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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6) 아름다운 가게 (경향신문 090420)

by 마리산인1324 2009. 9. 21.

 

<경향신문>2009-04-20 17:37:16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4201737165&code=210000&s_code=af079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6) 아름다운 가게

 

 

안치용 | ERISS 소장·허건 고려대 2년 | 송미리 성균관대 4년 

 
 
ㆍ다시 쓰고, 고쳐 팔아 이웃돕는 ‘녹색 문화사업’
ㆍ2002년 문열어 작년 매출 120억원 ‘80배 성장’
ㆍ‘나눔과 순환’ 실천…수익금 대부분 사회 기부

2002년 10월 문을 열어 그해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성장을 계속해 2008년엔 12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6년 만에 매출액을 80배로 키웠고, 지금도 같은 추세로 성장하고 있다. 코스닥에 상장해 돈방석에 앉은 최고경영자(CEO)도 없고 우리사주 주식을 받아 고급 외제 승용차를 굴리는 젊은 간부 사원도 없다.
 

‘아름다운 가게’ 서울 안국점에서 상근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기증받은 의류를 살피고 있다. 왼쪽부터 아름다운 가게 김광민 간사, 김대호 혁신기획 팀장, 이혜옥 상임이사, 김재춘 정책국장, 송미리씨(성균관대 4년), 최상권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계사, 이은애 함께일하는재단 사무국장, 허건씨(고려대 2년). <김세구기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의 성공을 함께 기뻐하고 더 커지기를 기원하는 기업. 비영리 재단법인 ‘아름다운 가게’ 얘기다.

‘아름다운 가게’는 규모나 역할 면에서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물건의 재사용과 순환을 통해 우리 사회의 생태·친환경적 변화 추구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기증 받은 각종 물품을 약간 손보거나, 다른 물건으로 만들어 싸게 파는 기업이다.

전국적인 재사용 문화를 정착시킨 것이 ‘아름다운 가게’의 으뜸가는 사회적 의미다. 95호점까지 개장한 ‘아름다운 가게’에는 2007년 기준으로 매장당 연간 97t, 9만7760점의 중고물품이 기증된다. 원자재나 재사용 물품으로 전환되는 가치와 그냥 쓰레기로 버려졌을 때의 처리비용을 절감한 가치 등을 포함하면 매장당 연 2억원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평가다.

전체로는 200억원에 가깝다. 매출액의 두 배 규모다. 물론 매출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가게’가 없었다면 우리 사회가 부담했어야 할 비용이다. 기증문화, 재사용문화 정착의 공로도 여기에 더해진다.

비영리 법인이기 때문에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급여 관리비 등의 비용으로만 쓰이고 대부분 사회적 목적을 위해 투자된다. 2008년에는 120억원의 매출액 가운데 26억원을 다른 기관이나 사업에 공익적 기부를 했다.

2002년 서울 안국점에서 시작한 ‘아름다운 가게’의 250명의 간사(임직원), 5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모두가 함께하는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라는 같은 꿈을 꾼다. 이혜옥 상임이사는 “ ‘사업’이라는 외양을 띠지만 내용상으로는 ‘재사용 문화 운동’ ”이라며 “앞으로 군 단위까지 뻗어나가 우리나라 전역에 2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가게’의 운영은 시민들이 기증한 물품을 판매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단순한 구조이다. 구조는 단순하지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 창출 노력은 간단하지 않다.

초기에는 매장이나 기증함을 통해 직접 기증 받았지만 요즘에는 온라인이나 전화(1577-1113)를 통해서도 기증 신청을 받고 있다. 취지에 공감하는 기업들을 활용한다. 대한통운의 기증품 무료 택배나 롯데홈쇼핑의 ‘그린박스 캠페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린박스 캠페인’은 물건을 배송받은 바로 그 상자에 ‘아름다운 가게’에 보낼 기증품을 넣어 보내도록 한 캠페인이다.

시민들과 접하는 창구를 다양화하는 데도 신경 쓴다. 기동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매장과 기증함 말고도 버스를 개조한 이동매장, 벼룩시장,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경로를 넓히고 있다.

