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경향> 839호(2009 08/25)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3&artid=200908201130371
[인터뷰]‘온몸 정치’ 불사르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 ||
ㆍ“거리의 힘 커져야 막가파 국회 막을 수 있어” 그러나 이 의원의 해맑은 모습은 국정감사장과 국회 인사청문회, 용산참사 현장과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180도 바뀐다.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송곳 같은 질문으로 백 후보자의 덜미를 잡는 모습이나 쌍용차 평택공장 파업 현장에서 온몸을 던지며 힘없는 노동자들과 소통하려다 ‘닭장차’(경찰전경버스)에 끌려가며 ‘민주주의’를 외치는 모습을 봐도 그렇다. 이 의원을 찾은 8월12일. 그날도 그는 여전히 바빴다. 마침 기무사 요원이 쌍용차 평택공장 파업 현장에서 민주노동당 간부와 시민단체 관계자를 불법적으로 사찰한 증거인 수첩과 동영상을 공개하고 있었다. 조금 전 기자회견에서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건에 대해 폭로했다. “기무사가 1989년 당시 윤석양 이병의 보안사 민간인사찰 폭로사건 이후 공식 중단한 민간인 사찰을 재개한 증거를 이번 쌍용차 평택공장 현장에서 확인했다. 민주노동당 당직자와 시민단체 관련자 등 민간인들을 날짜와 시간대별로 집요하게 사찰한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없었던 일이 다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확보된 수첩에는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이며 조직적인 불법사찰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 강제 연행 당시 상황은 어땠는가. “8월4일 쌍용차 사측 용역과 충돌이 일어났다. 그동안 물과 의약품 반입을 막아서 소소한 충돌이 있었다. 그러나 그날은 아예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들이 작정하고 나왔다. 용역이 농성천막을 부수면서 대열을 지어서 나왔다. 그 뒤에 경찰이 서 있었다. 용역이 한 번 폭력을 행사하고 빠지니까 그 뒤에 경찰이 나섰다. 용역이 폭력을 쓰는 건 묵인하면서 그 다음에 나서는 건 경찰의 공정한 공무집행이 아니라고 봤다. 지휘관에게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자고 했더니 피하면서 엉뚱하게 우리 보좌관들을 연행했다. 황당해서 항의했고, 보좌관을 연행한 버스에 들어가서 석방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정확하게 연행은 아니었다.” 경찰이 왜 이렇게 무리하게 강경하게 나온다고 생각하나. “요 며칠 상황을 보면 ‘경찰국가’가 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도심에서의 모임도 철저하게 막는다. 시민들이 모여 의사를 표현하는 것 자체를 청와대 당국자들이 볼 수 없도록 막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한다. 이 과정에서 법도 책임도 없고, 경찰은 익명으로 숨는다. 결국 경찰의 과잉충성이 경찰국가를 만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살려고 해야 살려주지”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순진하다 싶을 만큼 간단하다. ‘함께 살자’ 딱 네 글자였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이것을 위해 자신들이 먼저 양보했다. 8시간 근무 대신 5시간만 해도 된다고 했다. 마지막에는 월급, 휴업수당 안 받아도 좋고 휴업기간이 길어져도 좋다고 했다. 단지 회사 간판만 떼어내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은 결코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극렬하지 않았다. 정부는 그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폭력사태까지 불러왔다. 이 대통령은 아무래도 보고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게 아닌가 보인다.” 최근 이 의원 ‘수난시대’라고 한다. 그 만큼 의정활동을 정열적으로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확히 말하면 ‘국민의 수난시대’다. 특별히 수난을 겪는다기보다 피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그리고 굳이 물러서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원칙, 민주주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라고 하는데 자꾸 밀어내니까 앞에 가 있는거다.”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이른바 ‘다운계약서’ 문제를 지적해 백 후보자를 궁지로 몰았다. 이명박 정부 인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한마디로 흠을 흠으로 안 보는 거다. 가장 놀랐던 건 한나라당 의원과 공직 후보자의 자세이다. 누구나 그러 했는데 그걸 왜 문제 삼느냐고 하는데 그 ‘누구나’가 자신들만의 ‘한정된 그룹’이다. 불법이 아니냐고 따지자 그 뒤에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바로 받아서 ‘나도 다운계약서 했다’고 말하더라. 문제될 사안도 아니고 국회의원 다 털어보면 안 걸릴 사람이 누가 있느냐 하더라. 기가 막혔다. 다 털어보자고 하고 싶었다. 그 뒤에 더 황당한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된 지경에까지 가서도 두 번째 발언하기 전에 민주당 의원들의 공격 논리가 흔들리니까 한나라당 의원들이 백 후보자의 인격에 대해 ‘상찬’했다. 법률적 문제가 안 되는데 이렇게 도덕적 책임감을 느끼신다, 훌륭한 인간미와 열린 자세를 지니시고 있다 등등. 정말 놀랐다.” 최근 강연회에서 MB정부는 ‘실용이 아니라 이념을 앞세운 정부’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나. “대표적으로 경제 문제와 남북 문제를 보면 그렇다. 정무위원회에 있을 때 경제 입법 다섯 가지를 놓고 토론하면서 이게 지금 서민의 경제위기를 탈출하는데 있어 어떤 도움이 되느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못한다. 새 정부가 들어섰고, 어쨌든 공약했고, 대기업과 자본이 들어올려면 일단 길을 열어놔야 한다는 논리이다. 경제적인 영향은 따져보지 않고 재벌 위주, 대기업 프렌들리로 가는 것이 이념으로 가는 대표적인 사례다. 남북 관계 중 대표적인 것이 개성공단 기업주들이 기숙사를 지어달라고 하자 이 대통령이 기숙사를 지으면 근로자들이 집단행동을 할 우려가 있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개성공단이 한미연합사 훈련 때문에 닫히고 열리고 했는데 청와대에서 개성공단 기업주들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키도록 지도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와 사업을 하면서 그들의 정치 사정과 입장도 존중하지 않고 한다면 상대방이 수긍을 하겠는가?” 기륭전자 사태, 촛불정국, 용산참사 현장,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쌍용차 사태 등 현장에는 항상 이 의원이 있었다. 항간에 ‘거리의 여전사’, ‘거리정치’의 상징으로 불리고 있다. “변호사 시절 항상 현장에 가서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내 업무 방식이었다. 국회의원이 돼서도 마찬가지다. 민의를 대변하는 머슴으로서 업무상 당연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한마디라도 살아있는 말을 해야 하는 게 옳지 않은가? 그런 호칭이 주어지는 것은 그만큼 국회의원이라면 현장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그런 게 모자랐다는 차원에서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 장외 단식보다 국회 내에서 투쟁해야 한다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회 안팎을 놓고 무엇이 우선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국민들의 요구, 핵심적인 정책을 어디에서 가장 잘 풀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국회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최근 벌어졌다. 이 답답함을 정치인들이 흡수하고 풀어나가야 한다. 따라서 지금은 거리에 있을 때다 라는 생각이다. 국회 내에서 원만히 현안을 챙기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다고 거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거리의 힘은 더 커져야 하고 거리의 힘이 커져서 직접민주주의의 요소가 활성화 되어야만 한나라당의 ‘막가는 국회’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글·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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