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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4) 사회적 기업 ‘노리단’ (경향신문 090318)

by 마리산인1324 2009. 9. 21.

 

<경향신문> 2009-03-18 18:27:27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3181827275&code=210000&s_code=af079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4) 사회적 기업 ‘노리단’

 

 

안치용 | ERISS 소장·권병민 | 성균관대 4년·장성민 | 중앙대 3년

 

 

ㆍ‘산업폐기물’로 연주하는 문화예술 기업
ㆍ‘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 살자’가 경영철학
ㆍ공연·교육·디자인 사업…5개팀 연 200회 공연
ㆍ자신의 악기 직접 만들고 관객도 연주에 동참

자동차 바퀴, 산업폐기물 철판…. 누가 봐도 악기 재료로 생각할 수 없는 물건이다. 사회적 기업 ‘노리단’은 공연을 해 그 수입으로 운영한다. 노리단이 사용하는 모든 악기는 산업폐기물과 버려진 생활용품을 재활용한 것이다. 연주할 악기를 단원들이 직접 만들고 그것으로 공연한다. ‘악기 족보’에 없는 악기를 갖고 연주하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 앞마당에서 사회적기업 ‘노리단’ 홍대룡 공동대표가 지난 9일 ‘움직이는 악기 자동차’인 스포라킷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 공동대표, 성균관대 4년 권병민씨, 안치용 ERISS 소장, 중앙대 3년 장성민씨, 안석희 노리단 공동대표, 이고운 함께일하는재단 컨설턴트, 이은애 함께일하는재단 사무국장, 최상권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계사, 서울여대 4년 박민주씨. <김세구기자>


대표적인 예가 ‘스포라킷(Sprocket)’이다. 대기업 TV 광고에 등장한 뒤 유명해져 이제는 노리단의 상징처럼 된 ‘움직이는 악기 자동차’다. 노리단의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대한 악기다.


노리단의 기원은 2004년 만든 ‘재활용상상놀이단’.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 살자’는 구호 아래 공연기획가, 청소년 등 11명이 모여 만들었다. 호주의 생태 퍼포먼스그룹인 ‘허법(Hubbub)’의 정신과 기술을 전수받아 한국에서 새롭게 발전시킨다는 취지로 산업폐기물 자재 등으로 창의적인 악기를 만들어 공연하는 일종의 ‘놀이꾼’들의 단체였다. 처음엔 서울시립 청소년 직업체험센터인 하자센터의 첫번째 문화·예술 프로젝트 동아리였다.


이후 공연을 통해 알려지면서 2006년 ‘노리단’으로 단체의 이름을 바꾸고 기업으로 전환했다. 2007년엔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재활용을 바탕으로 사회적 활력과 지속가능한 즐거움을 디자인하는 공공적 문화·예술기업’이 노리단의 지향점이다. 15세 청소년에서 60살이 넘는 노인까지 70명의 단원을 보유한 문화·예술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엔 12억원의 매출을 올려 ‘내용’을 갖춘 사회적 기업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놀이와 재활용을 근거로 해 노리단은 크게 공연·교육·디자인의 3개 영역에서 사업 가능성을 보고 있다. 교육사업은 창의력이나 커뮤니케이션 등을 주제로 악기연주 및 공연을 활용해 워크숍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지난해에 7만여명을 대상으로 약 1000회의 중단기 워크숍을 진행한 데서 짐작할 수 있듯 독자적인 사업영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디자인사업은 악기제작 경험을 놀이터 등 공공디자인 쪽으로 확대한 것이다.


사업다각화 구상에도 불구하고 노리단은 기본적으로 예술가들이 모여 공연하는 단체란 성격을 여전히 갖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 살자”는 예술가들의 초심이 경영철학이다.


노리단엔 현재 5개의 공연팀이 있다. 13세 이하 어린이로 구성된 나마스떼, 통칭 오리지널 팀이라고 부르는 플레이·이매진·리싸이클 팀, 극장이나 해외 공연에 주력하는 프로젝트 팀 등이다. 5개 공연팀이 각각 독자적 레퍼토리로 연간 모두 200여회 공연한다. 행사의 규모와 성격, 분위기에 따라 일정을 짠다.


노리단이 이처럼 많은 공연을 소화하면서도 연주자가 자기 악기를 직접 만들도록 한 원칙을 지키는 이유는 뭘까. 안석희 공동대표는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연주할 악기를 스스로 제작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기성 악기가 아닌 산업폐기물 등을 재활용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악기를 만드는 만큼 연주자의 시각이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는 “자신의 감성과 창의력에 바탕해 적당한 재료를 골라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 내고, 또 노동을 통해 악기를 완성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창조의 능력과 소통의 자질을 길러 준다”고 강조했다.


