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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8)대구 희망자전거제작소 경향신문090517)

by 마리산인1324 2009. 9. 21.

 

<경향신문> 2009-05-17 17:42:16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5171742165&code=210000&s_code=af079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8)대구 희망자전거제작소

 

 

안치용 | ERISS소장 | 이준호(연세대3년)·장성민(중앙대 3년) 

 
 
버려진 자전거 재활용, 녹색 교통수단 ‘씽씽’

아직 충분히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버려진 채 방치된 자전거. 누구나 한 번쯤 주변에서 보았을 것이다. 주인이 이처럼 자전거를 ‘배신’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거의 대부분 타이어 펑크 때문이다. 그 밖에 다른 고장이래야 살짝 손보면 될 정도로 가벼운 것들이지만 자전거는 끊임없이 버려진다. 주인의 ‘변심’이 자전거에겐 야속한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주인을 비난할 수는 없다. 예전과 달리 동네에서 자전거 수리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구 삼덕동 희망자전거제작소 ‘아트바이크’ 제작현장에서 지난달 29일 사회적기업 탐방단이 아트바이크를 시승해보고 있다. 왼쪽부터 YeSS 장성민씨(중앙대 3년), 희망자전거제작소 직원 박대호씨, 희망자전거제작소 김경문 대표, 함께일하는재단 하정은 사회적기업지원팀 총괄팀장, 함께일하는재단 이고운 컨설턴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최상권 회계사, YeSS 이준호씨(연세대 3년). |김문석기자


지난 3일 경남 창원시에서 이명박 대통령까지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으로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이 열릴 정도로 자전거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버려지는 자전거’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희망자전거제작소는 폐자전거 재활용에 특화한 대구지역 사회적기업이다. 버려진 자전거를 수거해 새 자전거로 만들어 보급함으로써 환경을 지키고 교통문화도 바꾸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과정에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자원재활용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2007년 11월 대구YMCA 내의 사업단으로 출범한 사회적기업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자전거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하반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선에 치달을 무렵 희망자전거제작소의 저렴한 재활용자전거에 서민들이 몰려들었다.

희망자전거제작소 백령록 협동사무국장은 “기름 값이 올라가면서 자전거 수요가 늘어나는 걸 보고 우리가 만든 자전거를 가장 환영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주유비, 주차비를 걱정하는 서민들이 한 푼이라도 아껴볼 생각에 자전거에 눈을 돌려 희망자전거제작소의 재활용자전거를 샀다. 백 국장은 “마을 내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싼값에 보급해 서민들의 가계부담을 덜고,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자전거제작소의 존립가치가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사업 초기에는 예상보다 어려움이 훨씬 많았다. 예를 들어 타이어는 오랫동안 비바람을 맞으면 전문가들도 쉽게 찾아낼 수 없는 미세한 구멍들이 생긴다. 겉보기엔 멀쩡해 재활용자전거에 그대로 썼지만 구매자가 “바로 펑크가 났다”며 항의해 당혹했다. 자전거를 만만하게 보고 필요한 기술수준을 너무 낮게 판단한 게 또 다른 낭패의 원인이 됐다. 자전거 도색, 보수 등 적잖은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폐자전거를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새로운 자전거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어긋났다. 버려진 자전거 3대나 4대를 분해해 멀쩡한 부품만 골라내 새로 조립하면 ‘짠’ 하고 새 자전거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현실은 달랐던 것이다. 물론 그렇게 자전거를 만들어낼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런 자전거는 재생품 티가 너무 나서 싸도 잘 사려고 하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진짜 ‘새것’ 같은 자전거를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로도 자전거 부품의 80% 이상을 새 부품으로 쓰고 있다. 과거 자전거 공장을 운영했던 기술자를 모셔다 직원들을 교육시키는 등 기술수준을 높였다. 디자인을 강화하고 안전성을 높여 탄생한 것이 지금 희망자전거제작소에서 팔고 있는 ‘타운바이크(Town bike)’다.

“재생자전거를 판매해 자원 낭비를 막고 녹색 교통수단을 창출하는” 타운바이크는 희망자전거제작소의 핵심사업이다. 자동차와 지하철과 같은 편리한 교통수단의 발달로 국내 자전거시장은 중고가 레저·스포츠형 자전거 중심으로 재편됐다. 저가 생활형 자전거를 되살리겠다는 취지로 희망자전거제작소는 재활용자전거를 대당 2008년엔 4만원, 2009년에는 5만9000원에 팔고 있다. 수십만원, 또는 그 이상을 호가하는 레저용 자전거에 비하면 무척 저렴한 편이다. 2008~2009년 판매목표는 4000대이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판매가격이 오른 것은 제조단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자전거 부품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형편이라 지난해 하반기 이후 환율이 급등하면서 부품 수입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국내 자전거시장의 높은 해외의존도는 숫자로 금세 확인된다.

