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농촌은 경영 규모 1㏊ 안팎의 소농이 대부분이며 65세 이상 고령농이 전체 농가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일본의 농업·농촌이 지역사회에서 당당한 활력소로 작용하는 곳이 있다.
◆문화를 파는 도로변 휴게소=일본에선 국도변에 자리 잡은 휴게소를 ‘미치노에키(國道의 驛)’라고 한다. 각 지역의 미치노에키에는 농산물 직매장·농사 체험장·온천·가공공장 등 특색을 띤 다양한 시설이 있다. 전국적으로 860여곳이 있는데 지자체나 정부에서 건물을 짓고 민간이 운영한다.
미야기(宮城)현 오사키(大崎)시에 있는 아라다테 미치노에키. 근처에 유명한 온천을 끼고 있다. 이곳에는 하루 평균 1만명이 다녀가고 연 매출액은 130억원에 이른다. 이곳의 사토 신이치(佐藤仁一·57) 사장은 “우리 미찌노에키는 단순히 물건만 파는 휴게소가 아니다.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과 가공품을 팔고 나아가 지역의 문화를 알리는 복합공간”이라고 강조한다.
아라다테 미치노에키는 지역민과 방문객을 위한 문화공간이 가장 큰 자리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의 역사를 홍보하며 다양한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그 다음으로 큰 곳은 농산물과 1차 가공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는 판매장.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특산물 판매장과 달리 오사키시에 있는 농가가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매일매일 출하해 판매하고 있다. 이곳 직판장에서 판매하는 농산물은 농가가 직접 값을 매기고, 철저한 생산이력제를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농산물의 요리 방법이나 보관 방법 등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현재 276농가가 이곳 매장에 납품하고 있는데 출하농가의 30%가 70대 이상의 고령농이다. 이들은 계절에 맞는 농산물을 소량 다품종으로 생산하고 있다. 출하농가의 평균 수익은 1년에 1,100만원 정도인데, 연간 1억원 이상 판매하는 농가도 5~6명에 달한다고 한다.
매장에 고추·고사리·김치를 전시하고 있던 재일 한국인 강춘화씨(38)는 “일반 매장에 비해 값이 비싼데도 더 많이 팔린다”고 했다.
◆지역순환형 농업 ‘레인보우 플랜’=일본 동북지방의 야마가타(山形)현 나가이(長井)시는 인구 3만명의 도농복합 소도시다. 지난 1992년 행정기관과 소비자단체·농업인·농협 등이 주축이 된 주민협의체에서는 지역의 환경을 지키고 땅심을 살리는 도시·농촌자원 순환형 모델인 ‘레인보우 플랜’을 도입했다.
레인보우 플랜은 나가이시의 쌀 생산농가들이 태동시켰다. 이들은 저농약 농법을 도입하면서 부족한 퇴비를 자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고, 도시민의 남은 음식물을 퇴비화하는 방안을 고안해냈다. 더 나아가 그 퇴비를 활용해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순환시스템을 정착시킨 것이다.
‘레인보우 플랜’을 통해 생산한 농산물은 레인보우 플랜 주민자치협의체에서 발급한 인증마크를 붙여 판매한다. 인증마크를 붙인 농산물은 일반 농산물에 비해 인기가 많아 대부분 지역 내에서 소비되며 교육용·학교급식으로도 쓰인다.
“레인보우 플랜은 남은 음식물을 단순히 퇴비화하는 것이 아니다. 도시와 농촌, 지역주민과 행정이 함께 지역을 살리고 땅을 살리며 상생하는 모델”이라고 에구치 레인보우플랜 주민자치협의회장은 말한다. 10년 이상 레인보우 플랜의 퇴비를 활용해 쌀농사를 짓고 있는 와카바야씨(52)는 “레인보우 플랜의 퇴비는 질이 좋아 농사에 도움이 된다”며 “환경과 소비자를 위한 농사를 짓고 있어 자부심이 크다”고 자랑했다.
이번 대산농촌문화재단의 연수에 지도교수로 참여한
일본농업 전문가인 현의송 농산어촌어메니티연구회장은 “나가이시의 레인보우 플랜은 농업인과 지역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지역 활성화를 제안하고 참여하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레인보우 플랜과 미치노에키는 도시민과 농업인이 함께 지역을 활성화시키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모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야기·야마가타=유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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