‘손 노동’으로 불리는 악기제작 과정의 또 다른 장점은 연주자가 악기의 구조와 기능을 확실하게 이해하기 때문에 연주를 위한 연습시간이 줄어든다는 것. 공연 중 악기가 고장나면 그 자리에서 직접 고쳐 쓸 수 있는 순발력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연주자들이 자기가 만든 악기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공연할 때 단원들은 자기 악기뿐만 아니라 남들이 만든 악기도 연주한다. 한 곡을 마치면 단원들은 모두 위치를 바꿔 다른 악기를 맡고, 곡이 바뀔 때마다 계속 악기를 옮겨 다니며 연주한다. 보통 한 번의 공연에서 한 사람이 10여가지 악기를 연주한다.


한 사람이 하나의 악기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에 맞추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시스템이다. 한 명의 톱스타를 키우기보다는 여러 명의 빛나는 조연들이 조화를 이뤄 팀을 스타로 만들어야 한다는 운영방침이 반영됐다.


소통과 개방의 원칙은 관객에게도 적용된다.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공연이 아니라 관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추구한다. 예를 들어 스포라킷을 이용한 공연에서 단원들은 관객들에게 채를 건네 직접 연주하도록 유도한다. 즉흥연주가 일반적이며 공연자와 관객이 하나가 돼 한바탕 놀며 공연이 마무리된다.


개방과 자유, 창의를 중시하는 노리단은 모든 단원의 임금과 회사 경영지표를 월간 단위로 모든 구성원에게 공개한다. 일반 기업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경영방식이지만 투명 경영이 이뤄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노리단의 브랜드 가치는 나날이 커지고 있고, 매출도 성장하고 있다.


기업 구성원간 유대와 개방을 전제한 현재의 경영방식이 언젠가는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노리단도 알고 있다. 노리단은 그러나 일반 기업처럼 ‘대리인’을 선출해 성장을 지속하기보다는 구성원들이 직접 관여하는 방식으로 적게 성장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유대와 개방이 확보되는 수준을 넘어선 성장을 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홍대룡 공동대표는 “성장지상주의에 반기를 들고 매출과 행복을 동시에 추구한 미국의 건설회사 ‘사우스 마운틴’을 벤치마킹했다”고 설명했다. 구성원들이 의사결정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고 공연자로서, 굳이 표현하면 회사원으로서 만족감을 높일 수 있도록 기존 경영방식을 유지할 생각이다. 새로운 기업실험인 셈이다.

 


<안치용 | ERISS 소장·권병민 | 성균관대 4년·장성민 | 중앙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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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재활용 악기로 친환경 사업
 

이은애 | 함께일하는재단 사무국장

 

ㆍ‘노리단’ 기업 목표

‘노리단’은 환경문제와 직접 연관이 없는 문화·예술 업종에서 친환경적인 사업을 운영하는 곳이다. 단원들이 직접 폐차장이나 고물상을 찾아 필요한 폐기물을 확보하고 악기를 제작한다. 재활용 악기를 사용한 공연으로 수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수십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폐품을 활용한 악기제작 비용절감은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 외에도 사회적으로 폐기물 처리비용 경감,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물질 생성 및 2차폐기물 발생예방 등 상당한 환경적 가치창출로 이어진다.

우선 사회적 기업으로서 이 같은 성과를 공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업 내부의 성과와 과제를 데이타베이스화해 사회경제보고서를 발간함으로써 문화·예술계 선도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국제기준을 적용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이 늘어나는 가운데 노리단과 같은 사회적 기업의 사회경제보고서 발간을 통해 사회책임경영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사회적 투자 증가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유리한 기반을 만들 수 있겠다.


이에 따라 매년 재사용되는 폐기물의 종류와 양에 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분석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노리단은 단원들과 ‘하자센터’라는 최고의 인큐베이팅센터와의 만남이 빚은 공동성과라고 본다. 사회적 기업을 통해 섬처럼 떨어져 있던 단체 사이에 연륙교가 놓이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청년실업 문제와 청소년들의 직업 진로지도 부족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어 하자센터와 같은 창의공간의 지역적 확산이 시급하다.


하자센터와 노리단에서는 조직 내부의 문제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비수도권 지역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청년 사회적 기업과 문화·예술계 사회적 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이끌어나가는 미래전략을 수립할 사명감을 크게 품어주기를 기대한다.