모인 물품들은 ‘경기그물코 센터’와 ‘용담 되살림 센터’에서 분류 및 수선작업이 이뤄진 뒤 가격이 책정되고 이어 전국 매장에서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특히 ‘에코파티 메아리’ 사업은 폐기물로 분류된 재료를 모아 가공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가미해 완전히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으로 부가가치가 높다.

다시 입기 힘든 헌 옷, 용도 폐기된 현수막, 낡은 가죽, 과일 상자 등. 거의 쓰레기에 가까운 다양한 재료가 수공예 작업을 거치면 인형·가방·지갑·티셔츠 등으로 바뀐다. 이 과정에 다른 사회적 기업, 여성 자활센터 등을 참여케 해 결과물뿐 아니라 과정 자체에도 사회적 목적이 관철되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재탄생한 물품들은 친환경 가치에 미적 배려가 담겨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에서까지 전시ㆍ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인사동 쌈지길과 롯데백화점 본점 등에서 접할 수 있다.

판매수익은 전액 사회로 환원된다. 그러나 ‘환원’이란 사회적 목적은 ‘판매’라는 시장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한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걸 ‘아름다운 가게’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제일모직에서 인테리어 매뉴얼을 제공받고 몇 년째 전시 전문가들로부터 교육받는 건 시장에서 중시하는 경쟁력을 높여가려는 의도다.

김재춘 정책국장은 “물론 시장에서 요구하는 경쟁력에도 신경을 쓰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가게’만이 확보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은 나눔의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활동천사라 불리는 자원봉사자들은 물건을 파는 단순 판매원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매장이나 현장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나눔과 재사용의 의의를 알리는 홍보 일꾼이다. 자발적 마케터 5000명을 확보한 기업을 대한민국에서 이곳 말고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아름다운 가게’는 나눔과 순환을 우리 사회에서뿐 아니라 지구촌 차원에서도 실천한다. 공정무역 커피를 파는 ‘아름다운 무역’과 인도·네팔·방글라데시의 수해 빈발 지역 주민들을 돕는 ‘나마스떼, 갠지스!’가 그것이다.

‘아름다운 무역’은 제3세계 커피 원두 생산농가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시세에 상관없이 ㎏당 4.51달러의 하한가격을 설정해 지키는 사업이다. 네팔, 페루 등지를 직접 답사해 유기농 커피 원두를 수입한다. 판매가의 20% 이상이 제3세계 생산자에게 돌아간다.

급여 결정구조도 특이하다. 직급ㆍ서열ㆍ능력이 아닌 결혼 상태, 자녀수 등 필요에 따라 정해진다. “헌 물건을 되살리는 일은 환경뿐만 아니라 세상의 아픔을 치유하는 행위”라는 김 국장은 “같은 맥락에서 돈과 권력이 아닌 명분과 자부심이 ‘아름다운 가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안치용 | ERISS 소장·허건 고려대 2년 | 송미리 성균관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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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되살림의 철학 전파, 사회 정착 촉매될 것”
 
 

송미리 | 성균관대 4년ㆍ허건 | 고려대 2년 

 
 
ㆍ이혜옥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

이혜옥 ‘아름다운 가게’ 상임이사는 “ ‘아름다운 가게’는 개인적으로 실천하는 되살림의 철학을 사회적 기업이란 형태로 세상에 전파하는 네트워크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 사회의 물품기증문화는 아직 척박한 편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아름다운 가게’의 지속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 물품을 기증해 보지 않은 사람이 아직 많다. 그런 쪽으로 기증시장을 개발하면 기증은 지속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영국에서는 국민의 70%가 평소 기증하는 기증 문화의 생활화가 이뤄져 있다. ‘아름다운 가게’가 그런 문화를 우리 사회에 정착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고, 또 그런 문화의 확산을 통해 ‘아름다운 가게’가 성장할 것이다. ‘아름다운 가게’는 지속돼야 한다.”

- ‘아름다운 가게’를 창립하게 된 계기는.

“2002년 외국의 재활용 자선 가게를 방문했다가 한국에서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길거리 시장’을 열었다. 그 결과 ‘아름다운 가게’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어 정식으로 서울 안국동에서 개점했다.”

- 처음 하는 거라서 운영상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식이 정립되지 않아 ‘아름다운 가게’ 내부에서조차 혼란을 겪었다. 처음에는 일반 기업과 같이 성과와 매출을 강조했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기업, 비영리 단체라는 원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 제기되면서 내부에 분열이 생겼다. 이제 사회적 목적과 시장 성과 관리를 조화하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하고 있다.”

