활성화돼 있다. 직거래에는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와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비싼 값을 주더라도 사 먹겠는다는 소비자 상호간의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다. 미즈호노무라를 운영하고 있는 하세가와 히사오 사장은 “농산물의 생산과 판매가 유기적으로 이뤄지려면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다노시농협 파머스마켓은 농협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시켜주는 경우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650명의 출하농가가 연간 9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다노시에 살고 있는 이케야씨(70)는 “지역에서 생산한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어 파머스마켓을 매일 이용한다”고 말했다.
또 미즈호노무라처럼 개인이 뜻을 갖고 상설 직거래장터를 마련한 경우도 있다. 생산농가 40명과 소비자회원 1만명이 이 직매장을 이용하고 있다. 미즈호노무라에서 채소를 구입한 타자와 히카코씨(45)는 “이곳 농산물이 일반 슈퍼나 가게보다 30%정도 비싸지만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 금방 알 수 있고 품질이 좋아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기준 연매출 54억원의 소규모지만 농가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하는 직거래장터로 자리잡은 것이다.
또 다른 형태의 직거래로 외식업체가 직접 유기 식자재 생산에 나서면서 생산자와 손잡은 ‘와타미(和民)농장’은 눈여겨볼 만한 사례다. 유기농 외식업체로 입소문을 타면서 일본 전국에 600여개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외식업체인 ‘와타미’는 지난 2002년부터 전국 7곳에서 유기농농장(와타미팜)과 목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체인점의 식재료 중 30%를 생산해 직접 공급하고 있다. 나머지 40~50%의 식재료는 200여명의 친환경재배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조달하고 있다.
와타미의 농업부문 CEO 다케우치 사토시씨(48)는 “직영농장과 계약재배를 통해 공급되는 식재료는 안전하다는 고객들의 신뢰가 쌓여 와타미가 인기를 얻고 있다”며 “안전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직거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바·이바라기=유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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