<이은애 | 함께일하는재단 사무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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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 “경제적 취약계층 상대로 일자리 창출·문화 서비스”
 
 

장성민 | 중앙대 3년 

 
 
ㆍ안석희 ‘노리단’ 공동대표

안석희 노리단 공동대표는 “문화·예술분야에서의 선도적 사회적 기업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 큰 책임과 의욕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화·예술분야에서 첫번째로 인증받은 사회적 기업인데.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 지원법이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나 일자리 창출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대표적인 경제적 취약계층이 아닌가. 문화·예술 쪽의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을 고용할 수 있고 사회에 즐거움을 나눠주며 취약계층에도 서비스할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정부를 설득했다.”


-재활용 악기를 사용해 사회적으로 더 주목을 받는 것 같다.


“하자센터에서 국제교류 사업을 하던 중 다양한 악기를 직접 제작해 공연하는 호주의 생태주의 음악 퍼포먼스그룹 ‘허법(Hubbub)’을 만났다. 처음에는 우리도 주변의 일상적인 재료로 악기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보니 산업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친숙한 재료인 플라스틱, 고무 등이 떠올랐고 본격적으로 재활용품을 활용해 악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악기의 원형은 기존에 존재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재활용품으로 만든다는 데 차이가 있다.”


-노리단이 인기를 끈 후 공연료가 비싸졌다는 얘기가 있던데.

“여태까지 문화·예술상품은 말도 안 되는 헐값으로 거래됐다. 순수예술이 정상적인 가격으로 거래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문화·예술상품 가격을 결정할 때 인건비·재료비·감가상각비 등과 같은 구체적인 비용을 고려한 명세서를 만들어 최소한의 가격을 보장받으려 한다. 수익에 대한 욕심 때문에 그렇게 한 게 아니다. 좋은 뜻이 있는 사회적 기업이나 단체에는 지금도 언제든지 무료로 공연한다.”


-향후 계획은.

“노리단의 영리추구는 조직 살리기, 경제적 자립을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또한 기업으로서 노리단이 생존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기업을 홍보하는 효과를 거둔다. 이 같은 문화·예술계 선도 사회적 기업으로서 역할뿐 아니라 노리단 자체도 문화·예술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공연·디자인·교육사업이 노리단이란 동일 브랜드 아래 독립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적 기업가와 일반 기업가는 다르다고 보나.

“사회적 기업가는 일반 기업가보다 더욱 많이 노력해야 한다. 사회환원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며 이윤추구라는 기업 경영활동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가가 많이 나오기 힘든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외국과 차별되는 우리나라만의 사회적 기업 경영 모델을 만들고 싶다.”


<장성민 | 중앙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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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재무 현황·급여 구성원 모두에 공개
 
 

최상권 |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계사 

 
 
ㆍ‘노리단’ 기업 분석

‘노리단’은 기본적으로 문화를 파는 기업이다. 공공적 문화·예술기업을 추구한다.

하지만 무대예술과 엔터테인먼트 외에 재활용 악기제작 및 놀이터와 공원 같은 공공공간 디자인, 창의력 워크숍 등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따라서 노리단의 구성원은 핑팽퐁 공연과 거리 공연을 하는 배우이자 공연을 위한 악기 및 무대를 만드는 장인이며, 배우와 장인으로서 체득한 창의적 의사소통과 파트너십 같은 주제를 전달하는 훌륭한 교사 역할까지 한다. 하나의 자원을 다용도로 활용하는 ‘one source multi use’가 가능한 사업구조다.

구성원에게 모든 재무 현황과 급여를 공개해 급여가 돈벌이 이상의 의미를 갖게 한다. 즉, 조직 내에서 본인의 역할과 책임 같은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노리단 구성원간 경쟁과 조직에의 헌신 및 몰입을 촉진할 수 있는 요인이다.

또한 새로운 인재의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노리단은 신입단원 선발시 “같은 부류가 모이면 망한다”는 구호 아래 기존 단원과는 차별되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새 단원을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문화·예술기업 및 사회적 기업으로서 노리단이 성과 관리나 성장에 최적인 조직 내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조직의 리더는 성과와 인재 가운데 어느 것도 희생하지 않고 두 요소간 긴장을 잘 관리해야 하는데, 노리단은 수평적 의사결정방식으로 인해 조직구성원 간에 의견 상충이 생길 경우 쉽게 성과를 포기할 가능성이 보인다.

노리단 전체를 아우르는 “버려진 것을 새롭게 살리고, 하고 싶은 일로 세상을 바꾼다”는 커다란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역할 모델이 구체화하지 않았거나, 모두가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최상권 |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계사>