-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는데. 비결이 있다면.

“사업 내용 자체가 사람들의 실생활과 관련이 있고 명분이 좋았다. 초기 대응도 중요했다. 기부와 기증이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초기에 기증을 많이 받도록 노력했다. 매장을 번듯하고 깔끔하게 만든 것 또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 일조했다. 마케팅, 홍보, 캠페인 활동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이젠 ‘아름다운 가게’라는 브랜드가 구축된 것으로 평가한다.”

- 싸게 파는 운영 특성상 수익률이 높기 어려울 것 같다.

“아무래도 싸게 팔아야 하니 가격 산정의 유연성이 떨어진다. 반면 비용은 계속 증가하다 보니 수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걱정이다. 또 인터넷 중고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점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괜찮은 상품은 인터넷에 돈 받고 팔고, 그렇지 않은 것들만 기증하는 현상이 있다. 원재료가 나빠지면 상품의 품질이 떨어진다.”

- ‘기증천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든 기증에 감사하다. 특별히 부탁드리고 싶은 점은 없지만 아주 가끔 훼손이 지나쳐 도저히 쓸 수 없는 물건이 기증되기도 한다. 물론 그것도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다른 사람들이 쓸 수 있을 정도의 물건이어야 판매가 가능하다. 나눔과 순환의 정신을 부탁드린다.”

<송미리 | 성균관대 4년ㆍ허건 | 고려대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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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시민단체-기업가치 혼재 ‘갈등조정’ 필요
 
 

최상권 |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계사 

 
 
ㆍ전문가 분석…‘친환경’ 자긍심이 지속가능 원동력

기존 중고품 거래와 재활용시장은 소액의 물질적 대가를 지불하여 수집한 물품을 수선·분류해 소비자에게 다시 판매하는 일반적 상거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반면 ‘아름다운 가게’는 ‘자신에게는 불필요해진 물품을 기부를 통해 재사용하게 함으로써 친환경적 가치와 사회적 나눔의 실천’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명분과 자긍심이 폭발적인 성장의 원천이 되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의 가치와 철학인 ‘나눔과 순환을 통한 그물코 사상과 되살림 정신’이 재사용 자선 가게라는 비즈니스 모델과 결합해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창출한다. 재사용 자선 가게의 상품인 중고품을 물질적 대가 없이 기증하는 기증자나,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 모두 ‘아름다운 가게’에 대해 신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즉 “내 기증품이 판매돼 만들어진 현금이나 내가 구매하면서 지불한 돈이 자선활동이나 다른 공익활동에 잘 사용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광고나 판촉 등 전통적인 다운스트림 마케팅에 의존하는 기업이 아니라 팔고자 하는 제품의 표적 고객을 결정하고, 고객들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잠재된 수요를 발굴해 고객들에게 좀더 높은 가치를 전달하는 업스트림 마케팅을 하는 ‘파이오니어 기업’인 셈이다. 이런 기업이 ‘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라는 마케팅 이론에 부합하는 모범 사례이기도 하다.

이 기업의 지속성장을 가능케 한 또 다른 경쟁력의 핵심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임원과 간사(직원)의 헌신, 나눔과 순환에 공감하는 자원봉사자들이다. 그러나 양적 성장에 따른 조직의 거대화가 기존 의사결정방식 즉 임원과 간사, 간사와 자원봉사자 및 일반 직원 간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가로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대두되는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기업이 채택하는 성과와 능력에 기반한 급여 및 인사정책 대신 부양가족과 경제적 어려움의 정도를 고려한 최소한의 급여제공이라는 구성원의 공감대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시민단체 성격과 사회적 기업의 혼재에 따른 조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을 의미한다.

자선활동과 자원봉사 문화사업, 기부·기증 문화 캠페인 등 수익창출이 없는 목적 사업과 관련된 기부금을 관리하는 조직과 재사용 자선가게와 공정무역, 재활용 상품 사업을 담당하는 수익사업조직으로 조직을 이원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아름다운 가게’가 추구하는 근본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게 균형점을 찾는 노력은 지속돼야 할 것이다.

<최상권 |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