국내 자전거 시장규모는 2001년 117만5000대, 2003년 191만대, 2005년 202만2000대, 2007년 239만9000대 등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자전거 생산 대수(완제품)는 2001년 62만8000대에서 2003년 47만4000대, 2005년 22만9000대, 2007년 2만대로 급감했다. 국내산의 시장 점유율이 채 1%도 안 된다.

부품시장의 해외의존도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자전거공업협회에 따르면 한때 40개를 넘었던 국내 자전거 부품업체는 2004년 21개로 줄어든 후 현재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처럼 자전거 부품산업이 와해되다 보니 희망자전거제작소가 환율 변동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재생 자전거인 ‘타운바이크’를 만드는 일은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의의가 있지만 안정되게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이런저런 이유로 쉽지 않다. 희망자전거제작소가 ‘타운바이크’란 본업 외에 수익성 창출을 위해 시작한 것이 ‘아트바이크(Art bike)’ 사업이다.

아트바이크 사업은 고니, 생명나무, 산호초, 키높이 2단자전거 등 새롭게 디자인한 예술 자전거를 만들어 거리 공연, 퍼레이드, 퍼포먼스 행사 등에 대여해 돈을 버는 구조다. 2008년 4월20일 지구의 날 행사에 아트바이크를 선보이는 등 계도를 겸해 수익원을 다원화하고 있다. 특색 있는 자전거 거치대 제작도 사업영역에 속한다. 그동안 아파트 단지나 지하철역에서 보아온 천편일률적인 자전거 거치대를 장소와 주제에 맞게 아름답고 실용적으로 변용하는 사업이다.

장성민(중앙대 3년)·이준호(연세대 3년)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희망자전거제작소에는 디자이너 등 42명이 일하며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회적 일자리로 이곳에 취직한 고령자나 장애인이다. 전문인력이 취약계층 직원을 교육하면서 함께 일한다. 일터이면서 교육장인 셈이다. 희망자전거제작소는 고용과 함께 타운바이크 제공을 통해 취약계층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해 대구 남구청에 ‘타운바이크’ 100대를 기증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자전거 기증은 앞으로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희망자전거제작소 김경민 대표는 “대구 시내를 자전거로 가로질러 출근하다보면 심심치 않게 희망자전거를 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활용한 김 대표의 자그마한 사회변혁 구상은 이제 막 페달에 발을 올려놓은 정도이다.

그러나 ‘자전거 선진국’을 주창하며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선 정부의 구상보다는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힘차게 꾹꾹 페달을 밟아 대구를 넘어 전국에 자전거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한다면 그것은 희망자전거제작소란 사회적기업의 성공과 함께 우리 사회의 성숙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안치용 | ERISS소장 | 이준호(연세대3년)·장성민(중앙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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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출퇴근·쇼핑 활용 늘려야 정비학교 세워 인력 양성”

 

 

장성민(중앙대 3년)·이준호(연세대 3년) 

 
 
ㆍ희망자전거제작소 김경민 대표

희망자전거제작소 김경민 대표는 직접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 자전거 타기는 환경오염방지와 생활운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자전거 이용 상황은 어떠한가.

“통근 등 생활용이 아니라 레저 등 동호회 위주이다. 동호인들의 자전거는 싸지 않다. 50만원 이상을 줘야 쓸 만한 것을 살 수 있다.”

-재생자전거라고 하지만 부품의 80%가 새것이다.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쉽지 않겠다.

“재생자전거의 수익성은 낮은 편이다. 그래서 아트바이크나 자전거 거치대 등 자전거와 관련해 수익원을 다양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트바이크는 팔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행사 대여용이다. 퍼레이드에 아트바이크를 빌려주면 5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전액 남지는 않지만 재료비나 에너지가 안 든다. 재생자전거 쪽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판매가를 높일 생각은 없다. 서민들을 위한 자전거이기 때문이다.”

-바쁜 시대에 자전거를 이용할 사람이 많을까.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장을 보러갈 때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학교와 학교 주변을 가는 데 가장 빨리 가는 길이라던가 공단 내부에서 가장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하는 수단이 자전거다. 단거리 교통수단으로 입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 자전거 운동의 핵심이다. 자전거가 광역권 이동수단이 된다면 논의가 달라져야 한다. 단거리 교통수단이라는 입장에서 이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재활용자전거의 이름이 ‘타운바이크’이다.

-어려운 분들에게 자전거를 공급한다고 들었다.

“대구 남구청이 자전거를 싸게 구입했다. 우리는 이윤 없이 원가로 남구청에 판매했다. 이후 남구청이 취업취약계층에게 자전거를 공급했다. 그렇게 작년에 100대 나갔다. 올해는 지난 4월 희망자전거제작소에서 취약계층에게 89대를 무상 제공했다. 앞으로 자전거 기증을 늘리겠다.”

-자전거 보급하는 데 어려움은.

“첫 번째로 애프터서비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고장난 자전거를 수리할 공간이 현재 너무 적다. 갈수록 자전거 수요가 줄어들어 수리점도 덩달아 줄고 있다. 고장의 거의 90%는 타이어펑크 등 간단한 문제인데 그대로 버려진다. 영남대학교에 자전거 200대를 공급하고 동시에 수리 센터를 만들었다. 그곳에 수리직원을 상시 대기케 하는 것으로 문제를 풀었다. 대구시 전체 또는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할 때는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둘째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 도로상황이 너무 열악하다. 차와 같이 다니는 도로에서는 자전거가 우선권을 갖는 창원시의 ‘자전거 우선도로’ 조례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구 시내에 희망자전거가 많이 보인다.

“출퇴근 때 2㎞당 한 대씩 우리 자전거가 눈에 띈다. 확실히 전보다 많이 보급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우리 자전거를 타고 장보러 다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더욱 보람을 느낀다. 자전거타기의 가장 어려운 기술은 도심 시장보기라는 말이 있다. 무척 공감하고 이와 같은 자전거 사용이 증가하기를 바란다.”

-앞으로 목표는.

“자전거를 대량생산해 안정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10억 이상의 연매출이 필요하다. 현재는 이보다 많이 부족하다. 자전거 정비학교를 만들어 전문 인력을 많이 배출해 더욱 경쟁력을 키울 생각이다. 추후 자전거 공연을 위한 전문 극장도 만들어서 자전거가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하나의 생활문화로 정착했으면 한다.”

<장성민(중앙대 3년)·이준호(연세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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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환경적 가치 계량화… 투자 유치 발판으로
 

하정은 | 함께일하는재단 사회적기업지원팀 총괄팀장

 
4월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이명박 대통령은 자전거를 ‘녹색성장의 동반자’로 비유하며 예찬론을 쏟아냈다. 앞서 정부에서는 녹색뉴딜 계획에 따라 총 3114㎞에 이르는 해안일주로와 접경지역 자전거 도로가 하나로 연결된 벨트를 구축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온실가스 배출 없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가 이처럼 각광받으면서, 사회적기업 희망자전거제작소의 재활용자전거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잘 팔려나가고 있다.

희망자전거제작소는 2008년 1623대, 2009년 1566대(4월17일 현재)의 재활용자전거 타운바이크를 서민들에게 저렴한 값에 공급했다. 또한 아트바이크를 공연 등에 대여해 수익창출과 함께 자전거 홍보라는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폐자전거 재활용은 취업취약계층을 위한 창조적 일자리 창출과 동시에 폐기물 처리 비용 경감,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물질 생성 및 2차 폐기물 발생 예방 등 상당한 환경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사회적기업 상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희망자전거제작소의 이러한 성과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계량화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게 아쉬웠다. 향후로는 증가하는 매출과 관련한 경제적 지표뿐만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 및 자전거 저변 인구의 확대를 위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의 사회적 가치와 무단 방치되거나 버려진 자전거를 수거해 재사용하면서 생기는 환경적 가치에 대한 보고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 작업은 투자 유치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발판이 될 것이다.

대구를 시작으로 자전거 재활용 및 재사용이 전국으로 확대되어 갈 수 있도록 희망자전거제작소의 역할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일반 시민을 넘어,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취약계층까지 포괄해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자전거를 제작·보급하는 차별화한 사업 운영 방식도 타 기관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폐기물에서 녹색교통수단으로, 더 나아가 관광도구 및 예술작품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자전거가 희망자전거제작소의 창조적인 발상으로 인해 또다시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될지 사뭇 기대가 된다.

<하정은 | 함께일하는재단 사회적기업지원팀 총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